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카드 해킹 여파로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이 커졌지만, 외부 위험자산 랠리에 힘입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주요 자산은 일단 반등 흐름을 연출했다. 다만 이번 상승은 시장 내부의 자생적 수급보다 미국 증시 강세와 유가 하락 기대에 연동된 성격이 짙어,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인피드(CoinFeed) 리서치에 따르면 해킹 충격에도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입이 이어졌고, S&P500과의 높은 상관관계 속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위험자산 전반의 상승 흐름을 따라 움직였다.
시장은 24시간 동안 비트코인(BTC) 6만4214달러, 이더리움(ETH) 1874달러, 리플(XRP) 1.0750달러, 솔라나(SOL) 74.04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전체 시가총액은 2조2800억 달러, 24시간 거래량은 534억 달러,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56.6%를 기록했다. 공포·탐욕 지수는 25로 ‘극도의 공포’ 구간에 머물렀다. 이는 투자 심리가 여전히 위축돼 있음을 뜻하며, 반등이 나타났더라도 시장 전반의 확신은 부족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핵심 악재는 콜드카드 하드웨어 지갑의 펌웨어 취약점을 노린 해킹이었다. 약 4500개 주소에서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비트코인이 탈취된 것으로 집계되면서 보안 우려가 단숨에 시장 전면으로 떠올랐다. 하드웨어 지갑은 통상 오프라인 보관 수단으로 인식돼 왔지만, 이번 사건은 장치 내부 소프트웨어 취약점이 여전히 치명적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시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코인피드(CoinFeed) 분석을 보면 8월 3일 하루 동안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1억7000만 달러가 순유입됐고, 8월 4일 거래량도 43% 증가했다. 기관 자금이 악재를 일정 부분 흡수한 셈이다. 다만 이는 암호화폐 고유의 강한 매수세라기보다 외부 유동성 환경 개선 기대와 동행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거시 환경은 하루 만에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자 브렌트유는 5% 넘게 밀리며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기대를 키웠고, 그 결과 나스닥은 3.2%, S&P500은 1.8%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갔다.
암호화폐 시장도 이 흐름에 연동됐다. 특히 S&P500과의 상관계수가 89%에 달할 정도로 높은 동조성을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비트코인(BTC)의 상승폭이 미국 기술주보다 작았다는 점은 오히려 현재 시장이 독자적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기보다, 외부 위험자산 랠리의 후행 반응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이 9000만 원 선을 유지했지만 24시간 거래대금은 7.50% 감소해 반등의 체력이 강하지 않다는 신호를 남겼다.
메이저 자산 가운데 이더리움(ETH)은 상대적으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더리움 현물 ETF는 8주 연속 순유출 흐름을 끊고 7월 한 달간 3억6500만 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블랙록의 이더리움 ETF인 ETHA가 10월 6일 1대3 역분할을 통해 거래 스프레드를 7bp에서 2bp로 축소하겠다고 밝히면서 기관 거래 효율성 개선 기대도 커졌다. 가격 자체를 끌어올리는 직접 재료는 아니지만, 수급 측면에서는 분명한 우호 요인이다. 이더리움 연구진이 검증인 보상 일부 소각과 스테이킹 비율 상한 조정을 제시한 점도 공급 축소 기대를 더했다.
리플(XRP)은 가장 뚜렷한 분기점에 서 있다. 시장에서는 1.06달러를 지키면 8월 중 1.64달러 반등, 반대로 이탈하면 0.62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동시에 거론된다. 현재 가격은 1.0750달러로 핵심 지지선 바로 위에 걸쳐 있다. 고래 지갑 보유 비중이 11.98%까지 늘었고, XRP 레저 기반 실물자산 토큰화(RWA) 보유자도 한 달 새 25% 증가했다. 그러나 현물 ETF에 15억1000만 달러가 누적 유입됐음에도 순자산이 9억8878만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기관 매수에도 가격 하락이 더 컸던 현실을 보여준다.
솔라나(SOL)는 8월 17일 예정된 메인넷 기능 활성화가 단기 촉매로 작동하고 있다. 현물 ETF도 7월 전 거래일 순유입을 기록하며 누적 11억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기술적으로는 72.27달러 지지 여부와 76.27달러 돌파가 단기 방향성을 가를 핵심 구간으로 꼽힌다. 최근 알트코인 가운데서는 카르다노(ADA), 하이퍼리퀴드(HYPE) 등도 강세를 보였지만, 아직은 선택적 순환매에 더 가깝다는 평가다.
정책 환경도 시장의 또 다른 변수다. 미국 상원에서는 디지털 자산의 증권·상품 분류를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 법안이 이번 주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법안은 특히 리플(XRP)의 규제 해석과 직결될 가능성이 커 시장 참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신시아 루미스 의원이 민주당의 표결 저지 중단을 촉구한 데 이어, 캐시 우드가 관련 코인주를 대거 매수한 점도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내년부터 연 250만 원 초과 가상자산 소득에 22% 세율을 적용하는 과세 방안이 사실상 확정 수순에 들어간 상태다.
거시 측면에서는 달러와 금리가 부담이다. 달러인덱스(DXY)는 100선 부근 공방을 이어가고 있고,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55%로 반영하고 있다. 7월 ISM 제조업 PMI가 55.6으로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매파적 해석이 힘을 얻었다. 금리 인상은 유동성을 조이는 요인인 만큼 암호화폐 같은 위험자산에는 ‘역풍’이 될 수밖에 없다.
종합하면 이날 암호화폐 시장 반등은 해킹 악재를 완전히 털어낸 결과라기보다 미국 증시 급등과 유가 안정 기대에 편승한 성격이 강하다. 비트코인(BTC)은 50일 이동평균선 부근을 지켰지만 100일 이동평균선 저항을 확실히 돌파하지 못했고, 이더리움(ETH)은 상대적 구조 개선이 돋보였으나 2000달러 재돌파까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리플(XRP)은 1.06달러, 솔라나(SOL)는 72.27달러가 각각 중요한 기준선으로 남아 있다.
결국 현재 시장은 ‘반등’과 ‘전환’ 사이의 미묘한 구간에 놓여 있다. 해킹 충격, ETF 자금 흐름, 미국 금리 경로, 규제 입법, 메인넷 업그레이드 같은 재료가 한꺼번에 작용하는 만큼, 단기 가격 움직임만으로 낙관을 확대하기는 어렵다. 코인피드(CoinFeed) 리서치가 짚었듯 지금의 상승은 외부 환경에 크게 기대고 있으며, 암호화폐 시장이 자체 동력으로 악재를 흡수하는 단계에 들어섰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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