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9거래일 연속 급락…달러·금리 ‘이중 압박’에 4,000달러선 재시험

| 박현우 기자

국제 금 가격이 3월 24일에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며 9거래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현물 금은 장중 낙폭을 키우며 한때 온스당 4,100달러까지 밀렸고, 이후 4,30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1월 말 고점(온스당 5,594.82달러)과 비교하면 약 21% 하락한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금이 ‘약세장’ 영역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하락은 지정학적 긴장 자체보다 그 여파로 나타난 금리·달러 환경 변화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란을 둘러싼 충돌이 에너지 가격을 자극하며 인플레이션 경계를 키웠고, 시장의 시선은 금리 인하 기대에서 금리 부담 재확대로 이동했다. 달러 인덱스는 전쟁 발발(2월 28일) 이후 약 3% 강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달러 강세·금리 상승, ‘무이자 자산’ 금을 눌렀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제공하지 않는 자산이다. 국채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강해지면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커진다. 특히 실질금리(물가를 반영한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에서는 금의 하락이 가팔라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하락 과정에서는 금뿐 아니라 은 등 여타 귀금속과 관련 광산주까지 약세가 확산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시장 전반에서 레버리지 포지션 축소와 위험자산 디레버리징이 동시에 진행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유가가 만든 인플레 공포…‘안전자산 프리미엄’도 흔들

전쟁 리스크는 통상 안전자산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금리와 달러를 끌어올렸고, 결과적으로 금에는 역풍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5일간 유예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긴장 완화 기대가 일부 반영됐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안전자산 선호가 ‘전쟁 리스크’보다 ‘금리·달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국면이라는 의미다.

월가 “장기 강세” 유지…지지선·수급 지표가 관건

단기 급락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장기 전망은 대체로 강세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10년 말까지 1만 달러”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연말 목표가는 6,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낮췄다고 전해졌다. 글로벌X ETF의 전략가 저스틴 린은 연말 6,000달러를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으며, 스탠다드차타드는 디레버리징 국면이 진정되면 3개월 내 5,375달러 수준으로 반등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기술적 지지선으로 4,100달러를 언급했다. 또 다른 보도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2개월 내 6,000달러, UBS가 6,200달러를 각각 제시했다.

다만 반등의 전제는 명확하다.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이 완화돼야 금의 하락 압력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물가 지표와 고용 지표, 연준의 정책 신호, 그리고 유가 흐름이 금리·달러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한편 금은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만큼 환율이 투자성과에 영향을 준다. 스위스 프랑(CHF) 투자자 관점에서는 달러 강세가 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ETF·ETC 등 상장 상품의 경우 변동성이 커질 때 스프레드가 확대될 수 있어 체결 방식(지정가 주문 등)과 상품의 환헤지 정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