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미국 물가 둔화에 힘입어 전날 7,200선을 회복했지만, 미국 반도체주가 다시 약세를 보이면서 16일 장에서는 변동성이 재차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
1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24% 오른 7,284.41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7,082.91로 출발해 곧바로 7,000선을 되찾았고, 한때 7,424.18까지 오르며 급반등 흐름을 보였다.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팔라 개장 6분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기도 했다. 이날 반등의 중심에는 외국인 자금이 있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천308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기관도 1천822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2조4천66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5월 6일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지수도 45.45포인트(5.80%) 오른 829.43으로 마감했다.
시장이 급히 안정을 찾은 배경에는 미국의 물가 지표가 있다.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5%로, 시장 예상치였던 3.8%를 밑돌았고 5월의 4.2%보다도 0.7%포인트 낮아졌다.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정되자 연방준비제도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다. 시카고상업거래소 페드워치툴 기준으로 시장이 반영한 7월 금리 인상 확률은 기존 42%에서 17%로 떨어졌다. 여기에 코스피가 14일 장중 6,400선까지 밀린 뒤 반등한 상황에서 골드만삭스가 6,800선을 기술적 지지선으로 거론한 점도 투자자들에게 바닥 인식의 근거로 작용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는 6.27%, SK하이닉스는 8.83% 오르며 최근 낙폭 일부를 만회했고, 외국인은 두 종목을 각각 5천100억원, 6천500억원 순매수했다.
다만 한국 증시가 안도 랠리를 보인 직후 미국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종만 따로 흔들렸다. 간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29%,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0.38%, 나스닥 종합지수는 0.62% 상승했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08% 하락했다. 배경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자체가 꺾였다기보다 투자 집행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다. 모건스탠리는 와이오밍주와 뉴욕주 데이터센터 건설이 연기되거나 유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고, 이는 메모리와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단기적으로 기대보다 늦게 반영될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2028년 이후 메모리 신규 설비 가동에 따른 잠재적 공급 과잉 우려, 장기 공급계약의 가격 하한선 조항을 활용한 가격 하락 위험 회피 움직임, 중국 창신메모리의 85억5천만 달러 규모 상장 청약 등도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했다.
그렇다고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식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은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 확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은 자체 인공지능 서버칩 성능이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 구동에 한계를 보이자 관련 스타트업 인수를 검토하고, 브로드컴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반도체주 하락을 산업 성장성의 훼손보다는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향후 메모리 공급 확대 가능성, 옵션 시장의 포지션 조정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이런 미국 반도체주 조정이 한국 증시 투자심리에도 바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증시 지수 상장지수펀드는 3.02% 급락했고, 코스피200 야간선물도 장중 7% 넘게 밀린 뒤 낙폭을 줄였지만 결국 4.41% 하락 마감했다. 전날 27.29% 급등했던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는 9.00% 떨어진 176.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한국 증시가 미국 금리 기대 완화라는 호재와 반도체 업종 조정이라는 부담 사이에서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외국인 자금이 반도체 대형주에 얼마나 다시 유입되는지가 단기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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