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P500지수가 채권시장의 변동성 폭발을 외면한 채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AI 관련 설비투자 확대,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 경쟁,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가속화되면서, 결국 금리 변동성이 이번 강세장을 무너뜨릴 균열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 주식·채권 변동성 괴리 '극단'… ERP 금융위기 이후 최저
S&P500지수와 채권시장 변동성 지표인 무브(MOVE)지수의 역상관 관계가 다시 극단으로 벌어지고 있다. 채권 변동성이 치솟는 와중에도 주식시장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거시 환경을 가격에 반영하며 안일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특히 주목할 지표는 S&P500의 주식위험프리미엄(Equity Risk Premium, ERP)이다. JP모건에 따르면 현재 ERP는 2.2%까지 떨어지며 2007년 저점마저 하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장기 평균 대비 약 90bp 낮은 수준으로, 주식이 금리 상승 충격에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장기 자산배분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채권의 비중 확대가 정당화되는 구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도이체방크 "워시 연준行, 금리 변동성 분포 상향 이동시킬 것"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George Saravelos) 전략가는 시장이 매파적 연준(Fed) 시나리오에 대비가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케빈 워시(Kevin Warsh)가 연준에 합류할 경우 미국 금리 변동성의 분포 자체가 상방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재정 부양과 AI 발(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가열되는 현 국면에서는 그 위험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사라벨로스는 "오는 6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관련 외환 오버나이트 변동성이 여전히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 오픈AI·앤트로픽, 사상 최대 IPO 노린다… "사우디 아람코 기록 경신"
올해는 AI 기업공개(IPO) 광풍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각각 약 6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사우디 아람코의 IPO 최대 기록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다.
도이체방크의 짐 라이드(Jim Reid) 전략가는 "이 두 건의 딜이 연말까지 위험자산 가격을 좌우할 최대 거시 변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AI는 디스인플레가 아니라 인플레 요인"… 설비투자 붐 성격 짙어져
AI 투자가 '생산성 혁명'보다는 전통적인 설비투자 붐(Capex Boom)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도 힘을 받고 있다. 사라벨로스 전략가는 ▲미국 소프트웨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율 60% 이상 급등 중이며 ▲자본재 인플레이션이 1990년대 초 이후 최고 수준이고 ▲북아시아의 AI 관련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부문 직원들에게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결정한 사례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사라벨로스는 "AI는 이제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 소프트웨어 ETF 'IGV' 스퀴즈 임박… 21/100일 이평선 골든크로스
기술주 내부에서도 흥미로운 흐름이 감지된다. 미국 소프트웨어 ETF인 'IGV'는 그동안 상단을 막아온 주요 추세선에서 정확히 반등하며 전 종목군이 동반 상승했다. 추가 스퀴즈는 IGV가 94~95달러 구간을 강하게 돌파할 경우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한 21일/100일 이동평균선의 골든크로스가 발생했는데, 직전 동일 패턴 출현 당시 소프트웨어 섹터의 상승세가 크게 가속화된 바 있다.
■ 골드만삭스 "뮤추얼펀드, 반도체로 추가 이동… 매그니피센트7은 여전히 저비중"
골드만삭스가 분석한 1분기 13-F(기관투자가 보유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뮤추얼펀드는 소프트웨어에서 반도체로의 자금 이동을 더욱 가속화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형주 뮤추얼펀드의 평균 반도체 초과 비중은 +49bp로 직전 분기 대비 25bp 확대됐다. 반면 소프트웨어 비중은 추가 축소돼, 마이크로소프트(MSFT)를 제외한 소프트웨어 저비중 폭은 -36bp까지 벌어졌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그니피센트7'에 대한 뮤추얼펀드의 저비중 폭은 -723bp로, 직전 분기 -710bp보다 더 확대됐다. 분산투자 제약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요컨대 액티브 매니저들은 AI 하드웨어로 적극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도, 소프트웨어 비중은 줄이고 대형 빅테크에 대해서는 구조적으로 저비중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 SK하이닉스 '추세선 무시 급등'… 한국발 상방 패닉 지속
한국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가파른 추세선은 물론 21일 이동평균선까지 시험할 새도 없이 다시 한 번 폭발적인 상승을 보였다. 이른바 '상방 패닉(upside panic)' 국면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 중국 A50 콜 스큐 활용한 비대칭 베팅 전략
대규모 반도체 스퀴즈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AI 하드웨어 거래를 완전히 매도(페이드)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콜 스프레드를 통해 상방 노출을 유지하면서 반전 리스크는 제한하는 전략을 권고했다. 특히 FTSE 중국 A50 지수의 변동성이 코스피 대비 크게 낮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70 이상까지 급등한 상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스큐(skew) 구조다. 중국 A50의 외가격(OTM) 콜옵션이 등가 인근 행사가 대비 비정상적으로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중국 AI 하드웨어의 상방 컨벡시티(convexity)를 여전히 공격적으로 추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ofA는 이 같은 '왜곡'을 역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 종합: 멜트업의 마지막 시험대는 '금리'
AI 강세장은 설비투자 붐과 IPO 자금 유입이라는 강력한 모멘텀을 등에 업고 있다. 그러나 ERP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매파적 연준 시나리오와 AI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결합될 경우 금리 변동성은 이번 강세장의 핵심 리스크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외면해 온 채권시장의 경고음이 결국 주식시장에 전이될지가 향후 수개월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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