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8일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어 9,063.84로 마감하면서 한국 증시가 기록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달 15일 장중 8,000선을 돌파한 뒤 22거래일 만에 다시 1,000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올해 들어 주가 상승 속도가 얼마나 가팔랐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코스피는 1월 22일 5,000선, 2월 25일 6,000선, 5월 6일 7,000선, 5월 15일 8,000선을 차례로 넘어섰고, 올해 상승률은 114%로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수 급등에 맞물려 국내 증시의 몸집도 빠르게 커졌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2월 4일 처음 5,000조원을 넘은 뒤 4월 27일 6,000조원, 5월 11일 7,000조원을 차례로 돌파했다. 18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7,411조9천770억원, 코스닥을 포함한 전체 시가총액은 7,963조5천325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가가 오르면 기업 가치 평가가 커지고, 이는 다시 시장 전체 규모 확대와 투자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최근 한국 증시는 이런 순환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번 상승장을 사실상 끌고 간 축은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다. 두 종목은 올해 들어 17일까지 각각 170%, 270% 올랐고,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2,119조2천759억원, 에스케이하이닉스가 1,913조6천58억원까지 불어났다. 삼성전자는 6월 1일 국내 단일 종목 최초로 시가총액 2,000조원을 넘어섰고, 두 회사 모두 올해 1조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현재 두 기업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4%에 이른다. 다시 말해 한국 증시 강세가 시장 전반의 고른 상승이라기보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집중 상승의 성격도 강하다는 뜻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섰는데도 개인투자자가 이를 받아내며 지수를 밀어 올린 점이 눈에 띈다. 외국인은 5월 7일부터 6월 11일까지 24거래일 연속 순매도해 역대 4번째로 긴 순매도 기록을 남겼지만, 개인은 올해 초부터 6월 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2조8천273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120조7천575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6월 16일 기준 124조5천51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0% 늘었고,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도 1억836만7천86개로 1천만개 넘게 증가했다. 신용융자 잔고도 37조3천85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7% 늘었다. 이는 투자 열기가 현금 유입을 넘어 빚을 내 투자하는 레버리지 매수로까지 번졌다는 의미다.
다만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만큼 불안 심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 이른바 브이코스피는 6월 9일 91.23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18일에는 80.82로 다소 내려왔다. 이 지수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변동성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시장이 급락할 때 오르지만 상승장에서도 투자자들이 향후 흔들림을 크게 우려하면 높아질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주요국 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 중간선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 유가 불안 등을 변동성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전쟁은 멈췄더라도 제재 완화와 원유 수출 정상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한국 증시의 강세를 지탱할 수 있지만, 지수 상승을 이끄는 종목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 대외 변수에 따른 급격한 가격 흔들림 가능성도 함께 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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