[사설] 포연 속에 흔들리는 세계 질서

| 토큰포스트

2026년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전격적인 '예방 타격(preemptive strike)'을 감행했다. 작전명 '유다의 방패(Operation Shield of Judah)'. 테헤란 상공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이스라엘 전역에 방공 사이렌이 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전투작전을 개시했다"고 선언했다. 쿰, 케르만샤, 이스파한, 카라지 등 이란 주요 도시에서 폭발이 잇따랐고,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로 보복에 나섰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다. 이것은 35년 전 한 정치학자가 자신 있게 선언했던 명제—"역사는 끝났다"—에 대한 결정적인 반증이자, 글로벌 금융 질서와 디지털 자산 시장의 근본적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후쿠야마의 오판, 헌팅턴의 예언

1989년,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의 종식과 소련의 해체를 보며 대담한 주장을 펼쳤다. 서구식 자유민주주의가 "인류 이념 진화의 종착점"이자 "인간 정부의 최종 형태"라는 것이었다. 헤겔과 마르크스의 역사관을 빌려, 모든 인류의 투쟁이 곧 균형 상태에 도달하고 영구적 평화가 올 것이라 예견했다. 이른바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 테제다.

당시 서방 학계는 열광했다. 후쿠야마의 이론은 수많은 정치학 교수들 사이에서 "너무나 자명한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서구 자유주의의 보편화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확신이 팽배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확신을 처참하게 배신했다.

9·11 테러, 20년간의 '테러와의 전쟁', 중국의 일대일로와 공격적 팽창, 유럽 전역의 이민 갈등과 사회 분열, 정부 신뢰의 붕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민족주의의 부상, 북극 패권 경쟁, 그리고 제3차 세계대전에 대한 끊임없는 논의—21세기 첫 사반세기만으로도 '역사의 종말'론은 수명을 다했어야 했다.

후쿠야마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정반대의 그림을 그렸다. 1996년 저서 『문명의 충돌과 세계 질서의 재편(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에서 헌팅턴은 극복 불가능한 문화적 갈등이 세계를 계속 재편할 것이라 경고했다. '인종차별주의자', '이슬라모포비아', 심지어 '히틀러적'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21세기의 격동은 헌팅턴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거듭 증명하고 있다.

오늘의 이란 타격이 말해주는 것

오늘 벌어진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타격은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 학술적 가설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임을 보여준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립은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다.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간 이란 체제가 내건 기치는 "이스라엘 말살"이었다. 시아파 이슬람의 정치적 프로젝트와 유대 국가의 생존 의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도다. 여기에 미국이라는 기독교-세속적 서구 문명의 대표 주자가 합류하면서, 이 갈등은 세 가지 문명권의 교차점에서 벌어지는 충돌로 확대되었다.

지난 2025년 6월의 '12일 전쟁'에서 이미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했고, 이란은 55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과 1,000대 이상의 자폭 드론으로 보복했다. 미국은 이란 핵시설 3곳을 직접 폭격하며 개입했다. 올해 초부터 이란 내부에서는 197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반체제 시위가 100개 이상의 도시로 확산되었고, 이란 정권은 3만 명 이상의 시위대를 학살하며 진압에 나섰다. 트럼프는 2월 24일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세계 최대의 테러 후원국"으로 지목하며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오늘, 예방 타격이 현실이 되었다.

크립토 시장이 보여준 '문명 충돌'의 금융적 실체

이란 타격 소식이 전해지자 디지털 자산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비트코인은 수 시간 만에 약 65,500달러에서 63,000달러대까지 급락하며 약 4% 하락했다. 이더리움은 4.5% 빠지며 1,835달러까지 밀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 전체에서 약 1,28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15분 만에 약 1억 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이 청산되었고,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청산만 1억 9,200만 달러에 달했다.

이 순간, 비트코인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디지털 금'인가, 아니면 고위험 투기자산인가?

단기적으로 답은 명확하다. 지정학적 충격이 닥치면 기관 투자자들은 '리스크 오프(risk-off)' 모드로 전환한다. 가장 유동성이 높은 자산—즉 크립토—을 먼저 매도하여 마진콜을 충당하거나 금과 국채로 이동한다. 2025년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당시에도 비트코인은 수 시간 만에 105,000달러 아래로 추락하며 약 4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 시각은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린다. 전쟁은 비싸다. 전비(戰費)는 국채 발행과 화폐 발행으로 충당된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 법정화폐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투자자들은 결국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에 다시 눈을 돌린다. 실제로 이란 리알화는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약 2,280%의 가치 하락을 기록했으며, 전쟁과 제재로 자국 화폐가 붕괴한 국가의 시민들에게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자산이 아니라 생존의 도구가 되고 있다.

문명의 충돌이 격화될수록, 역설적으로 국가와 화폐의 경계를 초월하는 디지털 자산의 존재 의미는 더욱 선명해진다.

탈달러화, BRICS, 그리고 새로운 금융 문명의 도래

이란 타격은 단순히 크립토 가격의 일시적 등락이 아니라, 브레턴우즈 이후 80년간 유지되어온 '달러 기축 금융 질서'의 균열을 가속화하는 사건이다.

미국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해외자산을 동결하며 '달러의 무기화'를 본격화했다. 이것은 달러 기축 체제에 대한 글로벌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였다.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회원국들은 이에 대응하여 탈달러화 정책을 가속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석유·가스 결제에서 달러를 배제하기 시작했고, 일부 거래에서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도 보고되었다. 글로벌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점유율은 1995년 집계 이후 최저치인 58.6%까지 떨어졌다.

오늘의 이란 타격으로 이 흐름은 더욱 가속될 것이다. 미국이 군사력과 달러를 동시에 무기로 사용할수록, '달러가 아닌 대안'을 찾는 국가들의 절박함은 커진다. BRICS의 확장, 위안화 결제 네트워크의 성장, 그리고 국경을 초월하는 크립토 자산의 부상—이 세 가지 흐름은 서로를 강화하며, 1944년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금융 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새로운 금융 문명'이 헌팅턴의 문명 충돌론과 정확히 겹친다는 점이다. 서방 중심의 달러-SWIFT 시스템 대(對) 중국-러시아 중심의 대안 결제 체계. 이슬람 금융(샤리아 금융) 대(對) 서구식 이자 기반 금융. 국가 통제 디지털 화폐(CBDC) 대(對) 탈중앙화 크립토. 금융의 전선도 문명의 전선을 따라 그어지고 있다.

AI: 문명 충돌의 새로운 전장이자 금융 혁명의 엔진

2026년, 문명의 충돌은 전통적인 전쟁터를 넘어 기술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중심에 인공지능(AI)이 있다.

오늘 이란 타격에 동원된 미국의 스텔스 F-22 전투기, 항공모함 전단의 정밀 타격 시스템, 그리고 이스라엘의 첨단 미사일 방어망—이 모든 것의 핵심에 AI 기술이 있다. 군사 AI는 이미 표적 식별, 경로 최적화, 전장 상황 분석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을 보조하거나 대체하고 있다. 문명 간의 군사적 충돌에서 AI 기술의 우위는 곧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AI의 영향은 전쟁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AI는 글로벌 금융 질서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AI와 크립토의 융합. AI 기반의 자동 트레이딩 봇은 이미 크립토 시장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오늘 이란 타격 직후 15분 만에 1억 달러의 롱 포지션이 청산된 것도, 인간 트레이더가 아닌 AI 알고리즘이 뉴스를 감지하고 즉시 리스크 오프 명령을 실행한 결과다. AI는 크립토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DeFi(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의 리스크 관리와 유동성 최적화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AI 기술 주권 경쟁. 가트너는 2028년까지 전 세계 정부의 65%가 기술 주권 요건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이 AI, 반도체, 데이터센터를 독립적으로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기술 냉전의 양상을 띤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중국의 자체 AI 생태계 구축, 유럽의 AI 규제법—이 모든 것이 문명권별로 분리된 기술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 인프라도 이 블록화를 따르고 있다.

AI가 만드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 AI는 단순한 트레이딩 도구를 넘어, 신용평가, 보험, 대출, 자산관리 등 금융의 전 영역을 재편하고 있다. 특히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은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실행되는 스마트 계약 기반 화폐—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이것은 브레턴우즈 체제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금융의 미래다.

문제는 이 AI 금융 혁명마저도 문명의 전선을 따라 분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의 AI 금융은 '투명성'과 '규제'를 내세우고, 중국의 AI 금융은 '감시'와 '통제'를 기반으로 하며, 크립토 네이티브 진영은 '탈중앙화'와 '검열 저항'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하나의 보편적 금융 시스템이 인류를 통합할 것이라는 후쿠야마적 낙관론은 기술의 영역에서도 무너지고 있다.

한국이 직시해야 할 현실

한국의 독자들은 이 사태를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문명 충돌의 파장은 이미 한반도에도 깊숙이 미치고 있다.

에너지 안보의 직격탄. 이란 타격 소식에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중동의 군사적 충돌은 곧 한국 경제의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분쟁 지역화되면 한국의 에너지 수급 자체가 위협받는다.

원화와 디지털 자산의 이중 충격. 삼일PwC는 2026년에도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과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이란 군사 충돌로 달러가 단기 강세를 보이면 원/달러 환율은 더 올라가고, 한국의 크립토 투자자들은 달러 기준 자산 가치 하락과 원화 환산 손실이라는 이중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은 세계에서 크립토 거래가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다. 오늘의 시장 충격은 수백만 한국인 투자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AI 기술 주권의 최전선.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AI 기술 주권 경쟁에서의 포지션은 아직 불안정하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사이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AI 패권이 곧 군사 패권이고, 군사 패권이 곧 금융 패권인 시대—한국의 기술 주권 전략은 곧 생존 전략이다.

동아시아의 문명 충돌.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은 유교-한자 문명권 내부의 패권 경쟁이자, 서방 질서와 중화 질서의 충돌이다. 북한 핵 문제는 이념적 갈등에 민족 분단의 비극이 겹쳐진 한국만의 문명 충돌이다. 만약 이란 사태가 중국의 대만 행동을 자극한다면, 한국은 문자 그대로 지정학적 태풍의 눈에 놓인다.

'역사의 종말'이 아니라 '역사의 재개'다

서구의 글로벌리스트들은 세계경제포럼(WEF)이나 외교관계위원회(CFR) 연례회의에서 '다문화주의', '개방 국경',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외쳐왔다. '민족주의'와 '애국심'은 마치 격리가 필요한 전염병처럼 취급되었다. 하나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 하나의 보편적 가치 체계, 하나의 통합된 디지털 인프라—이것이 그들이 약속한 미래였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슬로건을 조롱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민주주의 건설'은 참담하게 실패했다. 달러의 무기화는 오히려 탈달러 진영을 키웠다. 글로벌 AI 생태계는 문명권별로 분열되고 있다. 크립토는 '하나의 세계 화폐'가 아니라 '각 문명이 자기 논리로 활용하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탈레랑이 부르봉 왕가에 대해 남긴 말—"그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아무것도 잊지 못했다"—은 오늘날 서구 글로벌 엘리트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현실 세계에서는 가치관이 중요하다. 문화가 중요하다. 종교가 중요하다. 기술 주권이 중요하다. 디지털 자산의 통제권이 중요하다. 마르크스-헤겔주의자들이 낡은 『자본론』을 흔들며 "역사는 끝났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폭력적 갈등이 사라지지 않는다. 총알이 말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현실 세계에서, 종이 위의 이론은 전장의 참호 옆 흙 속에 묻힐 뿐이다.

역사는 지금 다시 시작되고 있다

오늘 테헤란 상공의 연기는 후쿠야마의 낙관론에 대한 최종 답변이다. 비트코인의 급락과 1,280억 달러의 시가총액 증발은 문명 충돌이 디지털 금융 시장에 얼마나 즉각적으로 전이되는지를 보여준다. BRICS의 탈달러화, AI 기술 주권 경쟁, 문명권별 금융 인프라의 분열—이 모든 것은 '역사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선언하고 있다.

북극에서 남극까지, 전선은 도처에서 그어지고 다시 그어지고 있다. 과거가 현재를 규정하고, 현재가 미래를 형성한다.

한국은 이 문명 충돌의 한가운데에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 북핵 위기의 당사자, 에너지 수급의 중동 의존국, 세계 최대 크립토 거래 시장 중 하나, 반도체-AI 공급망의 핵심 노드, 그리고 급변하는 다문화 사회의 실험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의 종말'이라는 달콤한 환상도, '다양성이 곧 힘'이라는 공허한 구호도 아니다. 문명 충돌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한가운데서 기술·금융·안보의 주권을 확보하는 냉철한 전략이다.

역사의 종말 따위는 없었다. 역사의 나머지가 지금 막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