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종전 및 후속 협상 틀을 담은 양해각서에 서명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60일간 무통행료로 개방되고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16일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종전 및 후속 협상 틀을 담은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중동 긴장이 완화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60일간 통행료 없이 개방되며 국제유가가 급락한 가운데 글로벌 증시는 상승하고 국채금리는 하락하는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됐다.
미국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이란 측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종전 및 향후 협상 체계를 담은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 검증, 핵무기 개발 중단, 역내 극단주의 및 테러 지원 중단 등에 협력할 경우 제재 완화 수준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해각서에는 호르무즈 해협 즉각 개방과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가 포함됐지만 선박 운항이 곧바로 정상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부분적으로 해협이 개방됐으며 금요일 완전 개방을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일부에서는 해협 내 기뢰가 남아 있어 정상화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향후 60일 동안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으며 미국은 해당 원칙이 최종 평화협정에도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해각서는 24~48시간 내 공개될 예정이며, 이란 동결자금 해제와 제재 완화는 모두 검증 가능한 이행 조치와 연계된다. 다만 이란은 60일 이후에는 다시 해협 통과비를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최종 평화협정이 아닌 첫 단계의 양해각서로, 이번 주부터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동결자금 해제, 역내 안보 문제를 둘러싼 본격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시장 영향
중동 리스크 완화 기대 속에 미국 증시는 상승했다. S&P500지수는 중동전쟁 종전 합의와 반도체 관련주 강세에 힘입어 1.65% 상승했다. 유럽 Stoxx600지수도 미국 증시 상승과 자동차·항공주 매수세에 힘입어 0.19% 올랐다. 일본 닛케이225는 4.99%, 한국 코스피는 5.20% 상승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약화되면서 달러화지수가 99.67로 0.08% 하락했다. 유로화는 1.1590달러로 0.19% 상승했고 엔화 가치는 0.06% 하락했다. 원·달러 1개월물 NDF 종가는 1512.2원으로 스왑포인트를 반영하면 1513.6원을 기록해 0.17% 상승했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22bp로 보합권을 유지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유가 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가 반영되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47%로 1bp 하락했다. 독일과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각각 4bp 하락한 2.95%, 2.58%를 기록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83.17달러로 4.76% 급락한 반면 금 가격은 4311.7달러로 2.19% 상승했다. 변동성지수(VIX)는 16.20으로 8.37% 하락했다.
국가별 상황 및 정책 변화
미국의 5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1% 증가해 전월 0.9%에서 증가세가 둔화됐다. 다만 AI 부문 생산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유가 급등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했다. 같은 기간 NAHB 주택시장지수는 37에서 35로 하락했고 뉴욕주 제조업지수도 19.6에서 5.7로 낮아졌다.
무역 분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가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프랑스산 와인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EU의 지난해 주류 수출 규모는 84억유로였으며 미국은 유럽산 주류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업 부문에서는 엔비디아가 만기 도래 채권 상환과 일반 기업 목적을 위해 200억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AI 기업 앤트로픽은 정부 요청에 따라 외국인 대상 AI 서비스 제공을 전면 중단하고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동전쟁으로 상품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지만 세계 경제는 성장 둔화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글로벌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ECB가 인플레이션 경계 기조를 강화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요아힘 나겔 위원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만으로 인플레이션 안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피터 카지미르 위원은 최근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가 국채 보유 규모 축소가 향후 시장 개입 여력을 높이는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는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언론이 일본은행이 이번 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미국·이란 종전 합의 이후에도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편 6월 16일 주요 경제 이벤트로는 미국의 5월 주택착공 및 건설허가 발표,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중국의 5월 산업생산·소매판매, 호주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됐다.
전문가 및 외신 평가
블룸버그는 케빈 워시 체제의 연준이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속에서 금리인하 경로에 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워시 의장은 파월 전 의장이 물가 안정 성과를 낸 이후 취임하지만 관세와 중동전쟁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글로벌 금리인하 사이클이 중단되고 고금리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 및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로 에너지 공급 부족 우려가 완화될 수 있지만 핵 문제와 이스라엘과의 충돌 가능성 등 근본적 갈등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언제든 영향력 행사 차원에서 해협 봉쇄를 재개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가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0달러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해협 정상화 이후에도 항만 혼잡 등으로 물류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는 또 중동전쟁 종전 합의에도 엔화 약세 흐름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하락이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압력을 높일 수 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지속과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이 이어질 경우 달러 강세·엔화 약세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엔저가 수출 경쟁력에 유리한 만큼 일본은행이 예상보다 덜 매파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중국의 석유 수요를 지목했다. 중동전쟁 기간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가 유가 상승을 완충했지만, 향후 중국의 석유 수요가 회복될 경우 에너지 시장 경색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종전 합의는 유가 안정과 수출 확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중국도 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시 체제 연준이 급격한 정책 변화보다 점진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미국·이란 합의를 "승자 없는 전쟁 이후의 불안한 평화"로 규정했다. WSJ는 영란은행이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으며, 로이터는 일본은행이 중동전쟁 종전 합의에도 물가 상승 압력을 이유로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합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 체결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했다. 다만 이번 합의는 최종 평화협정이 아닌 첫 단계에 불과하며, 핵 프로그램 검증과 제재 완화, 동결자금 해제, 역내 안보 협상 등 핵심 쟁점이 남아 있다. 외신들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유가 안정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재확산 위험, 중국의 석유 수요 회복 여부, 연준과 일본은행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가 글로벌 시장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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