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승을 앞두고 스페인과 아르헨티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번 비교는 축구가 아니라 ‘스타트업 투자’다. 두 나라는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최근 투자 흐름만 놓고 보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먼저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작지만 끈질긴’ 스타트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연간 벤처투자 유치 규모는 통상 수억달러 수준으로, 중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과 멕시코보다는 작다. 그럼에도 굵직한 성공 사례를 꾸준히 만들어온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대표 사례는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한 전자상거래 기업 메르카도리브레다. 현재 우루과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작은 차고에서 시작한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나스닥 상장사인 메르카도리브레의 시가총액은 약 940억달러, 원화로 약 139조9660억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기반 핀테크 기업 우알라가 주목받고 있다. 우알라는 지금까지 총 11억달러, 약 1조6379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올해 3월에만 1억9500만달러, 약 2904억원을 조달했다.
올해 대형 투자를 받은 기업도 핀테크에 집중됐다. 결제 인프라 스타트업 포멜로는 카스섹과 인사이트파트너스가 공동 주도한 시리즈C에서 5500만달러, 약 819억원을 확보했다. 결제·수납 인프라 기업 타피 역시 2월 시리즈B에서 2700만달러, 약 402억원을 유치했다.
아르헨티나 스타트업 투자는 2026년 들어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이미 웃도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단일 대형 라운드 유무에 따라 연간 총액 변동성이 큰 편이다.
스페인은 월드컵 결승에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프랑스보다 한발 뒤처진다. 2026년 들어 스페인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전 단계 합산 20억달러 미만으로, 같은 기간 프랑스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그렇다고 투자 파이프라인이 약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야별 색깔은 뚜렷하다. 올해 최대 투자처는 우주기업 PLD 스페이스다. 이 회사는 3월 시리즈C에서 2억600만달러, 약 3067억원을 조달했다. 달과 화성 임무를 지원하는 ‘글로벌 우주 수송 서비스 제공자’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AI 기반 인사·급여 관리 플랫폼 팩토리얼도 대형 자금을 끌어왔다. 팩토리얼은 6월 기업가치 25억달러를 인정받으며 시리즈D에서 1억5000만달러, 약 2234억원을 유치했다. 누적 지분 투자금은 3억5000만달러, 약 5212억원을 넘는다.
마드리드 기반 기업들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근우주 인프라와 우주관광, 항공우주 데이터에 집중하는 EOS-X 스페이스는 5월 시리즈D에서 1억4000만달러, 약 2085억원을 조달했다. 지리공간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도구 개발사 주플 역시 4월 시리즈B에서 1억3000만달러, 약 1936억원을 유치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스페인 스타트업 투자 역시 증가세다. 최근 수년간 연간 투자금은 18억~28억달러 범위에서 움직였고, 2026년은 전년 대비 성장세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은 축구에서는 강호지만,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는 여전히 ‘언더독’에 가깝다. 최근 AI 중심 투자 사이클에서 자금이 실리콘밸리와 일부 핵심 허브로 더 강하게 쏠리고 있다는 점도 이들에겐 불리한 환경이다.
그럼에도 두 나라가 보여주는 최근 투자 흐름은 분명한 신호를 준다. 아르헨티나는 핀테크를 중심으로, 스페인은 우주·AI 분야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쌓고 있다. 글로벌 자본이 더 넓은 지역으로 분산된다면, 두 시장 모두 지금보다 큰 도약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스타트업 투자에서도 중요한 것은 ‘규모’만이 아니다. 제한된 자금 속에서도 어떤 산업에 집중하고, 어떤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느냐가 다음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는 이미 축구에서 이를 증명했고,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같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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