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암호화폐 시장은 거시경제 불안, 지정학 리스크, 인공지능 경쟁 심화가 한꺼번에 맞물리며 기존 투자 공식이 빠르게 무력화되고 있다. 알레아 리서치(Alea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상승을 노리되 하락 생존을 우선하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미국·이란 갈등에 따른 유가 충격,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마비, 암호화폐 벤처투자 지형 변화, AI 플랫폼 경쟁, 그리고 주요 토큰별 구조적 강·약점을 종합적으로 짚으며 시장이 더 이상 단순한 낙관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알레아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시장의 핵심은 상충하는 두 가지 진실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데 있다. 상승 여력을 추구하되 생존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며, 데이터를 신뢰하되 데이터가 틀릴 가능성까지 감안해 헤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통했던 위험자산 중심 플레이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 기반한다. 지정학, AI 기술 역량, 자본시장 구조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기존 가정이 낡았다는 진단이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가장 큰 변수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다. 알레아 리서치(Alea research)는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유지되는 와중에도 경제 전쟁은 확대되고 있다고 봤다. 미국이 4월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와 이란 항구 봉쇄 집행에 나서고, 일부 선박이 회항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하루 약 1300만 배럴 규모의 공급 교란 가능성은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을 밀어 올렸고, 이 충격은 단순히 에너지 가격에 머무르지 않고 운송, 항공, 화학, 식품 전반에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됐다.
실제 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헤드라인 기준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4.0%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보다는 낮았지만, 세부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는 전월 대비 8.5%, 휘발유는 15.7% 상승했으나 서비스 가격은 보합에 가까웠다. 코어 PPI는 전월 대비 0.1%에 그쳐 광범위한 생산자 인플레이션 재가속보다는 유가 전가 효과가 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에너지발 충격이 지속될 경우 연준의 정책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의 최근 발언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존 윌리엄스는 전쟁이 이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고, 알베르토 무살렘은 유가 충격이 코어 인플레이션을 3%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던 인사들조차 물가 경로가 덜 우호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하면서, 시장이 기대하는 조기 금리 인하보다는 ‘에너지 인플레이션 하의 정책 마비’가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4.27~4.30% 부근에 머물고 달러 인덱스(DXY)도 반등한 점은 이런 긴장을 반영한다.
암호화폐 시장 내부에서는 벤처캐피털 자금 흐름의 변화가 뚜렷하다. 보고서는 과거처럼 광범위하게 초기 프로젝트에 투자한 뒤 토큰 상장을 통해 회수하는 ‘무차별 투자’ 모델이 사실상 붕괴했다고 진단했다. 공개 논의에서 공유된 데이터에 따르면 거래에 참여하는 고유 암호화폐 투자자는 2022년 5345명에서 최근 90일 기준 377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이탈보다 자금이 후기 단계, 인프라, 스테이블코인, 결제, 트레이딩 등 매출 기반 사업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현물 ETF, 국채형 비히클로 기관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내러티브 중심’ 토큰은 점점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대표 사례로 보고서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을 지목했다. 저스틴 선과 WLFI 간 충돌은 단순한 인물 갈등이 아니라 불투명한 토큰홀더 권리, 블랙리스트 및 동결 통제 논란, 거래소와 대차대조표를 활용한 재귀적 구조의 위험을 보여준 사건으로 해석됐다. WLFI 연계 지갑이 대규모 토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리고, 그 자금 일부가 외부로 이동한 정황은 시장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토큰은 이미 저점권에 머문 상태였고, 거버넌스 리셋과 소각안도 단기 유통량 조절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 신뢰 회복과는 별개라는 평가가 따른다.
WLFI의 구조적 문제는 암호화폐 시장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공식 약관상 WLFI의 실질적 유틸리티는 아직 거버넌스에 그치며, 보유자에게 명확한 수익 분배나 소유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반면 특정 계열 주체와 내부 이해관계자에게 대규모 토큰과 프로토콜 수익 권리가 배분된 구조는 정보 비대칭과 가치 추출 우려를 키운다. 알레아 리서치는 이런 자산을 ‘완벽한 조건이 필요하고 스트레스에 약한 구조’로 분류하며, 시장이 점차 이러한 약점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부문에서는 모델보다 플랫폼이 더 강한 해자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OpenAI와 앤트로픽의 경쟁은 단순한 성능 대결을 넘어 제품, 배포, 워크플로, 기업 잠금효과를 둘러싼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OpenAI는 코덱스와 브라우저 기능 통합, 엔터프라이즈 채택 확대를 통해 슈퍼앱 지향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앤트로픽은 신형 모델 출시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프런티어 모델 성능이 빠르게 수렴하면서 원시 모델 자체에는 높은 멀티플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시장이 더 높은 가치를 줄 대상은 사용 습관과 유통망, 업무 흐름에 깊게 침투한 플랫폼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관점은 암호화폐 투자에도 연결된다. 단순히 화제가 되는 프로젝트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경제 구조, 검증된 거버넌스, 견고한 수익 모델을 갖춘 프로토콜이 우위에 선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주목한 자산군도 이런 기준을 반영한다. 비트코인(BTC)은 상당수 공포를 이미 흡수했지만 여전히 장기 강세 추세보다 트레이딩 자산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됐다. 이더리움(ETH)은 확장성과 사용자경험 개선, 레이어1 강화라는 장기 방향성은 유효하지만 단기적으로 폭발적 아웃퍼폼을 기대하기보다 ‘유지보수와 수리’에 가까운 국면으로 해석됐다.
솔라나(SOL)는 기관 채택과 토큰화 자산, 결제, 실물자산(RWA) 흐름 측면에서 여전히 중기 성장 동력이 존재하는 자산으로 꼽혔다. 비앤비(BNB)는 서구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사이 일평균 활성 사용자 약 450만 명을 기반으로 조용히 강한 실사용 지표를 쌓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하이퍼리퀴드(HYPE)는 ETF 신청, 확장되는 제품군, 토큰 경제가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는 대표적인 ‘비싸지만 그 이유가 있는’ 대형주 익스포저로 제시됐다.
디파이 영역에서는 에이브(AAVE), 모르포, 이더나(ENA), 펜들 등 실질적 현금흐름과 구조적 촉매를 가진 프로젝트들이 차별화되고 있다고 평가됐다. 에이브는 수수료를 DAO로 귀속시키고 바이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모르포는 고정금리 대출이라는 전통 금융 수요를 온체인에서 구현하는 새 프리미티브로 주목받는다. 이더나는 준비금과 언스테이킹 구조 개선, 직접 대출 익스포저 확대 가능성으로 옵션성이 부각됐다. 펜들은 금리 거래 인프라라는 독보적 위치에도 가격은 과도하게 할인된 상태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실행 리스크가 큰 자산도 분명하다고 짚었다. 비텐서(TAO)는 단기 상승 여력은 크지만 생태계 정치와 신뢰 문제가 핵심 변수로 부각됐고, 그래스는 실사업은 나쁘지 않지만 토큰 가치 축적 구조가 여전히 불명확한 사례로 지목됐다. 스타크넷(STRK)은 인프라 프리미엄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 재평가를 받기 어려우며, 실제 사용자 유입을 이끄는 애플리케이션과 기저 토큰 가치 포착 설계가 함께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종합하면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명확하다. 거시경제는 여전히 취약하고, AI는 모델의 해자를 압축하며, 암호화폐 시장은 계속 성장하더라도 허약한 토큰 구조는 공개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단순히 상승 서사에 편승하기보다 위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자산과 프로토콜을 선별해야 한다. 알레아 리서치(Alea research)는 완벽한 조건이 갖춰져야만 작동하는 자산은 피하고, 생존력을 우선시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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