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미국이 폴란드 내 복수의 상설 미군 기지 설치를 두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병력 숫자 확대보다 정찰·지휘 기능 보강에 맞춰졌다.
폴란드 공영 라디오는 파베우 잘레프스키(Paweł Zalewski) 폴란드 국방차관이 27일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 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과 만난 뒤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콜비 차관 측 인사는 9월 폴란드를 찾아 구체적 후보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잘레프스키 차관은 미군 주둔지가 한 곳일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몇몇 후보지를 놓고 상설 주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폴란드가 우선하는 것은 현재 부족한 정찰과 지휘 능력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앞서 6월 16일 미국 군대의 폴란드 영토 내 상설 기지 창설을 위한 조치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도날트 투스크(Donald Tusk) 폴란드 총리는 당시 물류·재정·조직·주거 여건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블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Władysław Kosiniak-Kamysz) 폴란드 국방장관은 6월 18일 브뤼셀에서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미 국방부 장관과 회담한 뒤 미국이 폴란드의 상설 기지 제안에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시점에도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폴란드 국방부는 현재 폴란드에 미군 약 1만 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대체로 순환 배치 형태라고 설명한다. 레드지코보 미사일방어 시설, 포즈난의 미 육군 제5군단 전방사령부, 미 육군 폴란드 주둔군 등 기존 인프라도 이미 운영되고 있다.
상설 주둔 논의는 기존 순환 배치와 성격이 다르다. 통상 순환 배치는 병력의 법적·정치적 부담을 낮추면서 전력을 유지하는 방식이고, 상설 기지는 지휘 체계와 후방 지원, 주거·정비 시설까지 장기 운용을 전제로 한다.
이번 협의는 미국의 유럽 주둔 병력 재검토와 맞물려 있다. 로이터는 미 국방부 문서를 인용해 유럽 내 미군 배치 재검토가 11월 6일까지 헤그세스 장관에게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고, 12월까지 마무리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검토 대상에는 병력 수, 위치, 일정, 비용이 포함됐다. 유럽 동맹국 입장에서는 미군 주둔 규모뿐 아니라 접근권, 기지 사용권, 방공·정찰 자산 배치 여부가 함께 걸린 사안이다.
NATO는 콜비 차관이 27일 북대서양이사회에서 미국의 유럽 병력 태세 검토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NATO는 동맹국들이 미국 측 설명을 환영했고, 협력 지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폴란드의 구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NATO 동부 전선 방어 논의와 연결돼 있다. 동부 회원국들은 국경 인접 지역의 억지력을 키우는 데 관심을 둬 왔고, 폴란드는 이 흐름에서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군 주둔 재편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유럽 병력 재검토는 병력 수뿐 아니라 위치, 접근권, 기지 사용권, 일정과 비용을 함께 검토하는 절차로 진행되고 있다. 폴란드 협의도 병력 숫자보다 지휘·정찰 기능을 어디에 어떻게 둘지로 논점이 이동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핵무기 배치는 별도 사안이다. 잘레프스키 차관은 폴란드가 자국 영토에 핵탄두를 두는 방안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코시니악-카미슈 장관은 엑스(X)에서 폴란드가 NATO 핵공유 참여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으며, 유럽 핵우산 참여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NATO 핵공유는 회원국이 미국의 핵억지 체계 운용에 참여하는 제도다. 폴란드가 이 제도 참여 의향을 밝힌 것과 폴란드 영토에 핵탄두를 배치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상설 기지의 위치, 비용 분담, 실제 배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의 유럽 병력 재검토가 12월까지 진행되는 만큼 폴란드의 제안은 당분간 후보지 협의와 워싱턴의 검토 절차를 함께 거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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