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를 사실상 자기 자금 없이 인수한 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수십억원대 이익을 챙긴 일당이 검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상장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자금 조달 구조와 주가 부양이 결합한 전형적인 불공정거래 사례라는 점에서 자본시장 감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와 수사과는 4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였던 A씨와 시세조종 전문가 B씨 등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지난달 2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고, 사내이사 C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3월 투자자들에게 원금 보장과 투자수익의 70% 배분을 약속하며 자금을 끌어모으고, 인수 대상 회사 주식을 담보로 145억원을 대출받는 방식으로 최대주주 지분 19.96%인 163만6천364주를 180억원에 사들였다. 해당 회사는 운반 하역기계 등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로 2005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겉으로는 기업 인수지만, 실제로는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과 주식을 활용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이른바 무자본 인수합병 구조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문제는 인수 이후였다. A씨는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익금을 마련하고, 담보로 잡힌 주식이 주가 하락으로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주가를 띄우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C씨를 통해 B씨에게 30억원 이상 규모의 시세조종 자금을 제공하며 범행을 의뢰했다고 보고 있다. B씨는 9개 차명계좌를 동원해 모두 3만221회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반복 제출했고, 그 결과 주가는 2017년 5월 12일 종가 1만4천200원에서 같은 달 26일 장중 2만100원까지 2주 만에 약 41.5% 올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약 5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주식담보 대출과 투자자 모집으로 상장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시세조종으로 이익을 실현한 전형적인 무자본 인수합병 범행으로 규정했다. 특히 A씨는 다른 무자본 인수합병 사건에도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정황이 파악됐고, B씨는 비슷한 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뒤 다시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에서는 이런 수법이 상장사의 실적이나 사업가치와 무관하게 주가를 왜곡해 일반 투자자 피해를 키운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검찰과 금융당국이 무자본 인수합병, 차명계좌를 활용한 시세조종, 주식담보 대출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수사와 감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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