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코스피는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예상대로 이어지지 못한 변수와 주요국 통화정책회의, 대형 기업 실적 발표를 함께 반영하며 뚜렷한 방향을 찾는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지정학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점차 전쟁 뉴스 자체보다 금리와 기업 이익 같은 기본 여건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직전 거래일인 24일 코스피는 6,475.63으로 마감해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장 초반에는 6,500선을 웃돌며 강하게 출발했지만,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천49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1천832억원, 8천53억원 순매수에 나서 지수 하단을 받쳤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지수가 단기간에 빠르게 오른 만큼, 숨 고르기와 주말을 앞둔 위험 회피 심리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가 주춤하는 사이 자금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코스닥으로 이동했다. 코스닥지수는 24일 2.51% 오른 1,203.84에 거래를 마쳐 2000년 8월 4일 이후 약 25년 8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천321억원, 1천876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9천15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는 시장 전체가 약해졌다기보다, 투자자들이 업종과 시장을 옮겨가며 수익 기회를 찾는 순환매 흐름이 강해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해외 시장은 불안 요인과 낙관 요인이 엇갈렸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16% 내렸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0.80%, 1.63% 올랐다. 인공지능 산업 확산으로 중앙처리장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인텔의 1분기 실적 호조 등이 기술주 강세로 이어진 영향이 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와 신흥지수 상장지수펀드도 각각 2.64%, 2.23% 상승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32% 급등했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6월물 105.33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 94.40달러로 각각 하락 마감했고, 변동성지수(VIX)도 18.71로 내려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지는 않았음을 보여줬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이 파키스탄과 오만,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하는 과정에서 기대됐던 미국과의 대면 협상은 성사되지 않았고, 미국 측도 협상단의 파키스탄행을 취소했다. 여기에 25일 미국 워싱턴DC 힐튼 워싱턴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 행사장 인근에서 총격 사건까지 벌어졌지만, 금융시장은 이를 일단 제한적인 정치 변수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비롯해 일본, 유로존, 영국의 통화정책회의가 몰린 이른바 슈퍼위크인 데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알파벳, 메타 등 S&P500 시가총액의 약 44%를 차지하는 대형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2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 분기보다 38% 늘어난 193조원 수준으로 제시되는 등 이익 추정치가 계속 상향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반도체뿐 아니라 기술 하드웨어, 정유, 화학, 조선, 방송, 방산, 게임, 가전, 유통, 전기장비, 비철금속 등으로 실적 기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6,380∼6,680으로 제시하며 6,600선 진입 시도를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연기금이 지수 전체보다 개별 종목 선택에 더 집중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정학적 뉴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금리 방향과 실적 개선이 확인되는 업종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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