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시아의 다음 비트코인 채택 물결은 거래소·지갑이 아닌 '증권'에서 온다"

| 권성민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대까지 밀려난 침체장. 시장의 시선이 일제히 AI로 옮겨가고, 많은 투자자가 "잠시 쉬어가자"며 발을 빼던 시기. 그런데 한 인물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일본, 한국, 홍콩, 대만, 태국에 걸쳐 6개의 상장사를 사들이고, 직원 300명을 거느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트레저리(Bitcoin Treasury) 네트워크를 1년 반 만에 만들어 낸 것이다.

그를 움직이는 건 하나의 확신이다. 비트코인을 거래소나 지갑에서 처음 접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으며, 아시아의 다음 채택 물결은 사람들이 가장 익숙해하는 '증권'의 형태로 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소라벤처스(Sora Ventures) 창업자 겸 매니징 파트너 제이슨 팡(Jason Fang)이 토큰포스트 서울 본사를 찾았다. 그는 매달 한 번씩 한국을 찾는다고 했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시장의 비관론이 짙어질수록, 그의 행보는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 "첫 비트코인 경험은 거래소가 아닌 '증권'에서 온다"

팡 창업자가 그리는 다음 채택 물결의 핵심은 '증권'이다. 그는 디지털 자산의 다음 큰 기회가,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자산을 한 번도 만져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고 봤다.

"다음 큰 기회는 디지털 자산을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거래소나 지갑을 써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쓸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 말이죠. 그들의 첫 비트코인 경험은 증권의 형태로 이뤄질 겁니다."

규제가 모호하거나, 현지 거래소에 대한 신뢰가 낮거나, 세금과 자산 관리의 학습 곡선이 부담스러운 시장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변화를 꺼리며, 익숙한 방식인 증권을 통해 디지털 자산에 노출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거래소를 위해, 지갑을 위해, 업계 모든 이를 위해 일하고 있는 셈입니다. 디지털 자산을 한 번도 만져 본 적 없던 제 지인들의 첫 디지털 자산이 바로 우리 회사 주식이었으니까요."

상장사라는 형식이 갖는 신뢰도도 강조했다. 온체인에는 매력적인 상품이 많지만, 발행 주체의 신뢰성이나 규제 문제로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반면 상장사는 거래소와 규제 당국의 기준을 통과해야 하므로, 출시되는 상품에 자연히 더 큰 신뢰가 따라붙는다는 논리다.

■ "남들이 쉴 때가 기회"…약세장 역발상

이런 확신이 그를 시장 통념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만든다. 모두가 한 발 물러설 때, 그는 한 발 더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약세장이라며 잠시 쉬어갑니다. 저는 정반대로 생각해요. 약세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가 이렇게 단언하는 데는 근거가 있다. 팡 창업자는 2015년부터 약 10년간 디지털 자산 투자에 몸담아 왔다. 그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한때 GP로 몸담았던 아시아 최초의 블록체인 벤처펀드 펜부시캐피털(Fenbushi Capital)에서 경력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여러 번의 약세장과 조정을 직접 겪어 본 셈이다.

"좋은 회사는 대개 약세장에서 나옵니다. 모두가 AI로 옮겨가고 자산에 비관적일 때, 저는 오히려 이 자산에 두 배로 베팅할 시기라고 봅니다."

그는 최근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던 이들이 대거 주식 시장으로 이동한 현상을 주목했다. 역설적이지만, 이는 그에게 긍정적인 신호다. 소라벤처스의 투자와 사업 대부분이 상장사, 즉 주식과 증권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아는, 예전에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던 사람들은 모두 주식으로 옮겨갔습니다. 이건 저에게 정말 좋은 신호예요. 우리가 시장이 원하는 방향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뜻이니까요."

제이슨 팡 소라벤처스 창업자가 토큰포스트와 마주 앉아 아시아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에 대한 구상을 풀어놓고 있다. (사진=토큰포스트)

■ 1년 반 만에 6개국 상장사…"아무도 안 하는 일"

소라벤처스는 2024년 일본 메타플래닛(Metaplanet)에 대한 투자를 시작으로, 홍콩 문 주식회사(Moon Inc.), 태국 DV8(현 아스트라·Astra로 사명 변경 진행), 한국 비트플래닛(BitPlanet), 대만 팰컨 파워(Falcon Power Co.)까지 아시아 전역으로 비트코인 트레저리 모델을 확장해 왔다. 여기에 케이맨에서 설립돼 홍콩에 기반을 둔 나스닥 상장사 아시아스트래티지(AsiaStrategy)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1년 반 만에 6개의 상장사를 만든 사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도 새로운 시장에서요. 매우 공격적인 플레이였습니다."

서로 다른 6개국에서 상장사를 운영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비결은 없다"고 답했다. 더 오래 일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쏟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운영의 핵심 비결로 '프레임워크의 동일성'을 꼽았다.

"각국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대부분 매우 유사합니다. 프레임워크가 같기 때문에 관리도, 확장도, 실행도 훨씬 쉬워집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한 국가에서 막히면 다른 국가로 옮겨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각 시장마다 규제도, 사업 방식도, 문화도 전혀 다르다. 팡 창업자는 "중국인은 중국인과, 한국인은 한국인과, 일본인은 일본인과 일한다"며 현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소라벤처스는 전 세계에서 약 3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 중 약 150명이 한국에서 일한다. 그는 한국 법인에서 비(非)한국인은 자신뿐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경영진과 직원 대부분이 한국인인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소수의 대형주가 주도해 온 한국 시장에, 해외 자본이라는 신선한 기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려는 겁니다."

■ "한국에서 '역사적인 발표' 준비 중"

한국 시장에 대한 그의 기대는 각별했다. 한국이 법인의 디지털 자산 보유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가운데, 향후 상장사들이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채택하더라도 소라벤처스 투자 기업이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투자자들이 우리 주식에 투자하는 건 단순히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앞으로 더 많은 비트코인을 확보할 수 있느냐, 즉 축적 능력을 보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의미심장한 예고를 남겼다.

"한국에서 지금 우리가 준비하는 것 중에는 역사적이라 할 만한, 매우 중대한 일들이 있습니다. 곧 발표할 내용 중 일부는 한국 업계를 놀라게 할 거예요. 새로운 방식으로 이 DAT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성훈(왼쪽) 비트플래닛 대표와 제이슨 팡 소라벤처스 창업자(오른쪽)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6’ 행사 패널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비트플래닛)

■ "비트코인 바닥은 5만 달러"…약세장을 읽는 법

침체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팡 창업자는 비트코인 트레저리 모델의 '미성숙함'을 오히려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최근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스트래티지(Strategy)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비트코인 일부를 매각하며 그간의 일관성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 것도, 그에게는 이 산업이 얼마나 이른 단계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산업의 리더이자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과거 일관성을 유지해 온 인물조차 갑자기 방향을 트는 모습은, 우리가 얼마나 초기 단계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나쁜 의도가 아니라, 상품이 너무 새롭기 때문에 적응하는 과정인 거죠."

그는 최근의 가격 약세를 AI와 스페이스X 등 다른 섹터로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거시적 흐름으로 해석하면서도, 이를 단기적 현상으로 봤다.

"AI 시장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까지 모두에게 사라고 권하기 시작하면, 보통 그건 정점에 다다랐다는 신호입니다."

비트코인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숫자보다 논리를 제시했다. 그는 6만 달러 혹은 5만 달러에서 지지선이 형성될지가 관건이라면서도, 최악의 경우를 5만 달러로 봤다.

"지난 사이클에서 5만 달러부터 12만 달러 사이에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매수한 건 월스트리트 기관들입니다. 5만 달러 아래는 이전 강세장의 매수자들, 즉 OG들의 영역이죠. 그래서 5만 달러까지 테스트할 여지는 있지만, 제 생각에 그게 바닥일 겁니다."

■ "DAT는 세일러 모델의 복사-붙여넣기가 아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모델에 대한 시장의 회의론도 짚었다. 팡 창업자는 자본을 끌어모아 비트코인만 사서 깔고 앉아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미국식 순수 DAT 모델에 처음부터 회의적이었다고 밝혔다.

"그 모델은 지속 가능했던 적이 없습니다. 아시아에서 상장사를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매출이나 규제에 따른 다양한 제약 때문에 마음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업이 있어야 하고, 현금 흐름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순수 DAT 플레이였던 적이 없습니다."

그는 DAT를 목적이 아닌 '진입점'으로 규정했다. 단순히 비트코인을 더 사는 것을 넘어, 비트코인 사업을 통해 수익(yield)을 창출하고, 각국 상장사가 서로 협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 사례로 아시아 각국의 서로 다른 금리 차를 활용한 차익거래(arbitrage) 가능성을 들었다.

"비트코인이 우리에게, 상장사이자 사업체로서 무엇을 열어주는가. 그리고 다른 관할권의 약점과 과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것이 우리 생태계 뒤에 있는 논리입니다."

흥미로운 변화도 전했다. 최근 미국이나 현지 시장 상장(IPO)이 어려워진 아시아의 비트코인 관련 기업들이,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먼저 소라벤처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 "토큰 아닌 장기 투자"…마무리 메시지

300만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그는 다시 한번 '복사-붙여넣기'식 접근을 경계했다.

"많은 미국식 DAT가 95% 하락했습니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낸 이유는, 첫날부터 그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고, 인프라의 부재를 파악해 그 위에 사업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분야를 단기 투기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우리 주식이든 어떤 주식이든, 이건 밈도 토큰도 아닙니다. 장기 투자입니다. 아시아의 규제는 여전히 한참 뒤처져 있고, 규제 당국이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2015년부터 ICO, STO, NFT, 디파이(DeFi), 그리고 지금의 RWA와 AI까지 모든 흐름을 지켜봤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인내심을 강조했다.

"우리 업계 대부분은 중간에 등반을 멈춥니다. 하지만 저는 매일 오르고 있습니다. 아시아는 유럽이 아니에요. 두 번째 기회는 없습니다. 그 사이 상장사로서 어떻게 기회를 잡을 것인가, 거기에 길이 있습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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