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 보이차, 세계 최초 '노차 RWA'가 글로벌 투자 플랫폼 스위치원(SwitchWon)에 오른다

| 권성민

1편에서 살펴봤듯, 끽다거는 30년 이상 된 진품 생차 119종 12만 편이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노차(老茶)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이었다. 감정기관도, 공식 시세도, 투명한 거래 기록도 없는 시장. 1억 원짜리 보이차를 1,000만 원에 후려쳐 사들이는 유통상들이 활개 치던 음성 시장이었다. 손성훈 케이디지티(KDGT) 대표가 6년 전 NFT 진품 인증을 들고나온 이유이자, 조만간 보이차가 세계 최초로 RWA(실물자산)의 방식으로 플랫폼에 런칭하게 된 출발점이다.

■ NFT는 '술병 인증'처럼…"코인이 아니라 실물이 먼저다"

블록체인을 가업에 접목하자는 사위의 제안에, 전통 차 가문의 반응은 어땠을까. 안성희 끽다거 대표는 당시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누구도 해킹할 수 없는 좋은 기술인데, 마침 그 시기에 스캠 코인들이 쏟아져 나왔잖아요. 오해받으면 어떡하나 싶었죠. 그래서 코인 얘기는 아예 꺼내지 않고 NFT만 이야기했습니다. 위스키 병에 붙이는 정품 인증 같은 개념으로요. 거기서부터 가족 간 타협이 시작됐어요."

손 대표의 원칙도 명확했다. "NFT는 진품 인증만 하는 겁니다. NFT 자체를 파는 게 아니라 실물 판매가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수 재고조사가 끝난 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세법·법무 검토였다. 보이차를 사고팔 때 세금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부터 확인한 것이다. 그렇게 만든 것이 국내 최초의 보이차 경매·인증 플랫폼 에셋티(ASSETTEA)였고, 어머니부터 차례로 가족을 설득했다.

손성훈 케이디지티(KDGT) 대표가 서울 토큰포스트 본사에서 가격이 오르는 보이차의 다섯 가지 조건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토큰포스트)

경매가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에까지 보도되자 예상치 못한 반응이 쏟아졌다. 전국에서 "우리 집 보이차도 감정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친 것이다. 수천만 원의 꿈을 안고 찾아온 차들의 대부분은 최근 만들어진 숙차이거나 10~20년밖에 안 된 생차였다. 끽다거가 경매에 받아준 차들은 과거 끽다거가 직접 판매해 이력을 보증할 수 있는 차들이거나 명백히 오래된 진품이면서 구매 이력이나 영수증이 확실한 보이차들이었다. 경매 시장에서 물품 이력(provenance)이 그만큼 결정적이라는 방증이다. "홍콩 옥션도 저희가 가져가면 간단한 인증만을 거치고 매입하거나 경매에 출품해주지만 다른 사람이 가면 정말 꼼꼼하게 봅니다."

원래 목표였던 조각투자는 법이 발목을 잡았다. "원래는 STO를 하고 싶었는데 법안이 없었어요.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올해 초 관련 법제가 정비되면서, 6년을 기다린 퍼즐이 마침내 맞춰졌다.

■ 스위치원 런칭 카운트다운…상품교환권과 1:1 실물 교환

이번에 스위치원이 운영하는 디지털 실물자산(RWA) 거래 플랫폼에 오르는 차는 1989년 하관다창(下關茶廠)에서 만든 '하관청소타'다. 스위치원은 연간 10조원 이상의 거래량을 보유한 글로벌 자산 기반 투자를 다루는 플랫폼이다. 하관청소타는 37년 된 생차로, 그동안 외환·금·은·동 등 거래하던 스위치원에 오르는 첫 비(非)금속 실물자산이다.

구조는 이렇다. 끽다거가 발행하는 것은 '디지털 상품 교환권', 즉 실물 교환권이다. 거래 단위는 실물 1개가 상품교환권 1개, 가격은 2,500,000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플랫폼에서 사고팔아 시세 차익을 노릴 수도, 실물과 교환하여 직접 마실 수도 있는 구조다. 상장 물량은 보관 설비를 갖춘 창고에 보관된다.

"단순히 코인처럼 발행하는 게 아닙니다. 홍콩은 보이차를 자산으로 인정합니다. 이탈리아 은행이 치즈를 담보로 대출해주듯이요."

■ 왜 하관청소타인가…"가장 저평가된 차를 골랐다"

품목 선정에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찻잎은 크기에 따라 1~10등급으로 나뉘는데, 가장 작고 여린 1~2등급 잎으로 만든 것이 타차(沱茶)다. 생산량 자체가 전체의 10~15%에 불과한 데다 마니아층이 우선 매입을 했기에 시중에 거의 풀리지 않았다. 그 사이 물량이 많은 병차(餠茶)가 경매 시장을 주도하며 가격이 먼저 올랐고, 타차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끽다거 창고에 적재된 하관청소타 실물. 이번 비단 상장스위치원 런칭 물량 1만 편은 전체 보유량 12만 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사진=끽다거 제공)

손 대표는 같은 연대의 차를 비교 사례로 들었다. 1950년대 홍인을 재현해 1988년에 만든 '8892'는 400g 한 편에 약 4,000만 원, 100g당 1,000만 원꼴이다. 반면 1989년산 하관청소타는 100g에 250만 원. "사실 더 귀한 차인데 4분의 1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어요. 재평가가 되면 가격이 올라갈 폭이 그만큼 넓다는 뜻입니다." 그가 처음 이 차를 접했던 9년 전 가격은 40~50만 원대였다. 9년 만에 5배가 됐지만,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는 판단이다.

보이차 가격은 계단식으로 움직인다. 보이차 진기(陳期)의 앞자리가 바뀌거나, 경매에서 기록적 낙찰가가 나오거나, 설(春節)을 기점으로 한 해 10~20%씩 오르는 식이다. "처음 런칭하는 만큼 매입하신 분들이 무조건 이득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를 여지가 가장 큰 품목을 골랐습니다." 이번 런칭 물량 1만 편은 전체 보유량 12만 편의 10분의 1도 안 된다. 다른 RWA 거래소들과의 후속 상장 논의도 이미 진행 중이다.

중국 프리미엄 차 시장 규모 추이. 2015년 355억 위안에서 2024년 1729억 위안(약 31조 6,000억 원)으로 10년 새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자료=iiMedia Research)

■ 홍콩 옥션의 러브콜, 다이마루의 방문…국경을 넘는 노차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끽다거에는 홍콩 옥션들이 경매 진행 물량을 요청하는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에서는 보이차가 이미 자산으로 거래되는 만큼 협의가 오갔지만, 팬데믹과 중화권 정세 변화로 일정이 미뤄졌다. 두 사람의 태도는 느긋하다. "지금은 너무 싸니까 안 줍니다. 런칭 이후에,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내놓을 겁니다."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에서는 오사카의 명문 백화점 다이마루(大丸)가 움직였다. 연간 5억 원 이상을 쓰는 최상위 고객을 전담하는 프리미어 컨시어지 팀이 "오래된 보이차"라는 말에 곧바로 매입 미팅을 잡고 직접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쿠사마 야요이 한정판 같은 하이엔드 컬렉터블을 다루던 조직이 노차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셈이다. "물론 저희도 가격이 안 맞으면 안 팝니다." 손 대표가 덧붙였다.

기관 자금의 관심은 더 직접적이다. 손 대표는 최근 쿠알라룸푸르, 홍콩, 아부다비를 잇달아 다녀왔다. "기관들도 그동안 RWA에 투자하고 싶었어도 마땅한 아이템이 없었어요. 특히 화교권 패밀리오피스들이 관심이 큽니다. 이들은 보이차에 대해 알고 있거든요. 또한 RWA는 실물이 받쳐주니 하방이 있잖아요. 펀드레이징을 해서 RWA가 나오면 매입하겠다는 곳들이 있어요." 올해 RWA 법안이 발효된 아부다비에서는 국부펀드 측이 RWA 거래소 상장 품목을 물색하다 말레이시아 거래처를 통해 끽다거를 소개받아 미팅이 성사됐고, 매입 의사를 밝힌 상태다. 술 대신 차를 마시는 중동의 문화도 한몫했다.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도 흥미로운 흐름이다. "올드 빈티지 와인에서 나는 그 맛과 향이 오래된 보이차에도 있습니다. 와인 마니아들이 나이가 들어 와인을 못 마시게 되면 보이차에 관심을 갖게 되어요." 안 대표의 말처럼, 노차는 와인 다음의 럭셔리 대체자산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 다음 목표는 '인증기관'…부스러기 0.5g의 메타데이터

두 사람이 그리는 종착점은 단순히 플랫폼 런칭이 아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노차 인증기관'이다. 끽다거는 국내 대학 식품공학 연구진과 손잡고 보유 중인 119종의 노차 부스러기에서 연대별 성분 메타데이터를 추출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스러기 0.5g이면 분석이 가능하고, 연대에 따라 성분 그래프가 뚜렷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근거다. 숙차와 생차도 데이터상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왜 아무도 안 했느냐고 교수님께 여쭤봤더니 답이 간단했어요. 비싸서요. 120년 된 차의 데이터를 만들려면 그 차가 최소 몇 억에서 몇 십억 원입니다. 연구비로는 불가능하죠. 저희는 1900년대 초부터 2000년대까지의 차를 직접 갖고 있으니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으니까요." 관련 특허 4건은 안 대표 명의로 이미 등록을 마쳤다. 성분 데이터를 NFT로 등록해두면, 어떤 차가 들어와도 비교 검증이 가능한 구조다. 중국 본토의 감정기관조차 어려워하는 영역을, 한국 기업이 표준으로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제도 개선의 발자국도 남겼다. 발효차는 오래될수록 좋아지는데 일률적으로 유통기한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져, 2016년 이후 발효차는 유통기한 대신 제조연월일만 표기하면 되도록 바뀌었다. 보이차가 RWA가 될 수 있는 법적 토대 중 하나다.

특허 4건. 차 비즈니스 플랫폼 운영 시스템과 블록체인·AI 학습·판매처 인증 기반의 보이차 감별 시스템으로, 끽다거가 구상하는 '노차 인증기관'의 기술적 토대다. (사진=끽다거 제공)

■ "세월은 우리 편"…20년 사이클로 3대를 잇는 사업

끽다거의 사업 호흡은 길다. 부모 세대가 호급차·인급차를 판 수익으로 2000년대 초 당시 10여 년 된 80년대 차들을 수입했고(수입필증도 모두 보관 중이다), 20년을 묵혀 지금의 주력 상품으로 키웠다. "이번 판매 수익으로는 저희 아들딸, 3대가 팔 차를 매입할 겁니다. 20년 사이클이죠. 어떤 차가 오를지 분별할 수 있는 노하우가 저희에겐 있으니까요."

역할 분담도 정해졌다. 손 대표는 RWA 시장 확장에, 안 대표는 차세대 차 발굴과 차 문화 전파·교육에 집중한다. "부모님이 34년간 해온 이 일을 이어받아 세상이 인정하는 공신력을 얻는 것, 그게 제겐 가장 큰 의미입니다. 그 위에서 사람들이 차를 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려고요." 안 대표의 말이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업계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손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비(非)금속 실물자산인 보이차가 플랫폼에 런칭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차가 우리나라에서 난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 물량을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자산이고요. 웹3와 블록체인 시대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에서는 마셔서 사라졌고, 한국에서는 팔리지 않아 창고에 남았던 차. 인기가 없어 쌓여 있던 재고가 반세기를 건너 보물이 됐고, 이제 블록체인 위에서 누구나 편하게 매매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끽다거(喫茶去) — "차나 한잔 들고 가시게"라는 천년 전 선문답이, 2026년 한국의 플랫폼에서 새로운 답을 얻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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