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단순 공시 넘어 실질적 변화로

| 토큰포스트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7일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2주년을 맞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단순한 서류 제출을 넘어 기업 경영의 기본 관행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거래소가 추진해 온 밸류업 정책이 일정한 시장 반응을 얻은 만큼, 앞으로는 공시 건수 자체보다 기업이 실제로 자본 효율성과 주주가치를 어떻게 높일지에 초점이 옮겨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기업가치 제고 우수기업 시상식 및 세미나에서, 지난 2년 동안 시장의 변화가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80%를 넘는 기업이 공시에 참여했고, 기업가치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밸류업지수는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으며, 관련 상장지수펀드의 순자산총액도 많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실적 규모만이 아니라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 주주와 얼마나 적극적으로 소통하는지까지 함께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정부가 강조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완화하려는 정책이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는 자산이나 이익 규모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되는 기업이 적지 않은데, 이를 흔히 저피비알(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상태) 문제라고 부른다. 기업이 스스로 저평가 원인을 설명하고, 배당 확대나 자사주 활용, 투자 계획 같은 개선 방향을 제시하면 시장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정책의 기본 구상이다. 이 위원장은 이런 공시가 기업과 주주를 잇는 소통 창구이자, 이사회와 경영진이 주주가치를 점검하는 경영의 기준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개회사에서 최근 국내 자본시장이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돌파했고,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시가총액 기준 7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에는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반도체와 방산 등 주력 산업의 실적 개선,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이 함께 작용했다는 것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 참여 기업은 733사로 늘었고, 공시 범위도 코스피와 코스닥 전 업종으로 넓어지고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코스닥 기업과 중소기업, 특례상장기업의 참여를 끌어올릴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현재 코스닥 기업의 공시 참여가 저조하고, 특례상장기업에 맞는 공시 기반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례상장기업은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당장의 재무성과보다 장기 성장경로와 기술력에 대한 설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산업 특성을 반영한 별도 공시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형식적인 공시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 참여 여부보다 저평가 원인 분석, 주주환원 정책, 자본 배분 전략, 성장전략 같은 실질 정보가 담겨야 하고, 공시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도 그 이유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게 해야 시장의 감시 기능이 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거래소는 앞으로 코스닥 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기관투자자가 기업가치 제고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 원칙) 이행 점검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우수기업 표창에서는 키움증권과 한국항공우주가 경제부총리상을 받았고, 코웨이·한국금융지주·티씨케이가 금융위원장상을 수상했다. 에스티팜, 우리금융지주, 지역난방공사, 한솔케미칼, 엘지이노텍은 거래소 이사장상을 받았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밸류업 정책의 성패가 공시 숫자 확대보다 실제 기업 행동 변화와 투자자 신뢰 축적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에는 공시의 질과 이행 여부를 둘러싼 평가가 한층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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