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글로벌 증시는 이란 전쟁 충격으로 한때 시가총액 9조달러가 한 달 만에 사라지는 급락을 겪었지만, 이후 인공지능 반도체 중심의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말보다 7조달러 늘어난 상태로 상반기를 마쳤다.
시장 흐름은 말 그대로 급등락의 반복이었다. 3월에는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고, 물가 불안이 다시 커지면서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대도 약해졌다. 통상 유가 급등과 금리 부담은 기업 수익과 투자심리를 동시에 압박하는 변수인데, 이 시기 글로벌 증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결과 세계 주식시장을 폭넓게 반영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에이씨더블유아이(ACWI) 지수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10% 상승했고 2분기만 보면 12.2% 올라 2020년 이후 가장 강한 분기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가별 온도차는 뚜렷했다. 한국 코스피는 상반기에 100% 급등해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상승률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확대의 대표 수혜주로 부각된 영향이 컸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34% 오르며 강세를 보였는데,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와 소프트뱅크그룹 주가 상승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미국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상반기 8%, 나스닥 종합지수가 13% 상승했다. 다만 2024년과 2025년 시장을 주도했던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은 예전 같은 독주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2분기에는 6% 올랐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7% 하락해, 상승 동력이 일부 다른 종목과 지역으로 옮겨가는 모습도 나타났다.
외환과 원자재 시장에서는 불안 요인이 더 뚜렷했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11조7천억엔을 투입했는데도 엔화는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일본 통화정책과 미국 금리 수준의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뜻으로, 글로벌 자금 흐름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도 약세를 보였다. 6월 한 달 동안 금값은 12% 넘게 하락해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고, 분기 기준으로도 2013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졌는데도 금값이 밀렸다는 점은, 시장이 단순한 위험 회피보다 금리와 달러 흐름에 더 크게 반응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시장이 전쟁, 유가, 금리, 통화가치 변동이라는 복합 충격 속에서도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런 반등이 일부 인공지능 관련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 업종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은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엔화 약세, 미국 정책 변화, 중동 정세 같은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변동성이 큰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시장의 방향은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계속 유지되는지와 지정학적 충격이 실물경제로 얼마나 번지는지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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