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000선을 찍은 뒤 급락하는 과정에서 반대매매가 3천억원 넘게 쏟아지자,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빠르게 줄었고 하락에 베팅하는 대차거래 잔액은 다시 늘어나는 등 시장 자금 흐름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22조3천8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2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 137조4천174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돈이나, 주식을 판 뒤 아직 인출하지 않은 자금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증시 상승 기대가 커질수록 증가하는 성격이 있는데, 최근 감소세는 단기 급등 뒤 시장 불안이 커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예탁금은 산업 특화 인공지능 개발사 마키나락스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크게 불어났다가, 14일 청약증거금 환불 이후 133조5천88억원으로 내려왔다. 여기에 15일 코스피가 이른바 8천피를 터치한 뒤 바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다음 거래일에는 8% 넘게 급락하면서 자금 이탈이 더 뚜렷해졌다. 실제로 예탁금은 19일 126조9천599억원으로 10거래일 만에 다시 130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20일 125조6천440억원, 21일 122조3천819억원으로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 부담도 현실화됐다. 18일부터 20일까지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 금액은 3천억원을 넘어섰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초단기로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인데, 주가가 급락하면 담보가치가 부족해져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주식이 강제로 팔릴 수 있다. 당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5일 36조5천67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상태였고, 시장이 갑자기 꺾이면서 반대매매 압력이 커졌다. 이후 잔고는 19일 35조8천561억원으로 줄었지만, 주가가 다시 반등하자 21일에는 36조4천724억원으로 재차 늘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1일 26조3천64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 반등과 함께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도 동시에 불어나고 있다. 21일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177조929억원으로, 코스피가 8,000선에 도달하기 직전이던 14일의 182조4천305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차거래는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거래가 많아 통상 약세 전망의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 빚투 규모가 시가총액 대비로는 아직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처럼 급등락이 반복되면 업종별로 번갈아 오르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자금은 개별 종목보다 상장지수펀드로 계속 모이고 있다. 21일 상장지수펀드 순자산총액은 478조5천749억원으로 500조원에 가까워졌다. 최근 한 주간 자금 순유입이 가장 많았던 상품은 솔 에이아이반도체톱2플러스 6천335억원이었고, 타이거 반도체톱10 6천210억원, 코덱스 에이아이반도체톱2플러스 4천385억원도 상위권에 올랐다. 스페이스엑스 조기 상장 기대를 반영한 타이거 미국우주테크에도 4천297억원이 들어왔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시장 전체의 방향성보다 반도체와 우주항공 같은 특정 테마, 그리고 변동성에 대응하기 쉬운 상장지수펀드 중심으로 자금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