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6월 내내 이례적으로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한 데 이어 7월에도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기대와 금리·수급 변수가 맞물리면서 쉽게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사이드카가 10회 발동됐고, 이 중 매수와 매도가 각각 5회씩이었다. 서킷브레이커도 3차례 작동했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이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간 이어질 때,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가 전일 종가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하는 시장 안정 장치다. 서킷브레이커의 역대 발동 횟수가 모두 11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에만 3번이 나온 것은 최근 변동성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지난 24일 장중 97.78까지 올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등락의 배경으로 반도체 쏠림 현상을 꼽는다. 지난 26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은 코스피에서 56.48%에 달했다. 사실상 두 종목의 주가 방향이 지수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까지 새로 나오면서 단기 매매 자금의 움직임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26일에는 애플이 메모리 공급 부족 속에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고 차세대 칩 계획을 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삼성전자가 5.30%, 에스케이하이닉스가 8.36% 내렸고, 코스피도 하루 만에 5.81% 급락했다. 다른 아시아 증시도 함께 밀렸지만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컸던 것은 지수 상위 종목에 대한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다만 7월 실적 시즌만 놓고 보면 반도체 업종의 기본 여건은 나쁘지 않다.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분기 깜짝 실적을 낸 데 이어,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가 크다. 삼성전자는 7월 7일,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3일 잠정 실적을 내놓을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두 회사 모두 양호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메모리 가격 상승 속도가 앞으로 둔화할 가능성은 변수다. 현재는 공급이 빠듯해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객사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추가 인상 폭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고 바로 업황 고점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예년보다 높은 가격대가 이어지면서 수익성 체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문제는 실적 외부에 있는 거시 환경이다. 미국과 이란 충돌 여파로 올랐던 국제 유가는 종전 양해각서 체결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고 시장 금리도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4% 수준으로 전쟁 이전보다 높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일본과 유럽에 이어 미국도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압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 7월에는 미국의 6월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한국에서도 6월 소비자물가지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2분기 국내총생산 속보치가 차례로 발표된다. 이런 지표들은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지 판단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발표 결과에 따라 증시가 다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도 7월 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리밸런싱은 자산 가격 변화로 목표 비중에서 벗어난 투자 비율을 다시 맞추는 작업이다. 국민연금은 그간 유예 조치로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최대 28.8%까지 넓혀왔지만, 코스피가 한때 9,300선을 넘을 정도로 급등한 만큼 비중 축소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원칙은 확인됐지만, 실제 매도 물량이 어느 정도 나올지는 여전히 민감한 관심사다. 결국 7월 코스피는 반도체 실적이 지수를 떠받치는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금리 경로와 연기금 수급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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