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켓몬 카드는 새로운 비트코인"…르네이스 윈치맨이 그리는 'Taste Economy'

| 권성민

"우리 업계에서는 포켓몬 카드, 즉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를 '새로운 비트코인'이라고 부른다. 가치를 전송할 수 있고, 가치를 저장할 수 있으며, 고유한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르네이스 컬렉터블즈(Renaiss Collectibles)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윈치맨 리(Aiden Li·Winchman) 대표는 지난 10일 토큰포스트 서울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크립토 미디어 창업자 출신인 그가 트레이딩 카드와 실물 수집품에 주목하는 이유, 그리고 르네이스가 그리는 '테이스트 이코노미(Taste Economy)' 비전을 들었다.

윈치맨 대표는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카드 컬처 페어 2026(KCCF 2026)'에서 대표 서비스 '빈치 월드(Vinci World)'를 선보인 데 이어, 8일 제46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에 신인여우상 시상자로 참석하며 한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르네이스 컬렉터블즈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윈치맨(Aiden Li·Winchman)가 지난 8일 서울에서 열린 제46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에 참석해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홍콩 미디어 창업자에서 수집품 인프라 기업가로

윈치맨 대표는 홍콩 출신 연쇄 창업가다. 그는 르네이스를 세우기 전 홍콩 최대 규모 크립토 커뮤니티 중 하나였던 '852웹3(852 Web3)'를 창업했다. 852웹3는 커뮤니티이자 아시아 전역에서 브랜드 콘퍼런스와 이벤트를 기획하는 마케팅 에이전시로도 활동했다. 이후 그는 한 게임사에 합류해 짧은 기간 최고제품책임자(CPDO)를 지냈고, 결국 852웹3를 매각한 뒤 르네이스 컬렉터블즈를 설립했다.

그는 회사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르네이스 컬렉터블즈는 인간의 취향(Taste)을 중심으로 한 기술 기업이다. 르네이스 프로토콜(Renaiss Protocol)은 그중 하나의 프로젝트일 뿐, 우리는 일곱 개의 서로 다른 제품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네이스 프로토콜은 BNB체인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회사는 바이낸스 랩의 후신인 YZi Labs(이전 바이낸스 랩스)이 지원하는 EASY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수료했다고 밝혔다.

수집품 산업을 택한 배경에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윈치맨 대표는 6~7세 무렵부터 카드를 모으고 거래했다.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 다른 아이들에게 '카드가 필요 없으면 1~2달러에 팔라'고 한 뒤, 그 카드를 모아 다른 도시에 가서 더 비싸게 되팔았다. 어린 시절 가정 환경이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트레이더의 DNA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카드 시장 5년간 1000% 상승…팬데믹 이후 다시 연결을 찾는 사람들"

윈치맨 대표는 트레이딩 카드의 본질을 '게임'이자 '연결'로 규정했다. "TCG는 30년이 넘은 게임이다. 어릴 때 유희왕이나 디지몬 카드 덱을 들고 쇼핑센터에 가면, 모르는 사람과도 같은 게임 플레이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함께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TCG 부흥의 결정적 계기로 꼽았다. "카드의 핵심은 카드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 있다.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서로 단절됐고, 다시 연결될 이유를 찾고 있었다. TCG의 첫 번째 상승 파도가 2023년에 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 성과도 뒷받침된다. 윈치맨 대표에 따르면 트레이딩 카드 시장은 지난 5년간 약 1000% 상승하며 같은 기간 S&P500 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그는 가장 인기 있는 지식재산권(IP)으로 포켓몬을 꼽으며 이를 '카드 시장의 비트코인'에 비유했고, 두 번째 티어로는 원피스 카드를 '이더리움'에 견줬다. "원피스는 카드 인쇄 품질과 아트워크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4~5년밖에 안 된 신생 자산이라 성장 여력도 크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IP로는 디지몬을 꼽았다. 그는 "올해 디지몬 세계 챔피언을 한국 선수가 처음으로 차지했다"며 "다만 내 포지션의 대부분은 여전히 포켓몬과 원피스에 있다"고 덧붙였다.

"1년 전 저평가됐던 한국…KCCF에서 폭발적 모멘텀 확인"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윈치맨 대표는 홍콩이 무관세 지역으로 미국·일본에서 생산된 카드가 전 세계로 퍼지기 전 가장 먼저 모이는 허브라는 점을 짚으며, 1년 전만 해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시장이었다고 진단했다.

"1년 전 한국에는 카드숍이 많지 않았고, 카드하비(Card Hobby) 정도가 가장 큰 매장이었다. 일본어·영어판 카드를 구하기 어려워 현지 이용자들은 한국어판으로만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수집가라기보다 플레이어에 가까웠고, 수집가라 해도 트레이더는 아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르네이스 컬렉터블즈(Renaiss Collectibles)는 지난 6~7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한국 카드 컬처 페어(Korea Card Culture Fair·KCCF) 2026 참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사진=토큰포스트)

하지만 1년 뒤 KCCF 2026 현장에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모멘텀이 미쳤다고 할 정도였다. 3세부터 60세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문화와 연결, 소통을 즐기러 왔다"며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방문객의 30% 이상이 크립토 시장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두고 "수집품이 마침내 금융적 단계로 진입해, 사람들이 카드를 단순히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곧바로 매도해 유동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국이 향후 수집품 분야의 최상위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켓몬, 원피스 등 주요 IP 기업이 신작과 이벤트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1티어 시장이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주식엔 취향이 없지만 실물엔 취향이 있다"…테이스트 이코노미(Taste Economy)란

르네이스 비전의 핵심에는 '테이스트 이코노미'가 있다. 윈치맨 대표는 이를 "미적 가치와 인간의 취향, 문화적 의미, 감성적 가치가 적절한 인프라를 통해 경제적 가치로 연결되는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주식 거래와 실물 구매를 대비시켰다. "주식을 거래할 때는 취향이 개입하지 않는다. 돈을 벌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신뢰일 뿐이다. 하지만 실물을 살 때는 브랜드, IP, 창업자, 디자인, 공간 등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가 작동한다. 우리는 이 모든 의사결정을 '취향'이라는 구조로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카드와 아트워크는 물론 시계, 시가, 위스키 같은 모든 실물 아이템이 인간 본성에 호소하는 감성을 지닌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그는 기업의 사례도 들었다. "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 같은 기업은 이미 저마다 고유한 정체성, 즉 '취향'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를 '테이스트 시스템'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윈치맨 대표는 이 비전 하나로 초기 투자 유치를 사실상 하루 만에 마쳤다고 전했다. "투자자 상당수가 창업가로서의 나만큼 사업을 깊이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신뢰했다. 그 미래가 바로 기술로 구축되는 테이스트 이코노미"라고 했다.

윈치맨 리 르네이스 컬렉터블즈 대표가 지난 7일 KCCF 2026 메인 스테이지 패널 세션에서 'TCG의 자산화'를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토큰포스트)

"가장 유동성 높은 자산은 수집품"…6단계 레이어 인프라

윈치맨 대표는 실물자산(RWA) 가운데 수집품의 잠재력을 특히 높게 평가했다. "사람들은 금이나 주식을 실물자산이라 믿지만 그것들도 결국 디지털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거래 행위는 부동산이 아니라 실물 거래"라며 "사실 세상에서 가장 유동성이 높은 자산은 수집품이다. 다만 실물이라는 이유로 일반 기술 기업이 접근할 채널이 없어 아무도 RWA 관점에서 주목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르네이스는 수집품 시장을 6단계 레이어 구조로 설명한다. ▲레이어1은 PSA·CGC·베켓 등 감정(그레이딩) 단계 ▲레이어2는 보관(커스터디) 단계로, 르네이스가 제공하는 '볼트OS(Vault OS)'와 '숍OS(Shop OS)'가 여기에 해당한다 ▲레이어3은 정산(세틀먼트) 단계로 르네이스 XYZ가 맡는다 ▲레이어4는 유동성 단계 ▲레이어5는 분배(디스트리뷰션) 단계 ▲레이어6은 데이터 단계다.

핵심 인프라는 '제3자 커스터디의 암호학적 증명(cryptographic proof of custody)'이다. 윈치맨 대표는 "기존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카드는 결국 사진 한 장에 불과하다. 모든 거래가 플랫폼에 대한 신뢰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사기 위험이 크다"며 "은행, 카지노, 독립 보관소, 미술관 등 이미 존재하는 보관 시설을 노드로 만들어, 실물을 직접 대면 검증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로 소유자·인증자·보관자 정보를 모두 온체인에 기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플랫폼에서는 특정 카드가 지금 홍콩 어느 보관소에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며 "단순한 NFT나 미러 토큰과 달리, 실물의 위치와 소유권을 온체인에서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윈치맨 리 르네이스 컬렉터블즈 창립자 겸 CEO(왼쪽)가 지난 10일 토큰포스트 서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토큰포스트)

"우버는 차를 사지 않는다"…풀스택·신뢰 최소화 모델

윈치맨 대표는 르네이스의 경쟁 우위로 '풀스택 인프라'를 꼽았다. 기존 수집품 거래 플랫폼 대부분이 단일 레이어의 웹사이트에 머물러 있는 반면, 르네이스는 제3자 커스터디, 암호학적 증명, 디파이(DeFi) 연동, AI 에이전트 연결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우버는 차를 사지 않고, 에어비앤비는 집을 사지 않는다. 우리도 카드를 사지 않는다." 직접 재고를 매입하지 않고 플랫폼과 시스템만 제공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카드 보유자가 위탁(컨사인먼트)을 원할 경우 수익(일드)을 지급하고, 카드는 제3자 매장이나 보관소에 그대로 둔다.

공정성도 강조했다. 그는 가챠·올리팝(랜덤 카드 추첨) 모델의 무작위 값을 웹2 서버가 아닌 블록체인 오라클의 검증 가능한 난수(VRF)로 생성한다고 밝혔다. "웹2 서버 방식은 조작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직접 결과를 검증할 수 있고, 회사 수익 마진은 최대 8%로 제한해 공개적으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성과 지표도 공유했다. 르네이스 프로토콜은 2025년 11월 출시 이후 약 7개월 만에 플랫폼 거래량 5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23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윈치맨 대표는 누적 매출이 2000만 달러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BNB체인 수집품 시장 월 거래량의 100%가 우리 프로젝트"라며 "솔라나·폴리곤 등에서는 월 2억 1500만 달러 규모인 만큼 성장 여력이 여전히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르네이스 시스템은 미국·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4개국 매장과 보관소에 통합돼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동아시아 국가로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취향 데이터…AGI 시대를 위한 인프라"

윈치맨 대표가 그리는 종착점은 '취향 데이터(taste data)'다. 그는 "2026년에는 레이어1부터 레이어5까지, 즉 감정·커스터디·정산·유동성·분배 인프라를 완성하는 데 집중한다"며 "이 단계만으로도 수집품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 다음이 레이어6, 데이터 레이어다. "레이어1부터 5까지를 통해 우리가 확보하는 모든 데이터는 결국 인간의 취향과 관련된 행동 데이터다. 우리는 이 취향 데이터를 AI 세계로 가져가고자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온체인 데이터만이 위조가 불가능한 진짜 데이터다. 미래의 소비자 AI나 인공일반지능(AGI)이 진정한 '취향'을 갖추려면 이런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점에서 그는 다시 한국을 지목했다. "케이팝, 패션, 뷰티, 인플루언서, 영화까지 한국의 문화 산업은 이미 전 세계의 취향을 선도하고 있다"며 "2027년 목표는 강력한 소비자 기업·산업과 연결해 가장 강력한 취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세계 등 대형 유통 생태계를 사례로 언급하며 한국 소비자 시장의 데이터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TCG는 공매도할 수 없다"…시장 사이클을 보는 시각

수집품 시장의 거품 우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윈치맨 대표는 "모든 자산에는 사이클이 있지만, 자산마다 합의(컨센서스) 수준이 다르다"며 "TCG는 게임이 결합된 트레이딩 카드이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가도 열정과 취향을 가진 사람은 오히려 더 오래 보유할 수 있다. 매일 숫자만 보며 불안해하는 주식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TCG만의 구조적 특성도 짚었다. "비트코인이나 주식은 공매도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TCG는 공매도할 수 없다. '포켓몬을 숏 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시장이 하락해도 누구도 이득을 보지 않고, 모두가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 함께 즐기려 한다"며 "전 세계로 확산되기에 완벽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6~7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카드 컬처 페어 2026(KCCF 2026)'에서 르네이스 컬렉터블즈의 대표 서비스 '빈치 월드(Vinci World)' 부스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토큰포스트)

"암호화폐 약세장이라면, TCG 시장으로 건너오라"

마지막으로 그는 토큰포스트 독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 "크립토 산업을 배신하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모든 자산에는 사이클이 있다. 지금 크립토가 약세장이라면, TCG 시장으로 건너오는 건 어떤가"라고 그는 운을 뗐다.

그는 르네이스 커뮤니티가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디스코드에 들어오면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무료로 개발한 10개 이상의 도구를 쓸 수 있다. 분석 리포트, 포스터 생성기, 다양한 언어의 트레이딩 카드 정보가 있고, 어떤 질문을 해도 금방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윈치맨 대표는 "디즈니조차 카드를 출시했다. 어떤 IP든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쉽게 확장하며, 가장 강력하게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수단이 바로 TCG"라며 "수집품 산업은 앞으로 5~10년간 더 성장할 것이고, 우리는 모두의 출발점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르네이스는 오는 9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에 맞춰 한국에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윈치맨 대표는 "9월 한국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비용을 직접 부담해서라도 한국 역대 최대 규모의 수집품 행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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