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BTS노믹스의 역설 — 광화문은 원화를 팔지 못했다

| 권성민

3월 21일 밤 8시, 전국에서 외국인의 카드 결제가 일제히 멈췄다.

서울은 물론 부산, 제주, 전국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결제가 동시에 끊겼다. 넷플릭스 190개국 생중계로 한국을 여행 중이던 외국인들이 쇼핑을 멈추고 화면 앞에 모여든 결과였다. BTS가 경복궁 앞에서 아리랑을 부르는 동안, 세계는 숨을 죽이고 광화문을 바라봤다.

공연 당일 광화문광장·덕수궁·시청역 일대에 7만5927명이 모였다. 이 중 외국인은 1만9170명으로 전체의 약 25%였다. BTS 컴백에 맞춰 3월 외국인 입국자는 전년 대비 32.7% 증가했고, 10대 외국인 입국자는 40% 늘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산업연관 분석기법을 적용한 결과 이번 공연 1회만으로 경제효과는 최대 1조4503억원에 달했다. 직접소비지출 4081억원, 생산유발효과 697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3452억원, 고용유발효과 5917명이다.

숫자는 눈부시다. 그런데 결제가 멈춘 그 순간,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떠오른다.

그 돈이 원화로 흘렀는가.

2만 명의 외국인이 쓴 돈의 경로

태국에서 온 아미는 인천공항에 내리기 전에 이미 준비를 마쳤다. 환전 앱으로 바트를 달러로, 달러를 원화로. 숙박은 에어비앤비, 굿즈는 위버스 앱, 공항 픽업은 클룩. 결제는 비자 카드. 수수료는 글로벌 카드사가 가져간다.

결제 데이터는 이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콘서트 주간 3일간 방한 외국인의 와우패스 결제가 전국에서 약 30만 건, 약 71억5000만 원 발생했다. 전년 대비 20.2% 성장했다. 공연 당일 일일 결제액 24억9000만 원은 2022년 서비스 개시 이래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광화문 인근 편의점 CU는 매출이 전주 대비 3.7배 증가했고, BTS 앨범 매출은 214.3배까지 치솟았다. 생수는 9.3배, 김밥은 14.8배, 응원봉용 건전지는 51.7배 늘었다.

소비 특수는 확실했다. 그러나 그 소비의 결제 경로를 추적하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숙박 수수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굿즈 해외 결제 수수료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가져갔다. 픽업 중개 수수료는 홍콩계 플랫폼으로 빠졌다. 원화는 한국 내 실물 소비에서만 온전히 순환했다.

부가가치는 플랫폼으로 갔다

더 큰 역설이 있다. 넷플릭스가 이번 BTS 공연 준비를 맡으면서 전 세계 190여 개 나라에 서울 도심 야경이 생중계됐다. 공연은 무료였지만, 부가가치는 플랫폼으로 쏠리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번 광화문 공연 하루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약 1억7700만 달러(약 2660억원)로, 테일러 스위프트 에라스 투어의 도시별 평균 경제효과를 약 3배 웃도는 수치다. 그런데 그 경제효과가 '원화 경제권 안'에서 발생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1840만 명이 넷플릭스로 광화문을 봤다. 넷플릭스 구독자가 늘었다. 수익은 캘리포니아로 갔다. 서울은 무대였고, 실리콘밸리가 극장주였다. 하이브와 현대경제연구원은 BTS의 컴백과 월드투어가 총 92조7000억원 규모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92조원. 숫자는 압도적이다. 그러나 그 경제효과가 원화 생태계 안에서 순환하느냐, 아니면 달러 결제망을 거쳐 빠져나가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었다면

상상 실험을 해보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안에서 작동하고 있었다면 그날 밤은 달랐다.

태국 아미는 방콕에서 출발 전에 거래소 앱에서 바트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교환한다. 수수료 0.1%, 환전 완료. 위버스 공식 굿즈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한다. 비자 수수료 없음. 광화문 편의점 김밥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산다. 카드 단말기 수수료 없음. 공연이 끝난 후 남은 잔액은 다음 한국 여행을 위해 지갑에 보관한다. 아니면 K-뷰티 쇼핑몰에서 바로 쓴다.

인도 아미는 루피 환전 없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들고 한국에 온다. 귀국 후 남은 잔액으로 한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K-콘텐츠 구독을 결제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인도에서도 원화 경제권의 상시 접점이 된다.

결제가 멈춘 그 순간도 달랐을 것이다. 화면 앞에 모인 외국인 관광객들이 넷플릭스 채팅창에서 BTS 굿즈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결제한다. 공연을 보면서, 동시에, 국경 없이. 비자 카드 없이도.

이것이 스테이블코인 외교가 K-컬처와 만나는 지점이다.

K-컬처는 원화의 최강 온보딩 채널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아프리카와 동남아를 장악한 이유는 마케팅이 아니다. 쓸 곳이 먼저 생겼기 때문이다. 달러로 결제되는 생태계가 깔렸고, 스테이블코인은 그 레일이 됐다.

원화는 다른 경로가 있다. BTS, K-드라마, K-뷰티, K-푸드. 전 세계 MZ세대가 이미 자발적으로 원화 경제권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원화를 쓰고 싶다. 문제는 원화를 디지털로 들고 다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36개국에서 375건의 외신 보도가 쏟아졌고, 이집트 언론은 이번 공연이 올림픽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내다봤다. 올림픽 개최국은 올림픽을 계기로 자국 통화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인다. 한국은 BTS라는 올림픽을 매년 치를 수 있다. 그런데 그 경기장에 원화의 디지털 입장권이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BTS 팬덤을 원화 경제권의 상시 이용자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위버스 지갑, K-뷰티 플랫폼 결제, K-콘텐츠 구독 — 이 모든 접점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기본 결제 수단이 된다면, BTS 팬덤 수억 명이 원화 경제권의 잠재 사용자가 된다.

BTS노믹스 2.0을 완성하는 마지막 레이어

'BTS노믹스 2.0'의 열기는 다음달 고양종합운동장을 시작으로 전세계 34개 도시, 82회의 월드투어로 확산할 전망이다. 회당 평균 관객수는 약 6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82회. 매 공연마다 6만4000명의 글로벌 팬. 그 팬들의 결제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BTS 월드투어는 원화의 글로벌 유통 채널이 된다. 런던 공연장에서 영국 아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굿즈를 산다. 상파울루에서 브라질 아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지갑을 연다. 뉴욕에서 미국 아미가 한국 팬 플랫폼에 원화로 후원한다.

BTS노믹스 2.0이 진정한 의미의 원화 경제 팽창이 되려면, 문화 인프라만큼 금융 인프라가 필요하다.

공연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결제 인프라는 2000년대에 머물러 있다.

1조4000억의 경제효과가 진짜 원화 경제효과가 되는 날은, 광화문에 온 2만 명의 외국인이 비자 카드 대신 원화 스테이블코인 지갑을 여는 날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