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28일 나란히 13∼14%대 급락 마감하면서 국내 반도체 대형주 전반에 투자심리가 크게 얼어붙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3.39% 내린 22만원에, SK하이닉스는 14.65% 떨어진 15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22만원대로 내려온 것은 4월 30일 이후 약 석 달 만이고, SK하이닉스도 주가 수준이 사실상 5월 초로 되돌아갔다. 낙폭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고, 상장 이후 기준으로는 4번째로 큰 일일 하락폭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두 번째로 큰 하락률을 나타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급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동안 SK하이닉스를 3조2천92억원어치 순매도해 가장 많이 팔았고, 삼성전자도 1조6천34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투자가가 SK하이닉스를 9천77억원가량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기에는 규모가 부족했다. 개별 종목 하락과 함께 시장 전체도 크게 흔들리면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732.09포인트, 10.84% 내린 6,023.66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도 59.01포인트, 7.72% 하락한 705.85로 거래를 끝냈다.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는 중국 반도체 장비 기술 진전 가능성과 인공지능 관련 순환 투자 우려가 함께 거론된다. 간밤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는 중국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에이에스엠엘이 주력으로 공급하는 극자외선, 즉 이 유 브이 노광장비의 한 세대 이전 장비인 심자외선, 즉 디 유 브이 노광장비 양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핵심 설비로, 기술 장벽이 매우 높아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 경쟁력에 직접 연결되는 분야다. 시장은 이 보도를 중국의 반도체 자립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만 실제 양산 수준과 상용화 속도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내용이 지난달 중국 교통대학교 한 교수가 내부 회의에서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으로 보이며, 어느 기업이 주체인지 분명하지 않아 실제 개발 진도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중국산 디 유 브이 장비의 연간 생산 규모가 수십대 미만으로 추정되고, 에이에스엠엘의 공급량과는 격차가 크며, 부품의 완전한 국산화도 쉽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경쟁 심화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해외 시장의 약세도 국내 반도체주에 부담을 더했다. 뉴욕증시에서는 에이에스엠엘이 6% 가까이 급락했고, 엔비디아도 5%가량 하락했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도 7% 내렸으며,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과 저장장치 업체 샌디스크도 각각 2%, 11% 넘게 떨어졌다. 결국 이날 국내 증시의 급락은 특정 기업 실적 문제라기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변화 가능성과 인공지능 투자 피로감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중국 장비 기술의 실제 수준이 어디까지 확인되느냐와 미국 반도체주 반등 여부에 따라 추가 변동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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