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분석기관 CCS인사이트가 SK그룹의 인공지능 투자 전략을 두고 아시아·태평양 기술 질서를 바꿀 정도의 대형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반도체를 더 많이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구동하는 핵심 부품부터 데이터센터, 서비스 인프라까지 한꺼번에 묶는 방식으로 한국 기업의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숀 콜린스 CCS인사이트 대표는 지난 4일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SK그룹이 인공지능 경제를 겨냥해 1조3천6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아시아·태평양 기술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더 이상 인공지능용 부품만 공급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지능 그 자체’를 수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지능은 인공지능 모델과 이를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연산 역량, 데이터 처리 체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읽힌다.
콜린스 대표는 특히 SK그룹이 반도체 경쟁력과 이른바 ‘AI 팩토리’ 전략을 결합해 풀스택 사업자, 즉 부품·인프라·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구조를 만들려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등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 7천60억달러를 투입하고, 핵심 생산기지인 용인 메가클러스터의 구축 완료 시점도 기존 계획보다 12년 앞당긴 2033년으로 제시됐다. 이는 인공지능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에 대한 평가는 더 직접적이었다. 콜린스 대표는 SK텔레콤이 2035년까지 15기가와트 규모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에 6천42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라며, 엔비디아와의 협력 등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통신사에서 벗어나 아시아·태평양 전역을 겨냥한 주요 그래픽처리장치 서비스 사업자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그래픽처리장치 서비스는 기업이 직접 비싼 인공지능 칩을 사지 않고도 외부 인프라를 빌려 쓰는 방식으로, 인공지능 산업이 커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분야다. 그는 미국의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지출이 최대 7천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SK그룹의 장기 투자 전략이 이에 맞서는 지역 단위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콜린스 대표는 1993년 CCS인사이트를 설립했고,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 심사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는 특히 SK텔레콤 같은 통신사업자가 이처럼 대규모 인공지능 전용 인프라에 투자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통신업계 전반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결국 통신사의 미래 수익원은 단순 회선 제공이 아니라 국가나 지역이 자체 인공지능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소버린 AI 팩토리’로 진화하는 데 있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반도체와 통신, 데이터센터를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인공지능 공급망으로 묶는 경쟁을 더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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