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부실기업 정리 가속화... 시장 체질개선 기대감 고조

| 토큰포스트

정부가 코스닥 시장에서 부실기업을 더 빨리 걸러내는 제도를 본격 가동하면서 시장 체질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주가와 시가총액 기준에 묶인 상장사들의 반발도 함께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일부터 동전주 관련 상장폐지 요건을 새로 적용하고 있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천원 미만이거나, 시가총액이 상장 유지 기준에 미달하면 다음 거래일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90거래일 안에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 절차로 이어진다. 거래소는 이날 장 마감 기준으로 최근 30거래일 동안 주가 또는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36개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는데, 이 가운데 코스피는 9개사, 코스닥은 27개사였다. 이번 조치는 실질적으로 시장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기업을 정리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정책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런 정비 작업이 코스닥 전반의 수익성과 평가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닥 전체 실적에는 이익을 내는 기업뿐 아니라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 실적까지 함께 반영되는데, 부실기업이 빠지면 남아 있는 기업들의 평균적인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엔에이치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을 제외한 영업이익 합계는 18조8천억원으로, 한계기업을 포함한 전체 영업이익 14조1천억원보다 4조원 이상 많았다.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도 같은 맥락에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코스닥 전체 PER은 112.6배였지만, 한계기업을 제외하면 31.3배로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하반기 코스닥 상장사를 등급별로 나누는 승강제 도입 방안까지 예고돼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량기업을 더 쉽게 골라낼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9∼10월 관련 세부안이 나오고, 내년 상반기 시행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제도 취지와 별개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까지 시장가격만으로 관리종목 위험에 놓이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 제이엠아이는 주가 1천원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됐지만, 연결 기준으로 최근 수년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내왔고 매출도 늘고 있다. 회사가 공시한 잠정 실적을 보면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8% 증가했고, 매출은 49.8% 늘어난 617억원이었다. 최근 시가총액도 280억∼290억원 수준으로 강화된 시가총액 기준 200억원을 웃돌았지만, 주가가 발목을 잡았다. 회사 측은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거쳐 2020년부터 실적과 내재가치가 개선돼왔는데도 수급 불균형으로 주가 회복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관리종목이라는 꼬리표 자체가 투자자 불신을 키우고, 결국 액면병합 같은 방법까지 검토하게 만드는 낙인 효과를 낳는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시가총액 기준을 둘러싼 부담도 크다. 기존보다 높아진 200억원 기준을 맞추려면 단기간에 기업 가치가 가파르게 뛰어야 하는데, 증시 수급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이를 스스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인수·합병이나 신주 발행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런 선택은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고 본업과 무관한 왜곡된 경영 판단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 큰 문제는 관리종목 지정 이후다. 시장에서는 이를 상장폐지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고, 금융권 대출이나 거래처 신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거래소 안팎에서는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판단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늘어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한 상장사가 관련 결정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올해 약 100곳 이상 기업의 상장폐지가 예상되는 만큼, 거래소 내부에서도 법무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제도 강화는 코스닥을 양적으로 큰 시장에서 질적으로 신뢰받는 시장으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부실기업을 퇴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우량기업의 이탈을 막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새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가총액이나 주가처럼 시장 상황에 크게 흔들리는 기준만으로 기업 건전성을 판단하기보다 영업실적, 자산 건전성, 현금흐름 같은 요소를 함께 보는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코스닥 시장의 신뢰 회복과 투자자 선별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제도 충격을 줄이기 위한 보완 장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기업 반발과 법적 분쟁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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