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크게 높이면서, 그동안 증시에 부담으로 지목돼 온 대규모 매도 우려가 상당 부분 잦아드는 분위기다. 국내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실제 주식 보유 비중이 기존 목표를 크게 웃돌자, 시장에서는 목표치에 맞추기 위한 기계적 매도가 쏟아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컸는데, 이번 조정으로 그런 부담이 완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날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하면서 올해 국내주식 보유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19.9%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2026년 기금운용계획을 통해 올해 국내주식 목표를 14.4%로 잡았지만, 이후 코스피 강세가 이어지면서 국내주식 평가액이 빠르게 불어 실제 비중이 상승했다. 이에 올해 1월 목표 비중을 14.9%로 한 차례 올리고, 6월 말까지 리밸런싱(목표 자산 비중에 맞춰 자산을 사고파는 조정 작업)을 한시적으로 미루는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증권가가 이번 결정을 반기는 가장 큰 이유는 오버행 우려가 줄었기 때문이다. 오버행은 앞으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을 뜻하는데, 국민연금처럼 규모가 큰 기관투자가의 매매는 시장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존 목표 비중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상태에서 주가가 계속 오르면, 목표를 맞추기 위해 대규모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가능했다. 하지만 목표치 자체가 상향되면서 그 압박이 한층 약해졌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 매수 여력까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부적으로 보면 자산운용의 재량 범위도 넓어졌다. 미래에셋증권과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전략적 자산배분, 즉 중장기 기준 비중에서 허용하는 변동 폭은 3%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확대됐고, 전술적 자산배분, 즉 단기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범위는 2%포인트로 유지됐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은 최대 28.8%까지 허용될 수 있다. 7월 1일부터 새 기준이 적용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 보유 비중이 27% 초반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매도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폭이 커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수익성과 시장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해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감안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국내 증시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변수 등 대외 충격에도 강한 흐름을 이어왔고,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대규모 매도 가능성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번 비중 상향은 연금 운용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충격을 줄이려는 절충으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국내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경우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기준과 운용 유연성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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