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달러 예측 시장, 정보 금융의 새 인프라 될까…타이거리서치, 아시아 규제 공백 경고

| 이도현 기자

예측 시장이 월간 거래량 140억 달러를 넘어서며 ‘정보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예측 시장이 단순한 베팅 구조를 넘어 실시간 확률 산출과 정보 집계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메타의 시장 진입 움직임까지 맞물리면서 제도권이 주목하는 성숙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측 시장은 사건 발생 시 1달러, 발생하지 않으면 0달러로 정산되는 ‘예/아니오’ 계약을 사고파는 구조다. 이 계약 가격은 곧 해당 사건의 실현 가능성을 뜻한다. 예컨대 특정 계약이 40센트에 거래되면 시장은 그 사건의 발생 확률을 40%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격은 중앙 기관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호가창에서 매수자와 매도자의 주문이 맞붙으며 형성된다.

이 같은 구조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18세기 영국 커피하우스의 정치 베팅, 19세기 미국 장외 선거 베팅 시장이 초기 형태로 꼽힌다. 현대적 제도권 실험은 1988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의 아이오와 전자시장(IEM)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연구진은 여론조사가 포착하지 못한 선거 결과를 시장 기반 메커니즘으로 예측하려 했고, 실제로 1988년부터 2004년 사이 전통 여론조사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늘날 예측 시장의 외형은 훨씬 넓어졌다. 스포츠 경기, 정치 선거, 금리 결정, 물가지표, 기업 가치, 암호화폐 가격, 주식 흐름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사건이 거래 대상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BTC)과 같은 디지털 자산 가격 전망도 활발히 다뤄지며, 예측 시장은 암호화폐 생태계와 전통 금융, 정보 산업이 교차하는 접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특히 이 시장의 본질을 ‘스킨 인더 게임’에서 찾았다. 참가자가 자신의 자본을 걸고 판단하기 때문에,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비용이 수반되는 정보 제출이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틀리면 손실을 보기 때문에 참여자는 최신 정보와 객관적 근거를 최대한 신속하게 반영하게 되고, 그 결과 가격은 여론조사나 전문가 코멘트보다 더 촘촘한 확률 지표가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사례도 제시됐다. 2026년 2월 공개된 연준 관련 연구에서는 2022년 이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전 예측 시장의 금리 전망이 실제 결정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전통 금융시장의 연방기금 선물이나 블룸버그 컨센서스보다 더 정밀한 신호를 제공한 배경으로, 참가자의 자본 노출 구조를 꼽았다.

정치 영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됐다. 2026년 6월 한국 지방선거 당시 폴리마켓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14곳의 당선자를 맞혔다. 기존 출구조사가 ‘경합’이라는 모호한 표현에 머문 반면, 예측 시장은 실시간 거래 가격을 통해 보다 수치화된 확률을 제시했다. 이는 예측 시장이 단순한 흥미성 서비스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가격으로 바꾸는 정보 체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 작동의 마지막 열쇠는 오라클이다. 사건 종료 후 결과를 무엇으로 확정할지 판단하는 장치로, 탈중앙형과 중앙집중형으로 나뉜다. 탈중앙 오라클은 보증금을 건 제안과 이의 제기 절차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고, 중앙형은 사전에 정한 공식 기준에 따라 운영 주체가 결과를 확정한다. 보고서는 리미트리스(Limitless) 사례를 언급하며, 암호화폐나 주식 관련 마켓은 자동화된 데이터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스포츠·정치 같은 커스텀 이벤트는 운영팀이 수동 판정하는 방식이 병행된다고 설명했다.

산업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최근 월간 거래량은 140억 달러를 넘어섰고, 주요 플레이어의 기업가치도 400억 달러 수준까지 거론된다. 여기에 뉴욕타임스가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예측 시장 앱 ‘아레나’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예측 시장이 초기 실험 단계를 벗어나 명확한 시장 적합성(PMF)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빅테크의 진입은 이 시장이 더 이상 주변부 실험이 아니라는 강한 신호로 읽힌다.

다만 규제 환경은 지역별로 크게 엇갈린다. 미국은 칼시(Kalshi)의 선거 예측 계약을 둘러싼 법적 공방을 거치며 예측 시장을 제도권 논의 안으로 끌어들였다. 법원은 선거 예측 계약을 단순 사행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후 ICE, 로빈후드, CME 등 전통 금융 자본의 진입 가능성도 커졌다. 반면 아시아는 여전히 예측 시장을 도박 규제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보고서는 이 지점에서 아시아의 정책 공백을 강하게 지적했다. 규제 차익으로 인해 이용자와 자본이 해외 플랫폼으로 빠져나가고, 자국 사회를 읽을 수 있는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축적되며, 이용자는 제도권 보호 없이 사각지대에 방치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 규제 문제가 아니라 ‘정보 주권’의 문제로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결국 핵심은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제도권 안에서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예측 시장을 둘러싼 논의가 더 이상 회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예측 시장은 예측 정확도, 실시간 위험 감지, 자산 가격 반영이라는 세 축에서 이미 의미 있는 효용을 입증하고 있으며, 예측 시장 데이터는 향후 금융시장과 정책 판단에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정보 자산으로 평가된다. 아시아가 이 흐름을 외면할수록 산업 주도권과 데이터 주권은 해외로 넘어갈 가능성이 더 커진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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