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3사가 하반기 들어 두 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제품 공급 차질과 사우디 원유 공식판매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정제마진 개선 기대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il(010950)은 28일 1만2500원(9.14%) 오른 14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반기 들어 S-Oil은 36.13%, SK이노베이션(096770)은 19.29%, GS(078930)는 76.99% 상승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더 커진다. S-Oil은 85.80%, SK이노베이션은 17.02%, GS는 133.63% 올랐다.
정유사는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으로 정제해 판매한다. 원유 조달 비용보다 석유제품 판매 가격이 높을수록 이익이 커지는데, 이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정제마진이다.
복합정제마진은 여러 석유제품에서 발생한 마진을 합산한 수치다. 정제마진이 높아지면 같은 원유를 처리해 얻을 수 있는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다.
한국경제는 중동과 러시아 정유공장의 가동 차질로 세계 석유제품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국내 정유사는 설비를 정상 가동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도했다. 정기보수 등으로 가동을 멈추는 세계 정제설비 규모는 평소 하루 400만 배럴 수준이지만, 지난 2분기에는 하루 900만 배럴로 늘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복합정제마진을 배럴당 30달러(약 4만1250원)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배럴당 10달러(약 1만3750원)의 세 배 수준이다.
내년 복합정제마진 전망치는 배럴당 19달러(약 2만6125원)로 제시됐다. 전쟁 이전 수준보다 높은 정제마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증권가 분석이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내년까지 평균 이상의 정제마진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제마진 수준이 단기 주가 흐름보다 정유사 실적 변수로 먼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원유 조달 비용도 정유사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변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시아 공급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은 7월 배럴당 9.5달러(약 1만3063원)에서 8월 마이너스 1.5달러(약 2063원 할인)로 낮아졌고, 9월에는 마이너스 2달러(약 2750원 할인)로 추가 인하됐다.
OSP는 산유국이 기준유가에 더하거나 빼는 공식판매가격이다. OSP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기준유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한다는 뜻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초기 원유 확보 경쟁으로 급등한 산유국 프리미엄이 공급 경로 다변화와 아시아 수요 부진을 반영해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 자체의 공급 부족보다 조달 프리미엄 변화가 수익성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단계의 리스크는 원유의 절대 부족보다 운송비·보험료와 지정학적 프리미엄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속에서도 우회 송유관과 선박 간 환적을 통한 공급이 이어지면서 원유 수급 우려는 일부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에서 S-Oil의 3분기와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각각 1조95억원, 1조630억원으로 추정됐다. SK이노베이션은 각각 1조6576억원, 1조3702억원으로 제시됐다.
GS의 3분기와 4분기 연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조2175억원, 9767억원이다. 세 회사의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7조2945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1588억원의 2.3배 수준이다.
S-Oil은 정제마진 상승과 사우디 OSP 하락을 동시에 반영받는 기업으로 거론됐다. SK이노베이션은 하루 84만 배럴의 정제능력을 갖췄고, GS는 GS에너지를 통해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정제마진, 원유 조달 가격, 운송비, 지정학적 비용이 함께 움직이는 만큼 주가와 실적에 미칠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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