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다시 이어지면서 29일 상승했다.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재부각되자 시장이 공급 차질 가능성을 다시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29일 현지시간 기준 아이시이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3.15달러로 전장보다 1.6% 올랐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배럴당 70.75달러로 2.2%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17일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에도 안정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일단 멈췄더라도 해상 충돌이나 군사적 압박이 재개될 수 있다는 불안이 남아 있어 가격이 짧은 기간에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번 불안은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실제 군사 행동이 이어진 데서 비롯됐다. 이란은 지난 25일 자국이 요구하는 항로를 따르라고 압박하며 오만 연안을 따라 운항하던 민간 선박을 공격했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이란의 드론·미사일 기지를 타격했다. 이후 이란이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면서 공격과 보복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길목이어서, 이 지역의 긴장은 실제 공급 중단이 발생하지 않아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은 이번 충돌을 장기 구조 변화보다는 단기 전술 충돌로 보는 시각도 함께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상호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고, 30일에는 주요 중재국인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만나 호르무즈 해협 분쟁 해소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카로바캐피털의 하리스 쿠르시드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시장이 최근 움직임을 구조적 위기보다 전술적 충돌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본적 환경 변화가 없다면 투자자들이 상승과 하락 어느 한쪽에도 과감하게 베팅하기보다 관망에 가까운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미국의 전략비축유 감소도 시장의 긴장감을 키우는 배경으로 꼽힌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고는 3억2천570만 배럴로 한 주 전보다 550만 배럴 줄어 1983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말 미·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비축유를 대규모로 방출해온 영향이다. 전략비축유는 비상시 공급 충격을 흡수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데, 재고가 줄어든 상태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다시 커질 때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도하 협상 결과와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항행 안전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국제유가의 단기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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