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5일 반도체 대형주의 급등에 힘입어 5% 넘게 뛰며 장중 9,000선을 다시 넘어섰다. 최근 며칠 사이 급락과 반등이 반복되는 불안한 흐름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지수를 강하게 끌어올리면서 시장은 다시 상승 기대를 키우는 분위기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9.28포인트(5.42%) 오른 8,930.30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8,703.42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빠르게 키웠고, 오후 2시 24분께 9,000선을 돌파해 한때 9,044.04까지 올랐다. 다만 고점에서는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 일부를 반납했다. 이번 주 들어 코스피는 22일 상승, 23일 10%에 가까운 급락, 24일 3%대 반등에 이어 이날 다시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매우 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의 중심에는 반도체주가 있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이날 13.06% 오른 채 마감했고, 장중에는 298만7천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삼성전자도 5.29% 상승해 35만원선을 회복했다. 투자심리를 자극한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 서프라이즈가 꼽힌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 414억6천만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25.11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이 영향으로 시간 외 거래에서 15% 넘게 급등했다. 여기에 에스케이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에이디알·미국 시장에서 자국 외 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증서)의 나스닥 상장 일정을 7월 10일로 공개한 점도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를 키웠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3천24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2조4천144억원, 외국인은 8천75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 매수 가운데서는 금융투자가 2조4천71억원으로 가장 컸는데, 이는 개인의 상장지수펀드(이티에프·특정 지수나 자산을 따라가도록 만든 펀드) 매수 확대와 연결된 흐름으로 해석된다. 개인이 반도체 비중이 높은 이티에프를 사면, 유동성공급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이 실제 편입 종목을 시장에서 매수하게 되고, 이 물량이 금융투자 순매수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기관은 전기·전자 업종을 3조5천601억원 순매수했고, 이 가운데 금융투자 순매수액만 2조4천858억원에 달했다. 국제유가가 안정된 점도 국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3.92% 내린 배럴당 70.34달러에 마감했는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는 비용 부담 완화 기대로 읽힐 수 있다.
다만 상승세가 곧바로 안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인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5거래일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갔고, 원/달러 환율도 24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540원을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 외국인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 인상 우려가 다시 부각된 점도 부담이다. 시장의 불안심리를 보여주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옵션 가격에 반영된 기대 변동성 지표)는 이날 95.09로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실적 모멘텀과 개인 이티에프 자금 유입을 근거로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외국인 이탈과 높은 변동성이 계속되면 지수 상단은 제한될 수 있다는 경계론도 함께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대외 변수에 대한 불안이 맞서는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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