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였지만, 시장은 더 높은 기대를 보고 있었다.
반도체 설계 기업 Arm 홀딩스($ARM)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4분기 실적을 내놨지만, 시간외 거래에서는 주가가 6% 넘게 밀렸다.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월가 전망을 소폭 상회했지만, 로열티 부문이 기대에 못 미쳤고 회사가 제시한 향후 성장 속도에 대한 눈높이도 투자자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3월 마감 분기에서 주식보상비용 등을 제외한 조정 주당순이익 0.60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 0.58달러를 웃돈 수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14억9,000만달러, 원화 기준 약 2조1,5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컨센서스 14억7,000만달러를 소폭 상회한 결과다.
세부적으로는 라이선스 사업이 실적을 이끌었다. 해당 부문 매출은 8억1,900만달러, 약 1조1,854억원으로 1년 전보다 29% 증가해 시장 예상치 7억8,100만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로열티 매출은 11% 증가한 6억7,100만달러, 약 9,713억원이었지만 시장 기대치인 6억9,000만달러에는 못 미쳤다. 기존 핵심 사업의 수익화 속도가 투자자 기대보다 다소 약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회사가 제시한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겉으로 보면 무난했다. Arm은 분기 매출 중간값을 12억6,000만달러, 약 1조8,239억원으로 제시해 시장 전망치 12억5,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주당순이익 전망도 0.40달러로, 컨센서스 0.37달러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시장 반응이 냉랭했던 것은, 이미 정규장에서 주가가 13% 급등한 상태였고 올해 들어 누적 상승률도 114%를 넘을 만큼 기대가 선반영돼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Arm은 그동안 중앙처리장치 설계의 핵심인 CPU 코어와 명령어 아키텍처를 다른 칩 기업에 제공하는 모델로 성장해 왔다. 애플($AAPL), 퀄컴($QCOM) 등 스마트폰 칩 업체들이 대표 고객이다. 시장에서는 전 세계 스마트폰의 99%가 Arm 기반 설계를 사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Arm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체 ‘완성형 CPU’를 직접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가 공개한 첫 제품은 ‘Arm AGI CPU’다. 이 칩은 인텔($INTC)의 x86 계열 경쟁 제품보다 서버 랙당 2배 이상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도 낮출 수 있어,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 1기가와트당 최대 100억달러, 약 14조4,750억원의 하드웨어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르네 하스(Rene Haas)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첫 CPU 제품에 대해 이미 2028회계연도까지 20억달러, 약 2조8,950억원이 넘는 고객 수요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데이터센터 사업이 머지않아 Arm의 최대 사업 부문이 될 것이라며, 이번 10년이 끝나기 전 CPU 유형 기준 최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Arm AGI CPU는 메타 플랫폼스($META)와 공동 개발됐으며, 사람 개입을 최소화한 채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시스템에 맞춰 설계됐다. 하스 CEO는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 데이터센터는 기가와트당 현재보다 4배 이상의 CPU 처리 용량을 요구하게 될 수 있다며, 2030년까지 관련 시장 기회가 1,000억달러, 약 144조7,5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흐름은 AI 인프라 시장의 구조 변화와도 맞물린다. 지금까지 AI 학습은 주로 엔비디아($NVDA)의 GPU가 주도했지만, 실제 서비스 단계의 추론 작업에서는 GPU만으로는 비용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CPU 수요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AI 서버에서는 기존에 GPU 8개당 CPU 1개 수준이 일반적이었지만, 추론 중심 워크로드에서는 GPU 4개당 CPU 1개 비율로 바뀌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CPU, 아마존웹서비스의 그래비톤, 구글 클라우드의 액시온 등 Arm 기반 설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인텔과 AMD($AMD)가 장악했던 x86 서버 시장에서 Arm이 전력 효율을 무기로 점유율을 넓히는 모습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주가 하락 배경으로 Arm의 전환 비용과 성장 속도 사이의 간극을 지목한다. 콘스텔레이션 리서치의 홀거 뮬러는 회사가 기술 공급업체에서 하드웨어 기업으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있다며, 새 하드웨어 사업은 유망해 보이지만 핵심 라이선스 사업의 성장과 수익성을 일부 희생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Arm 직원의 80% 이상이 엔지니어인 만큼, 투자자들은 연구개발 투자가 얼마나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는지 묻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높은 AI 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왜 Arm의 매출 성장률이 30~40% 수준까지는 치고 올라가지 못하느냐는 의문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Arm은 이미 ‘미래 AI 인프라의 핵심 수혜주’라는 높은 기대를 받고 있어 단순한 실적 상회만으로는 부족했던 셈이다.
다만 중장기 그림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UBS의 팀 아쿠리는 2030년 데이터센터 CPU 전체 시장 규모가 1,700억달러, 약 246조7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I 서버에서 CPU의 역할이 다시 확대되고 있고, CPU만으로 구성된 독립형 서버 랙 수요도 늘고 있다며 Arm, 인텔, AMD 모두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Arm은 높은 코어 확장성과 처리량, 전력 효율 최적화 측면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결국 Arm의 이번 실적은 ‘숫자’보다 ‘기대치’가 더 엄격한 시장 현실을 보여줬다. 라이선스 중심 모델에서 데이터센터용 CPU 기업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 성장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주가가 다시 탄력을 받으려면, 미래 청사진이 아니라 실제 매출과 점유율 확대가 더 분명하게 확인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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