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중동 정세 완화 기대를 발판으로 6,000선에 다시 올라선 가운데, 16일 국내 증시는 추가 상승과 차익 실현 매물이 맞서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전날 코스피는 123.64포인트(2.07%) 오른 6,091.39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6,0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30.55포인트(2.72%) 상승한 1,152.43으로 마감했다. 코스피 종가가 6,000선을 다시 넘어선 것은 이란 전쟁 발발 직전 거래일인 2026년 2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시장이 강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이 조만간 다시 대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누그러지면 국제 유가와 물가,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도 함께 줄어들 수 있어 증시에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4천97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9천4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장중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고, 삼성전자도 상승 마감했다. 반도체는 한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표 업종이어서, 이들 종목의 움직임은 지수 방향에 큰 영향을 준다.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고성능 메모리) 수요 기대가 이어지면서 투자자 관심도 반도체로 집중돼 왔다.
다만 이날 시장은 전날과 같은 일방적인 상승보다는 종목별로 온도 차가 나는 장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이틀간 코스피 상승률이 4.9%에 달해 단기 급등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가 각각 0.80%, 1.59%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지만, 메모리 반도체 종목인 샌디스크와 마이크론은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로 각각 5.58%, 2.03% 하락했다. 브로드컴이 메타와 인공지능 칩 생산 확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으로 4.19% 오르는 등 비메모리(메모리 반도체 외 시스템 반도체) 쪽은 강세였지만, 메모리 업종은 잠시 쉬어가는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주 약세를 언급하며 국내 반도체주가 이날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미국 메모리 종목 하락을 고려할 때 국내 증시가 제한적인 범위에서 오르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이날 장 후반에는 대만 반도체 기업 티에스엠시(TSMC)의 실적과 향후 전망치(가이던스)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오후 3시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티에스엠시는 세계 반도체 경기의 온도를 보여주는 대표 기업으로 꼽혀, 실적 발표 내용이 한국 반도체주 투자심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이날 시장의 핵심 변수는 중동 종전 기대가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얼마나 더 밀어올릴지, 그리고 단기 급등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압력이 어느 정도 나올지에 달려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지정학적 뉴스와 글로벌 반도체 업황 신호가 맞물리면서, 지수 전체보다는 업종과 종목에 따라 성과가 갈리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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