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 ③] 3,310억 달러 시장의 진실 — 헤드라인 너머를 봐야 한다

| 신티모시

INSIGHT3는 금융, 디지털 자산 및 신기술 분야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제도권 거래를 설계해 온 전문가 집단이다. 공동 저자인 윤현근(블록체인 운영 전문가), 김태림(법률·규제 전문 변호사), 티모시 신(글로벌 금융 파트너십 전략가)이 2026년 2월 출간한 『토큰화(TOKENIZATION)』를 바탕으로, 한국 독자를 위한 5편 연재를 통해 토큰화의 본질과 한국 금융의 전략적 선택을 이야기한다. [편집자주]

2024년 6월, 맥킨지(McKinsey)는 순수 토큰화 자산 시장이 2030년까지 약 2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불과 10개월 뒤인 2025년 4월, BCG와 리플은 2033년까지 18조 9,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예측을 발표했다. 10배 가까운 차이. 이 격차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음을 걷어내고 데이터로 본다

도이체방크 리서치(Deutsche Bank Research)의 2025년 11월 분석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글로벌 토큰화 자산 시장의 총 규모는 약 3,310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2018년 당시 5,970만 달러에 불과했던 시장이 불과 7년 만에 500,000% 이상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목은 시장의 외형이 아니라 그 내실, 즉 '자산 구성(Asset Mix)'의 파편화된 실체다.

현재 시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약 2,250억 달러로 전체의 90%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기관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토큰화된 미국 국채는 약 56억 달러로 전체의 약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식, 부동산, 회사채 등은 각각 전체 시장의 1% 미만이라는 미미한 비중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할 경우,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은 약 330억 달러 규모로 축소된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이 온체인 경제의 '혈관'이자 기저 통화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 일반 RWA는 '운용 수익'과 '자본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성장 동력과 규제 프레임워크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블랙록 BUIDL이 증명한 변곡점

블랙록의 'BUIDL' 펀드는 토큰화가 단순한 기술적 실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업적 배치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2024년 3월 출시된 이 펀드는 불과 1년 만에 운용자산(AUM) 25억 달러를 돌파하며, 토큰화된 미국 국채 시장 점유율의 44%를 단숨에 장악했다. 단일 연도 372.8%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BUIDL의 성공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 펀드가 다수의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운영되며, Crypto.com이나 Deribit 같은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담보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통 자본이 가상자산 생태계의 '기초 담보(Basic Collateral)'로 자리 잡았음을 뜻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토큰화 머니마켓펀드(TMMF) 규모는 최근 2년 사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수탁기관의 변화 — 금고지기가 게이트키퍼가 되다

기관 투자의 전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주체는 수탁기관(Custodians)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수탁기관의 무려 93%가 토큰화 서비스에 이미 참여 중이거나 단기 내 도입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나 BNY 멜론 같은 거대 수탁 은행들은 이제 단순히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동적 역할을 넘어,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결제를 자동화하고, 펀드 회계 데이터를 직접 온체인으로 송출하며, 자산의 전 생애주기를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하는 인프라의 중심축을 재설계하고 있다.

성장 너머의 그림자도 봐야 한다

지적 정직함을 바탕으로 시장의 제약도 직시해야 한다. 토큰화 펀드들의 보유분 90%가 단 4개의 지갑 주소에 집중되어 있는 '집중 위험(Concentration Risk)'은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2차 시장 유동성의 한계'는 토큰화의 궁극적 편익인 거래 효율성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의 5년이 금융의 새로운 규칙과 기술 표준, 그리고 시장 구조가 확립되는 '결정적 형성기'가 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제 질문은 "토큰화가 자본시장을 바꿀 것인가"가 아니다. "우리 정부와 금융기관이 그 변혁의 설계자가 되어 새로운 질서의 혜택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다음 편에서는 한국 토큰화의 현실과 반복되는 실패의 구조적 원인을 해부합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