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대이란 제재 참여를 두고 미국과 브뤼셀의 표현이 엇갈렸다. 미국은 유럽연합의 공식 합류를 주장했지만, 공개된 유럽연합 문서는 미국 주도 압박에 대한 지지와 협력 의사에 머물렀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은 3일 X에서 “유럽연합이 오퍼레이션 이코노믹 아웃캐스트(Operation Economic Outcast)에 공식 합류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의 “강하고 이른 입장”을 평가하며 이란 정권이 국제 금융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동맹과 함께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럽연합 대외관계청은 8월 31일 성명에서 이란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지역 불안정화, 러시아 지원 문제를 거론했다. 성명은 미국 주도 작전을 포함한 ‘추가 경제 압박’을 통한 노력을 환영하고 미국·주요 7개국(G7)·국제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성명에는 유럽연합이 미국의 작전에 공식 합류했다는 문구는 담기지 않았다. 현재 공개 문서상 확인되는 내용은 참여보다 지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유로뉴스(Euronews)는 브뤼셀이 새 제재를 발표하지 않았고, 미국의 제재 지정과 유럽연합 제재 체계가 정렬됐다는 발표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이 미국 제재 캠페인에 제도적으로 합류하려면 자체 제재 채택과 회원국 합의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오퍼레이션 이코노믹 아웃캐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8월 24일 발표한 대이란 경제 압박 캠페인이다. 백악관은 이 조치가 이란의 경제 생명선을 끊기 위한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대상 분야에는 △디지털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이 포함됐다. 본지는 앞서 미국이 디지털자산 등 5개 부문을 이란 관련 제재 위험 대상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쟁점은 한국 가상자산 시장과도 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제재 위험 분야에 디지털자산이 포함되면 거래소, 지갑 서비스, 장외거래 중개자는 이란 관련 거래 노출 여부를 더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안이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줬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가격보다 제재 준수와 결제망 감시 부담이 먼저 부각되는 사안으로 풀이된다.
대이란 압박은 금융과 원유 수송 경로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Reuters)는 원자재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 자료를 인용해 이란 원유 적재량이 하루 약 26만 배럴로 줄었다고 전했다.
이는 1년 전 하루 약 170만 배럴과 비교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로이터는 이란 리알화가 최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밀렸고, 휘발유 비축분이 약 2개월치라는 이란 측 진술도 전했다.
에이피(AP)는 미국의 압박 캠페인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실제 제재 타격은 현재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내 이집트계 은행 한 지점에 집중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달러(약 5428원)를 넘었고,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량은 전쟁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반발했다. 에스마일 바카에이(Esmaeil Baqaei)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X에서 유럽연합이 미국의 “불법 경제전”에 편승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유럽연합의 공개 지지를 국제 공조의 신호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 공식 문서상 확정된 변화는 기존 제재 체계와 협력 의사 표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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