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났지만, 글로벌 증시는 중동 변수 자체보다 이번 주 예정된 미국 통화정책 결정과 경제지표, 대형 기술기업 실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27일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중동발 긴장, 특히 해협 봉쇄 가능성과 같은 악재가 이미 자산 가격과 투자 심리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지정학적 충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위험 자체보다 그 이후 시장을 움직일 새 재료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국면에서는 전쟁 뉴스보다 금리와 성장, 기업이 실제로 얼마나 벌었는지가 증시 방향을 더 크게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참가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일정은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그 다음 날 발표되는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다. FOMC는 미국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로,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다. 여기에 성장률 지표까지 이어지면 미국 경제가 둔화하는지, 아니면 생각보다 견조한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금리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경기 흐름에 대한 안도감이 동시에 확인되면, 최근 조심스러웠던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날 여지가 있다.
같은 시기 기업 실적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9일과 30일 장 마감 뒤에는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메타플랫폼스, 애플 등 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잇따라 공개된다. 이들 기업은 미국 증시 내 비중이 큰 데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디지털 광고, 소비 흐름을 함께 보여주는 지표 역할도 한다. 김 연구원은 거시경제에 대한 불안이 다소 누그러진 상황에서 빅테크 실적까지 양호하게 나오면 투자 심리 회복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국내 증시에도 이런 흐름은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의 상관성이 다시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미국 기술주의 실적 개선은 반도체를 비롯해 정보기술 비중이 높은 코스피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와 기계 업종, 그중에서도 원전과 전력 관련 종목이 주도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중동 전쟁 충격으로 고유가 환경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존 에너지원의 대체 가치사슬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가전 분야의 이차전지와 에너지 분야의 신재생 관련 업종이 거론됐는데, 최근 실적이 바닥을 찍고 개선되는 이익 턴어라운드 조짐을 보인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내 비중 확대를 검토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지정학적 불안이 더 커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앞으로도 시장의 중심축이 뉴스 충격보다 금리·성장·실적이라는 본래의 펀더멘털 요인으로 다시 이동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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