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카드 해킹 피해가 하루 만에 1억 달러를 웃돌며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을 키웠지만, 비트코인(BTC)과 주요 알트코인은 외부 거시 호재에 힘입어 반등했다. 다만 이번 상승은 암호화폐 시장 내부의 자생적 매수세보다 미국 증시 급등과 위험자산 선호 회복에 연동된 흐름이라는 점에서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인피드(CoinFeed)는 최근 리서치를 통해 콜드카드 보안 사고,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흐름, 미국 금리 경로, 이더리움(ETH)과 리플(XRP), 솔라나(SOL)의 개별 재료를 종합할 때 현재 반등은 ‘안도 랠리’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변수는 보안 리스크였다. 콜드카드 하드웨어 지갑의 펌웨어 취약점을 노린 공격으로 약 4500개 주소에서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비트코인이 탈취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일 제기됐던 피해 우려가 실제 손실로 확인된 사례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해킹은 투자심리를 급속히 얼어붙게 만들지만, 이번에는 시장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비트코인은 24시간 기준 1.06% 오른 6만4214달러, 이더리움은 0.85% 상승한 1874달러를 기록했고, 리플과 솔라나도 약보합권에서 버티며 낙폭 확대를 피했다.
문제는 반등의 ‘출처’다. 이번 상승은 암호화폐 생태계 내부 요인보다 미국 증시가 이끈 결과에 가깝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관련 발언 이후 브렌트유가 5% 넘게 밀리며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내려왔고, 이는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를 자극했다. 그 결과 나스닥은 3.2%, S&P500은 1.8% 상승하며 위험자산 전반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같은 날 비트코인은 S&P500과 89% 수준의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며 움직였는데, 이는 암호화폐 시장이 독립적 재료보다 거시 유동성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수급 측면에서도 자생적 반등으로 보기엔 다소 애매한 지표가 확인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8월 3일 하루 동안 1억7000만 달러가 순유입됐고, 8월 4일 거래량도 43% 늘었다. 기관 자금이 악재를 일부 흡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곧 강한 추세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국내 시장에서도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9000만 원 선을 유지했지만 24시간 거래대금은 7.50% 감소했다. 이는 시장 전체가 일제히 살아난 구조라기보다 일부 신규 상장 소형 코인에 자금이 쏠린 ‘선별적 반등’으로 읽힌다.
시장 심리 역시 여전히 불안하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조2800억 달러, 24시간 거래량은 534억 달러,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56.6%를 기록했다. 특히 공포·탐욕 지수는 25로 ‘극도의 공포’ 구간에 머물렀다. 일반적으로 이런 수치는 저가 매수 기회로도 해석되지만, 반대로 추가 충격에 대한 방어력이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포’가 과도하더라도 반등의 근거가 약하면 시장은 재차 흔들릴 수 있다.
개별 자산 가운데서는 이더리움이 상대적으로 구조 개선 기대를 품고 있다. 이더리움 현물 ETF는 8주 연속 순유출 흐름을 끊고 7월 한 달간 3억6500만 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블랙록의 이더리움 ETF인 ETHA가 10월 6일 1대3 역분할을 예고하면서 거래 스프레드를 기존 7bp에서 2bp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역분할 자체가 자산 가치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거래 편의성과 유동성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더리움 연구진이 검증인 보상 일부를 소각하고 스테이킹 비율 상한을 50% 수준으로 제어하는 방안을 제안한 점도 공급 측면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 코인피드(CoinFeed) 리서치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1850달러 부근 지지를 유지하는 동안 2000달러 재돌파 기대가 살아 있을 수 있다.
리플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민감한 분기점에 선 자산으로 꼽힌다. 가격은 1.0750달러로 핵심 지지선인 1.06달러를 간신히 웃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구간을 기준으로 상하단 시나리오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본다. 1.06달러를 지켜내면 8월 중 1.64달러 반등 가능성이 열리지만, 이 선이 무너지면 0.62달러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온체인에선 고래 지갑 보유 비중이 11.98%까지 확대됐고, XRP 레저 기반 실물자산 토큰화(RWA) 보유자도 한 달 새 25% 늘었다. 다만 현물 ETF 누적 유입 규모가 15억1000만 달러에 달했음에도 순자산이 9억8878만 달러 수준에 머무는 것은 가격 하락의 충격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기관이 유입됐어도 가격 방어가 완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이르다.
솔라나는 보다 선명한 단기 촉매를 갖고 있다. 8월 17일 예정된 메인넷 기능 활성화가 핵심 이벤트다. 현물 ETF는 7월 모든 거래일에서 순유입을 기록하며 누적 11억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기술적으로는 72.27달러 지지선 유지와 76.27달러 돌파 여부가 단기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단기 일정이 명확한 자산일수록 자금이 집중되기 쉬운 만큼, 현재처럼 시장 전체 확신이 약한 국면에서는 솔라나와 같은 이벤트형 종목군이 상대적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정책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상원에서는 디지털 자산의 증권·상품 분류를 보다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 법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공화당의 신시아 루미스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표결 지연 중단을 촉구했고, 캐시 우드가 관련 코인주를 대거 매수한 점도 시장의 기대를 자극했다. 특히 리플은 규제 명확성의 수혜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만큼, 해당 법안의 진척 여부가 8월 가격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내년부터 연 250만 원 초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지방세를 포함해 22%를 과세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 수순에 들어가면서 국내 투자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시 변수 중 가장 큰 압박은 금리다. 달러인덱스(DXY)는 100선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55%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7월 ISM 제조업 PMI가 55.6으로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매파적 해석이 다시 힘을 받았다. 예측시장 칼시 역시 0.25%포인트 인상 확률을 53%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은 결국 달러 유동성을 위축시키고 위험자산 선호를 약화시킨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미국 증시와 높은 상관성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금리 경로 변화는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전반의 상단을 제한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TF 시장 내부의 양극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가운데 해시덱스 상품은 운용자산이 1470만 달러 수준까지 줄어 상장 폐지와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출범 19개월 만에 첫 청산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다. 비트코인 약 225개를 매각해 8월 28일 주주에게 현금 지급이 예정돼 있다. 이는 ETF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모든 상품이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며, 블랙록·피델리티 등 상위 운용사로 자금이 쏠리는 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곧 전면적 호재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장면이다.
종합하면, 이날 암호화폐 시장 반등은 악재를 완전히 털어낸 ‘추세 전환’보다는 외부 유동성 기대가 만든 ‘기술적 반등’에 가깝다. 비트코인은 50일 이동평균선인 6만3311달러 위를 지켰지만, 100일 이동평균선인 6만4891달러를 확실히 돌파하지 못하면 상방 신뢰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 이더리움은 ETF 수급과 구조 개편 기대가 더해지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솔라나는 메인넷 업그레이드라는 단기 촉매가 뚜렷하다. 반면 리플은 1.06달러라는 ‘분기점’ 아래로 밀릴 경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코인피드(CoinFeed)는 해당 보고서에서 해킹 충격을 시장 자체 수요가 아닌 외부 위험자산 랠리로 흡수한 만큼, 투자자들은 이번 상승을 성급히 낙관하기보다 금리, ETF 자금 흐름, 규제 이벤트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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