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벗, 심방세동 ‘펄스장 절제’ 임상 성과 공개…차세대 박동기·제세동기도 진전

| 김서린 기자

애벗($ABT)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하트 리듬 소사이어티 2026’에서 심장 리듬 이상 치료 기술과 관련한 신규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심방세동(AFib) 치료용 ‘펄스장 절제’ 기술과 차세대 심장 박동기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데이터는 총 4건의 후기 임상 발표로 구성됐다. 핵심은 복잡한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택티플렉스 듀오 절제 카테터’ 6개월 결과, 심장 후벽 절제까지 확대한 ‘볼트 PFA 시스템’ 데이터, 그리고 전도계 자극 방식의 신규 삽입형 제세동·무선 박동기 연구다. 애벗은 다양한 부정맥을 하나의 방식이 아닌 환자 상태에 맞춰 치료할 수 있는 ‘통합 포트폴리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택티플렉스 듀오, 복잡한 심방세동 치료서 6개월 성과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플렉스펄스 IDE’ 연구 결과다. 18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임상에서 애벗의 택티플렉스 듀오 절제 카테터는 6개월 시점 기준 환자 87%가 기록된 부정맥 재발 없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안전성 사건이 없었던 비율은 98.3%였다.

이 장비는 고주파(RF)와 펄스장 절제(PFA) 두 가지 에너지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주파는 열로 문제 조직을 제거하고, PFA는 강한 전기 펄스로 비정상 심장 리듬을 유발하는 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한다.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나 질환 복잡도에 따라 의사가 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 환자 93.3%는 PFA만으로 치료를 받았고, 93.9%는 첫 시술 이후 추가 절제가 필요하지 않았다. 듀크대 메디컬센터의 조너선 피치니는 발표에서 택티플렉스 듀오가 환자 맞춤형 시술에 유연성을 주며,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의 PFA도 상당수 환자에서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택티플렉스 듀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확보를 위한 임상이 진행 중이며, 유럽에서는 올해 CE 인증을 받았다.

볼트 PFA, 심장 후벽 절제에서도 안전성 확인

애벗은 ‘볼트 CE 마크 확장 코호트’ 시험을 통해 볼트 PFA 시스템의 추가 임상 근거도 제시했다. 이번 데이터는 표준 치료에 더해 심장 좌심방 후벽까지 절제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했다. 심방세동은 폐정맥 주변뿐 아니라 후벽에서도 이상 전기 신호가 발생할 수 있어, 후벽 절제의 효과와 안전성은 실제 현장에서 중요한 평가 지표로 여겨진다.

발표에 따르면 의료진은 볼트 시스템의 사용 편의성과 직관적 설계를 강점으로 꼽았다. 평균 치료 적용 횟수는 정맥당 4.1회, 후벽 격리(PWI)당 10.7회로 제시됐다. 회사 측은 이를 두고 기존 시판 PFA 장비 대비 효율적인 시술 흐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환자나 시술과 관련된 합병증은 보고되지 않았다.

볼트 PFA 시스템은 지난해 미국 FDA 승인과 유럽 CE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최근 부정맥 치료 시장에서 PFA는 열 손상을 줄이면서도 시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어, 이번 결과는 애벗의 경쟁력 확대에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차세대 전도계 자극 기기, 초기 임상도 긍정적

애벗은 전도계 자극(CSP) 분야의 investigational 기기 2종에 대한 초기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CSP는 심장의 자연 전기 전달 경로에 더 가깝게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기존 우심실 중심 박동보다 더 생리적인 심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ASCEND CSP IDE’ 시험에서 평가된 ‘얼티싱크 CSP’ 삽입형 제세동기(ICD) 리드는 3개월 데이터 기준 사전에 정한 주요 안전성·유효성 목표를 충족했다. 리드 관련 중대한 안전성 문제 없이 97.5%의 높은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고, 좌각분지 영역 자극 기준 충족률은 99%였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경우에도 86%의 성공률을 나타냈다.

제세동 성능도 눈에 띄었다. 전체 환자에서 제세동 성공률은 100%였고, 92.5%는 20줄(J) 첫 충격만으로 성공했다. 부적절한 감지로 인한 오작동 치료도 보고되지 않았다. 애리조나주립대의 라훌 도시 교수는 좌각분지 영역 자극이 기존 방식보다 더 생리적인 활성화와 연관돼 있다며, 이번 결과는 삽입형 제세동기 환자에게도 이런 이점을 확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무선 박동기 ‘AVEIR CSP’도 사람 대상 첫 평가 진행

애벗이 개발 중인 ‘AVEIR CSP’ 무선 박동기 시스템의 첫 사람 대상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19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초기 연구의 1개월 데이터에서는 높은 이식 성공률과 함께 심장의 자연 전기 경로를 따르는 자극 전달, 안정적인 전기적 성능, 이중 챔버 환경에서의 일관된 기기 간 통신이 확인됐다.

이는 배터리 기반 리드선 없는 박동기 기술이 향후 더 정교한 전도계 자극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신호로 볼 수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 연구지만, 리드선 관련 합병증을 줄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심장 박동 조절을 구현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부정맥 치료 시장 경쟁, 기술 다변화가 핵심

이번 발표는 애벗이 단일 장비가 아니라 절제 카테터, 풍선형 PFA, 삽입형 제세동기, 무선 박동기까지 연결되는 부정맥 치료 생태계를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심방세동과 같은 복합 부정맥 치료에서는 환자별 해부학 구조와 질환 양상이 달라 ‘하나의 해법’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애벗의 프리야 자가시아 부사장은 부정맥 치료는 획일적인 접근이 아니며, 다양한 리듬 이상을 포괄할 수 있는 심혈관 포트폴리오 구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 결과는 애벗이 후속 제품 개발과 상용화 확대를 추진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일부 기기는 미국에서 연구용으로만 승인된 상태지만, 이번 임상 데이터는 애벗이 빠르게 성장하는 부정맥 치료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펄스장 절제’와 ‘전도계 자극’은 향후 심장 리듬 치료의 표준 경쟁을 좌우할 차세대 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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