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사들의 국내 주요 상장사 지분 투자가 지난 1년 새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한국 증시에서 특정 업종과 대형 우량주를 겨냥한 글로벌 자금 유입이 한층 뚜렷해졌다.
1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500대 상장사 가운데 해외 기업과 펀드가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투자 건수는 모두 123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 95건과 비교하면 29.5% 늘어난 수치다. 지분 5% 이상 보유는 통상 단순 관심 수준을 넘어 주요 주주로 분류되는 기준이어서, 이번 증가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기업을 보다 본격적으로 편입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가별로는 미국계 투자사가 69건으로 전체의 56.1%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나타냈다. 이어 유럽 25건, 일본 10건, 중국 8건 순이었다. 미국계 자금 가운데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블랙록은 지난 1년 동안 국내 상장사 가운데 지분 5% 이상 투자 기업을 12곳 늘려 모두 19개 기업의 주요 주주가 됐다. 주요 투자처는 KB금융 7.41%, 하나금융지주 7.22%, 우리금융지주 7.18%, LG디스플레이 7.16%였고, 삼성전자 5.14%, SK하이닉스 5.11% 지분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자본은 국부펀드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움직였는데, 노르웨이중앙은행이 CJ대한통운 6.16%, 코스맥스 6.08% 등 6개 기업에 투자한 점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기술·보안 분야 합작 지분 성격의 투자가 많았고, 중국은 텐센트를 중심으로 게임·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화장품 분야가 가장 강한 관심을 받았다. 화장품 업종의 해외 투자 건수는 지난해 6월 2건에 그쳤지만 지난달에는 9건으로 늘었다. 특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을 맡는 코스맥스에 글로벌 자금이 집중됐다. 기존 주주인 피델리티인터내셔널 5.33%에 더해 최근 1년 사이 싱가포르투자청 6.33%, 노르웨이중앙은행 6.08%, 싱가포르정부 5.40%가 새로 5% 이상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직접 브랜드뿐 아니라 생산 역량까지 함께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달바글로벌은 영국 엠앤지인베스트먼트 7.58%와 피델리티인터내셔널 5.06%의 투자를 받았고, 뷰티 디바이스 업체 에이피알도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가 5.01% 지분을 확보하며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화장품에 이어 반도체와 제약·바이오 업종도 각각 4건씩 투자 건수가 늘었다. 반도체는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이라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고, 제약·바이오는 신약 개발과 바이오 기술 경쟁력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선별적 접근이 이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는 해외 기업과 펀드의 지분 보유 공시를 바탕으로 우선주와 특수목적법인, 리츠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비교가 어려운 신규 상장사는 제외됐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수출 경쟁력이 높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성과를 낼 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국내 증시의 업종별 온도 차도 더 뚜렷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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