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26년 7월 28일 하루 만에 10% 넘게 밀리며 6,000선을 간신히 지켜내자,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이 기업 실적 악화보다 공포 심리와 과도한 포지션 정리가 겹치며 낙폭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결과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2.09포인트, 10.84% 내린 6,023.66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도 59.01포인트, 7.72% 하락한 705.85로 마감했다. 표면적인 충격 요인으로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의 상하이 증시 상장 흥행과 중국 국영기업의 심자외선 노광장비 개발 소식이 거론됐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재료만으로 국내 증시 전체가 이처럼 급격히 무너진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최근 시장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주식에 자금이 지나치게 몰린 상태였고, 작은 악재에도 투자 심리가 급격히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였다는 것이다.
특히 7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세 차례나 발동될 정도로 변동성이 커진 점이 공포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 많았다. 반복되는 급락과 매매 정지는 투자자들에게 추가 하락에 대한 학습된 불안을 심어주고, 다시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와 신용융자, 이른바 빚투가 하락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기계적으로 매물이 더 쏟아지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실제 기업가치 변화보다 수급 충격이 더 크게 작동했다는 설명이다.
시장 불안을 키운 근본 배경으로는 인공지능 투자수익률에 대한 의구심도 꼽혔다. 그동안 시장은 인공지능 수요 확대 자체에 주목해왔지만, 최근에는 막대한 설비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쪽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여기에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긴축 우려까지 겹쳤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기준으로 7월 금리 인상 확률이 37.9%까지 올라간 점을 언급하며,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시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반도체 업황 자체가 무너졌다기보다, 인공지능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금리 부담, 중국발 공급 경쟁 우려가 한꺼번에 가격에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증권가가 공통으로 주목한 분수령은 이번 주 예정된 주요 기업 실적 발표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미국 대형 기술기업과 에스케이하이닉스, 삼성전자의 실적을 통해 인공지능 설비투자 확대 기조가 유지되는지, 메모리 반도체 이익 전망이 실제로 훼손됐는지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 6,000선 아래를 극단적 저평가 구간으로 봤고,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주요 기술 지표상 과매도 신호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지수 수준이 밸류에이션 매력, 즉 실적 대비 가격 부담이 낮아진 구간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전고점으로 곧바로 되돌아가는 급반등보다는 바닥을 다진 뒤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흐름에 무게를 뒀다.
결국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려면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가 완화되고,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펀더멘털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규제 강화와 레버리지 축소로 기계적 변동성이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본격적인 반등은 수급 정상화와 이익 가시성이 함께 개선될 때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하반기 코스피가 급락분 일부를 되돌릴 수 있는지, 아니면 높은 변동성 속에서 한동안 방향을 탐색하는지 가르는 핵심 변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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