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일 반도체 업종에 대한 고점 부담과 중동 지역 긴장 재확산이 겹치면서 5% 넘게 급락해 장중 7,000선 붕괴 우려까지 키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09.52포인트(5.35%) 내린 7,246.7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7,452.48로 출발한 뒤 오전 한때 반등해 7,791.66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밀리며 장중 저점 7,186.21까지 떨어졌다. 하루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605.45포인트에 달했다. 급격한 하락세 속에 오후 1시 31분에는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피 시가총액도 5천931조원으로 6천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이날 시장이 크게 흔들린 직접 배경으로는 반도체주 약세와 지정학적 불안이 동시에 꼽힌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가 1.16% 내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65% 하락했다. 여기에 장중 미국과 이란의 충돌 격화, 호르무즈 해협 항행 차질 우려가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더 빠르게 얼어붙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여서, 이 지역 불안은 유가와 물가, 기업 비용 부담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 변수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가 약세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6.25%, 에스케이하이닉스는 5.68% 내렸고, 이들 대형주와 연결된 에스케이스퀘어(-6.34%), 삼성생명(-7.73%), 삼성물산(-6.95%), 에스케이(-4.79%) 등도 동반 하락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311억원을 순매수해 지난달 18일 이후 14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기관과 개인이 각각 3천377억원, 451억원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외국인이 샀는데도 지수가 크게 밀린 것은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가 그만큼 강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코스닥도 같은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46.23포인트(5.56%) 내린 785.00으로 마감해 800선 아래로 내려갔고, 800선을 밑돈 것은 약 10개월 만이다. 오후 1시 33분에는 코스닥시장에서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증권가는 이날 낙폭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 크게 나타난 배경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몇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 확대에 따른 수급 왜곡을 지목한다. 반도체 대형주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린 상태에서 주가가 흔들리자, 반등 때는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하락 때는 투매가 뒤따르는 식으로 변동성이 더 증폭됐다는 진단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급락 이후 가격 매력이 일부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7,280포인트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6.3배 수준까지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치 평가상으로는 저점에 가까운 구간이라고 봤다. 결국 당분간 한국 증시는 반도체 업황 기대와 중동 정세, 그리고 레버리지·파생상품 수급 변화를 함께 확인하며 큰 폭의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지정학적 불안이 완화되고 반도체 투자심리가 안정되는지에 따라 추가 급락보다는 변동성 축소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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