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주가 단기간 급등 뒤 동반 조정에 들어가면서 코스피가 9,000선 문턱에서 크게 밀렸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코스피는 6월 5일 8,160.59로 거래를 마쳐 전주보다 315.56포인트(3.72%) 하락했다. 코스닥도 1,002.44로 한 주를 마감해 전주 대비 72.36포인트(6.73%) 내렸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코스피는 지난 5월 26일 처음으로 종가 기준 8,000선을 넘어선 뒤 상승세를 이어갔고, 6월 2일에는 장중 8,933.62까지 오르며 9,000선 돌파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주에 지나치게 쏠렸던 매수세가 한꺼번에 되돌아오면서 상승 흐름이 급격히 꺾였다.
이번 조정의 직접적인 계기는 브로드컴의 2026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였다. 브로드컴의 2~4월 매출은 221억9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지만, 시장 기대치인 222억7천만달러에는 소폭 못 미쳤다. 더 큰 충격은 회사가 인공지능 반도체 매출 전망치를 추가로 올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브로드컴은 데이터센터용 전력 인프라와 부대시설 확충이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인공지능 투자 속도가 시장의 낙관론보다 느릴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반도체주가 실적 개선 기대를 선반영하며 가파르게 올랐던 만큼, 이런 작은 실망도 차익실현의 강한 명분이 됐다.
여기에 미국 통화정책 변수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는 더 얼어붙었다. 미국 5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17만2천명 늘어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면 물가 압력이 이어질 수 있고, 그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높게 유지하거나 다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으로 12월까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이상 오를 확률은 하루 전 약 50%에서 6월 6일 약 70%로 높아졌다. 금리 상승 전망은 성장주와 기술주에 불리하게 작용하는데, 미래 이익 기대가 큰 기업일수록 높은 금리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0.26% 급락했고, 브로드컴과 마이크론, AMD, 인텔 등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큰 폭으로 내렸다.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하락 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18조6천301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5조9천775억원, 2조5천327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9조7천896억원, SK하이닉스는 4조7천125억원 순매도돼 반도체 대형주에 매도 압력이 집중됐다. 코스피가 7,000선을 돌파한 직후인 5월 7일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는 69조4천1억원에 달한다. 그동안은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상승 덕분에 외국인 보유비중이 크게 줄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40%, 9.92% 급락하면서 보유비중도 6월 5일 기준 37.82%로 전날보다 0.35%포인트 낮아졌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승도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를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을 추세적 붕괴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4월 초부터 6월 4일까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80% 가까이 급등한 만큼, 과열 해소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5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9.4% 증가해 업황 개선 흐름은 여전히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는 6월 11일 발표될 미국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 같은 날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오라클 실적 발표, 한국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등이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울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장기금리와 인공지능 투자 지속 여부가 어떻게 확인되느냐에 따라 단기 급락 뒤 반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기술주 전반의 조정이 조금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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