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APL)이 장중 사상 최고가를 찍으며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사 자리를 되찾았다.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NVDA)가 4% 넘게 밀리면서 시가총액 경쟁의 무게추가 애플로 잠시 기울었다.
미국 증시 개장 10분 만에 애플 주가는 주당 334.95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4조9200억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시각 엔비디아는 199.38달러에 거래되며 전장 대비 4% 내린 4조83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두 기업의 격차는 1000억달러 이상 벌어졌지만, 이날 오전 장중 기준으로는 순위가 바뀐 셈이다.
애플이 세계 시총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정상에 오른 바 있으며, 이번 재등극은 엔비디아의 하락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애플 주가는 오전 중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엔비디아는 3% 이상 빠지며 순위 변동을 키웠다.
월가에서는 7월 들어 AI 대형주에 쏠렸던 자금이 일부 빠지며 전통 강자와 메모리 반도체 종목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올해 들어 22% 상승해 엔비디아의 7% 상승률을 크게 앞섰다. 지난해 엔비디아가 압도적 수익률을 기록한 뒤 투자심리가 재조정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이 AI 설비투자 확대에 브레이크를 거는 가운데, 애플의 보수적인 지출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HSBC는 이날 애플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366달러로 제시했다. 글로벌 빅테크가 매출의 39%까지 AI 관련 자본지출에 투입하는 것과 비교해, 애플의 설비투자는 매출의 2.5%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 시장에서도 분위기 반전의 가능성이 열렸다. 애플의 AI 기능 묶음은 이번 주 베이징 인터넷 규제 당국의 등록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중 하나에서 서비스 확장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다만 엔비디아의 펀더멘털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 회사는 전날 일본에 2만7500개의 루빈 GPU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사업은 ‘물리적 AI’를 위한 세계 최초의 국가 단위 AI 인프라로 소개됐으며, 도쿄의 주권 기금 성격 기관이 자금을 댄다.
엔비디아는 이미 지난해 7월 시가총액 4조달러를 처음 넘어섰고, 올해 10월에는 5조달러 고지를 밟은 바 있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잠시 1위를 되찾았지만, 양사의 격차가 크지 않아 순위는 장중에도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미국 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께 엔비디아는 다시 약 4조9400억달러로 1위 자리를 회복했다.
세갈 마르코 어드바이저스의 벤저민 홀은 로이터에 “큰 차이는 보지 않는다”며 “엔비디아는 앞으로 어떤 흐름이 오더라도 중요한 참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장중 역전은 AI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서도, 시장이 과도한 투자 부담과 높은 밸류에이션을 다시 따져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애플과 엔비디아의 경쟁은 단순한 시총 순위 싸움을 넘어, 앞으로 자본이 어디로 흐를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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