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AI 공급망 경쟁에 뛰어든다... '팍스 실리카' 합류

| 토큰포스트

유럽연합과 독일·네덜란드·그리스가 미국 주도의 인공지능 공급망 협의체인 ‘팍스 실리카’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인공지능과 핵심 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유럽까지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의 23일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과 해당 국가들은 이날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열린 ‘팍스 실리카 서밋’ 사전 행사에서 참여 방침을 밝혔다. 본행사는 25∼26일 열린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이 지난해 12월 출범시킨 협의체로, 반도체와 희토류를 포함한 인공지능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중국 중심 구조에서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이미 한국, 일본, 호주, 인도, 이스라엘, 영국, 싱가포르, 카타르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미국 국무부에서 팍스 실리카 실무를 총괄하는 제이컵 헬버그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아르헨티나, 칠레, 코스타리카, 카자흐스탄, 파나마도 이번 주 중 참여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참여 국가는 24개국으로 늘어난다. 미국이 이 협의체를 확대하는 이유는 인공지능 경쟁력의 핵심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희토류와 같은 기초 산업 기반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 패권 경쟁은 기술 기업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원료 조달부터 가공과 생산까지 아우르는 공급망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이번 협의체에서 주목받는 대목은 희토류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반도체 장비, 자석 등 첨단 전자기기에 폭넓게 쓰이는 필수 소재인데, 중국은 생산과 정제 분야에서 세계 시장 지배력이 매우 크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수출 통제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중국이 희토류를 협상 수단처럼 활용한 전례가 있는 만큼,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를 경제안보 문제로 보고 있다. 헬버그 차관은 카자흐스탄과 함께 ‘경제 안보 구역’을 조성하고 공동 광물 사업을 발굴하는 계획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앙아시아를 새로운 자원 협력 거점으로 삼아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미다.

다만 팍스 실리카를 바라보는 평가는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중국의 인공지능 굴기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장치라고 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이 기술과 경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우군 중심의 질서를 짜는 수단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이스라엘,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처럼 미국 기술과 협력해 자국 혁신 기업을 키운 사례를 들며 상호이익 구조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헬버그 차관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해선 투명성이 낮고 참여국의 부채 부담과 경제적 종속을 키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흐름은 주요 7개국이 지난 17일 공동 선언에서 핵심 광물의 대중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밝힌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주요 7개국은 희토류와 영구자석 분야에서 2030년까지 단일 외부 공급원 의존도를 60% 미만으로 낮추고, 가능하면 더 이른 시점에 50% 수준까지 끌어내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채굴, 가공, 재활용 전 단계에 걸쳐 공동 투자와 산업 역량 확충을 추진하기로 했다. 결국 인공지능 공급망 재편은 기술 협력의 문제가 아니라 통상, 자원, 외교가 결합된 장기 전략으로 번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느 나라가 더 안정적인 광물과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느냐가 산업 경쟁력과 외교적 영향력을 함께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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