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26년 6월 23일 하루 만에 10% 가까이 급락하며 8,200선으로 밀려났고, 최근 시장을 끌어올리던 반도체 대형주 집중 현상이 거센 조정으로 되돌아왔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0.71포인트(9.99%) 내린 8,203.84에 장을 마쳤다. 9,000선을 넘어 1만선 기대까지 나오던 흐름이 불과 3거래일 만에 급반전한 것이다. 장 초반부터 약세로 출발한 지수는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졌고, 한국거래소는 오전 11시 40분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한 데 이어 오후 2시 33분에는 서킷브레이커까지 가동하며 20분간 매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투자심리 위축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가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4조1천391억원, 기관은 4조5천129억원을 각각 순매도했고, 개인은 8조5천223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시가총액 비중이 절대적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12% 넘게 급락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설 만큼 반도체주로 자금이 몰렸는데, 이런 쏠림이 커질수록 반대로 조정이 시작될 때 지수 전체 충격도 훨씬 커지는 구조다. 코스닥지수도 76.88포인트(7.94%) 내린 891.52로 마감해 900선이 무너졌다.
배경에는 국내 요인과 해외 요인이 겹쳐 있다. 우선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 산업을 둘러싼 기대가 다소 흔들렸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가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저가형 인공지능 모델 확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막대한 투자에도 일부 기업이 기대만큼 미래 산업 주도권을 가져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 이 영향으로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빅테크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현지시간 24일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경계심도 작용했다. 실적이 좋아도 기대를 크게 웃돌지 못하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선반영된 셈이다.
국내 시장 특유의 구조적 변동성도 이번 급락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가 116.28% 급등하며 차익실현 욕구가 쌓여 있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자금이 지나치게 집중된 상태였다. 여기에 지난달 말 두 종목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이 출시되면서 수급의 진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이 오르거나 내릴 때 그 변동폭보다 더 크게 수익률이 움직이도록 설계된 상품인데, 운용 과정에서 상승 시 더 사고 하락 시 더 파는 구조가 나타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시가총액 상위 두 종목이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이들 종목의 매매가 곧장 시장 전체 흔들림으로 연결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이날 89.41로 2.35%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기업의 기초체력 악화보다는 과열 뒤에 나타난 기술적 조정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적 전망이 빠르게 높아진 시장일수록 기대에 못 미치는 순간 조정 폭도 커질 수 있어 당분간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금리 전망, 반도체 실적, 인공지능 투자 기대의 지속 여부가 다음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으며, 시장 쏠림이 완화되지 않으면 비슷한 급등락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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