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한국 증시 변동성에도 금융위기 가능성 낮다 평가

| 토큰포스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단기간에 금융권 신용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비교적 탄탄하고,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도 갖추고 있어 시장 충격이 곧바로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피치는 5일(현지시간) 내놓은 평가에서 증시 불안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로 소비 심리, 주택시장, 금융회사 수익성을 꼽았다. 다만 직접적인 소비 위축보다 자산시장 심리와 주택 수요 쪽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주식 투자로 얻은 이익 가운데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비중은 약 1.3%에 그쳤다. 반면 무주택자가 주식에서 거둔 수익의 약 70%는 결국 부동산 매입으로 연결된 것으로 분석됐다. 주가 약세가 길어질 경우 소비보다 주택시장 심리와 매수 여력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증권사가 단기 압박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는 업종으로 지목됐다. 주식 거래가 줄거나 신용거래 관련 위험이 커지면 실적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피치는 현재 상황이 증권사의 재무구조 악화를 의미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담보 청산 장치와 유지증거금 제도 같은 위험관리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신용융자 위험도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요 증권사들은 이번 조정 국면에 들어서기 전 이미 수익성이 개선된 상태였다.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다수 증권사는 위탁매매 수익과 신용융자 이자수익 증가에 힘입어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두 배 늘었고, 지난 2년간 쌓아둔 이익잉여금도 향후 수익 감소나 잠재 손실을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됐다.

은행권은 증시와의 직접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가 주식 투자 확대를 위해 대출 레버리지(빌린 돈을 활용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를 급격히 늘렸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1∼5월 기준 전년 대비 3.8%로 비교적 완만한 수준이었다. 다만 은행이 안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피치는 은행의 핵심 위험이 주식시장 자체보다 주택시장과 가계신용 여건에 더 가깝다고 짚었다. 한국은행 역시 집값과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을 금융안정의 지속적인 우려 요인으로 지목해왔다.

보험사는 이번 변동성 국면에서 가장 영향이 적은 부문으로 분류됐다. 보험사들의 주식 직접 보유 비중은 운용자산의 0.5% 미만, 자본의 2.3% 미만에 머물러 주가 하락이 지급여력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K-ICS(한국 보험자본기준) 비율은 3월 말 기준 216.1%로 규제 최저선인 100%를 크게 웃돌았다. 피치는 이런 금융권 방어력에 더해 한국의 실물경제 흐름도 대체로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 등을 반영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25bp(1bp는 0.01%포인트) 올려 2.75%로 조정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소비도 비교적 견조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피치가 2026년 6월 제시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 2.6%를 다소 웃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이어지더라도 금융 시스템 전반의 충격은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가 다시 불안해질 경우 위험의 무게중심이 자산시장 전반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은 계속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