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 공동 창업자 크리스 라센이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과 손잡고 캘리포니아 주의 부유세 도입에 맞서는 대규모 캠페인을 벌이고 나섰다. 이들이 추진하는 ‘그로우 캘리포니아(Grow California)’는 총 4,000만 달러(약 581억 원) 규모의 정치 이니셔티브로, 친(親)비즈니스 성향의 온건파 정치인들을 주 의회에 진출시키고 주정부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것을 주목표로 하고 있다.
이 캠페인의 도화선이 된 것은 캘리포니아 서비스노동조합(SEIU)이 주도한 한 개헌안이다. 해당 발의안은 순자산 10억 달러(약 1조 4,520억 원)를 초과하는 자산가에게 한 차례 5%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며,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자산평가익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돼 논란을 불러왔다.
이에 대해 라센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법안을 만든 사람들은 잠들어 있던 거인을 깨운 셈”이라며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캠페인에 개인적으로 3,000만 달러(약 435억 원)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라센 외에도 벤처투자자 팀 드레이퍼가 창립 자금 500만 달러(약 72억 원)를 보탰으며, 이들은 구체적으로 올해 주의회 선거에서 12개 지역구에 집중 투자해 여론을 반전시킬 계획이다. 그로우 캘리포니아는 주지사 선거나 대형 주민발의안 캠페인은 피하면서, 공공안전, 노숙자 문제, 예산 책임성 등 실질 정책을 의제로 내세울 전망이다.
비록 민주당이 현재 캘리포니아 의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라센은 여러 차례에 걸쳐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금 당장은 큰 반향이 없을 수 있지만, 몇 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 창립자가 모두 암호화폐 산업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드레이퍼는 비트코인(BTC) 테마 넥타이와 널리 알려진 다주 분할 운동으로 유명하며, 라센은 리플 보유 지분과 암호화폐 자산만으로 약 150억 달러(약 21조 7,800억 원)의 순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두 사람은 이번 캠페인이 암호화폐 업계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라센은 또 다른 정치조직 ‘페어셰이크(Fairshake)’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페어셰이크는 암호화폐 업계 슈퍼팩(Super PAC, 대형 정치자금단체)으로, 지난 총선에서 1억 달러(약 1,452억 원) 이상을 투입해 의회 지형에 영향을 미쳤다.
캘리포니아의 암호화폐 관련 정치 움직임은 점차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이안 칼데론 전 주하원의원이 2026년 주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영상에서 “캘리포니아를 비트코인의 확실한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개빈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관련 사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뉴섬 주지사 사무실은 최근 별도 웹사이트를 개설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한 주요 인물들을 ‘범죄적 동조자’로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중에는 바이낸스 창립자인 창펑 자오도 포함돼 있다. 그는 은행비밀법 위반으로 4개월 복역한 뒤, 지난해 10월 전격 사면됐다.
정치 논쟁과 별개로 캘리포니아는 디지털 자산 관련 인프라 강화를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 중이다. 오는 2025년 7월 발효되는 ‘디지털금융자산법’은 모든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자에게 주정부 면허를 요구하며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주의회는 디지털 자산으로 주정부 수수료를 납부할 수 있게 하는 시범 프로그램 ‘AB 1180’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며, 해당 제도는 2031년까지 운영된다.
한편 캘리포니아의 부유세 논란은 국제 사회의 조세 정책과도 대비된다. 일본은 2026년부터 암호화폐에 대해 최대 세율을 55%에서 20% 정률 과세로 낮추는 개혁안을 추진 중이며, EU는 이미 올해 1월부터 ‘DAC8’ 조세 투명성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회원국 사이에서 암호화폐 계좌 정보를 자동으로 공유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 역시 여전히 과세 체계가 불확실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부는 반복적으로 과세 유예를 연장하며, 암호화폐 과세는 2027년 1월로 미뤄졌지만 기반 인프라는 미비한 상태다. 스위스도 외국 세무 당국과의 계좌 정보 자동 교환을 2027년 이후로 연기한 가운데, 자국 내 법제는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라센의 캠페인은 단순히 부유세 반대 그 이상을 의미한다. 암호화폐 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정치 영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신호이며, 향후 미국의 규제 방향과 정치 지형에 크고 작은 파급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 “규제 리스크, 이제는 예측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의 부유세 공방과 라센의 대규모 정치 캠페인은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닙니다. 암호화폐 산업의 리더들이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 만큼, 규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투자에 있어 이제 ‘정책의 방향’을 읽는 힘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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