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AI 투자 붐에 '주식 수 감소' 흐름 지속될까?

| 토큰포스트

미국 증시에서는 올해 대형 기업공개와 빅테크의 유상증자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2003년 이후 22년 넘게 이어진 ‘주식 수 감소’ 흐름이 사실상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미국 시장은 자사주 매입과 상장 폐지로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드는 구조였는데, 올해부터는 새로 공급되는 주식 물량이 그 감소분을 거의 상쇄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전한 내용을 보면, 골드만삭스는 2026년 미국의 순 주식 공급이 제로에 가까워질 것으로 추산했다. 순 주식 공급은 신규 상장과 증자 등으로 늘어나는 주식 수에서 자사주 매입과 상장 폐지로 줄어드는 물량을 뺀 수치다. 이 수치가 오랫동안 마이너스였다는 것은 시장 전체 주식 수가 계속 줄었다는 의미다. 이런 환경은 남아 있는 주식의 희소성을 높여 주가 상승에 우호적으로 작용해왔는데, 이제 그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가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증시를 떠받친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는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었다. 기업이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사들이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 순이익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기고, 이는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인공지능 관련 설비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확보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일부 빅테크 기업은 자사주 매입보다 외부 자금 조달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알파벳은 지난주 약 850억달러, 우리 돈 약 129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이에 따라 11년 만에 순 주식 발행 기업으로 돌아섰다.

기업공개 시장도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는 60개 기업이 기업인수목적회사, 즉 스팩을 제외한 일반 기업공개를 통해 약 400억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딜로직 집계 기준으로 2021년 이후 연초 대비 가장 큰 규모다. 골드만삭스는 스페이스X를 포함한 대형 상장이 이어질 경우 올해 전체 기업공개 조달액이 사상 최대인 2천250억달러, 약 34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스페이스X는 11일 기업공개에서 최대 860억달러, 약 131조원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고, 오픈에이아이와 앤트로픽도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상장 기업들의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내년에는 실제 시장에 풀리는 주식 물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호예수는 기존 주주나 초기 투자자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못하게 묶어두는 장치다.

시장에서는 벌써 자금 이동 조짐도 감지된다. 스페이스X가 지난달 상장을 신청한 뒤 일부 투자자들이 신규 공모주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보유 주식을 정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이 과정에서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미국 대형 기술주 7종목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 약 1천520조원 넘게 줄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해석은 엇갈린다. 바클레이즈의 아제이 라자드야샤는 주식 공급 감소라는 순풍이 사라지면 지난 10년간 이어진 기술주 중심 랠리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봤고,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의 리처드 번스타인은 초대형 기업공개 물량이 버블의 전형적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도이체방크의 짐 레이드는 인공지능 투자 수요가 워낙 강한 만큼 이번 발행 확대가 곧바로 시장 전체의 급격한 매도세로 번질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증시가 ‘주식 희소성’이 아니라 ‘실적과 성장성으로 공급 물량을 흡수할 수 있느냐’로 평가받는 국면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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