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합법적 프라이버시’ 언급…ZK 성숙에 프라이버시 크립토 테마 재부상

| 서지우 기자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정치적 긴장이 커지면서 검열 저항성을 갖춘 ‘프라이버시(privacy) 크립토 자산’이 다시 투자자 레이더에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난센(Nansen)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 제이크 케니스(Jake Kennis)는 프라이버시가 더 이상 투기적 ‘니치’가 아니라, 기관 자금이 주목하는 지속 가능한 테마로 자리 잡을 조건이 동시에 형성되고 있다고 봤다.

케니스는 DL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라이버시 시장을 떠받치는 세 가지 축으로 ‘정치적 긴장’, ‘규제 강화’, ‘영지식증명(ZK) 기술 성숙’을 꼽았다. 특히 ZK는 거래 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환경에서도 필요한 정보만 증명할 수 있어, 규제 준수와 익명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기술로 거론된다.

그는 “프라이버시 도구는 ‘실험 단계’에서 ‘배포 가능한 단계’로 넘어왔다”고 평가했다. 대형 벤처캐피털 안드리센호로위츠는 ZK를 크립토의 ‘가장 중요한 해자(moat)’로 지목한 바 있는데, 케니스는 이 같은 시각이 기관의 접근 방식을 바꾸는 촉매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은 미국 재무부가 3월 새 보고서에서 프라이버시 도구의 ‘합법적 이용’ 가능성을 명시하면서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보고서는 토큰 믹서처럼 거래와 신원을 가리는 기술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디지털 자산의 합법적 이용자도 공개 블록체인 상 거래에서 재정적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해 믹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의회에 전달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미국 정부의 톤 변화로 해석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들어 산업에 대한 태도가 완화되는 신호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8월 미 법무부는 프라이버시 중심 크립토 도구를 개발하는 개발자들에 대해 향후 기소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은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라이버시 토큰 ‘급등락’ 이후에도 관심은 지속

프라이버시 관련 토큰은 2025년 강세장에서 눈에 띄는 상승 랠리를 펼쳤지만, 이후 크립토 시장 전반이 약 2조달러(약 2,980조원) 규모로 급락하는 과정에서 함께 주저앉았다.

대표 사례로 지캐시(ZEC)는 8월부터 9월 사이 거의 2000% 급등했지만, 핵심 개발팀이 물러난 뒤 가격이 65% 이상 급락했다. 모네로(XMR)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1월에는 약 800달러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가, 이후 300달러 아래로 밀리며 급격한 조정을 겪었다.

다만 케니스는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유동성이 큰 프라이버시 코인’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자금은 레일건(Railgun), 녹턴(Nocturne), 자마(Zama), 알레오(Aleo), 닐리온(Nillion)처럼 토큰화, 결제, 무역금융, 커스터디(수탁) 영역에서 ‘규제 준수형 프라이버시(compliant privacy)’를 겨냥한 프로젝트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섹터에는 넓은 경기장이 있고 성장 경로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재무부 “불법자금 세탁에 악용”…유럽은 상장 금지로 압박

미국 재무부는 프라이버시 거래의 위험도 분명히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초부터 2025년 말까지 북한 연계 행위자들이 탈취한 수십억 달러 규모 디지털 자산이 복잡한 세탁 경로를 거쳤고, 이 과정에서 거래 믹싱 서비스가 반복적으로 활용됐다. 믹서는 거래 흐름을 흐리게 만들어 추적을 어렵게 한다.

또 재무부는 2020년 중반 이후 믹서에서 유입된 예치금 가운데 16억달러(약 2조3,840억원) 이상이 크립토 브리지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재 대상과 연관된 스왑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 대상이 된 ‘단일 브리지’에 상당 부분이 집중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믹서, 스테이블코인, 크로스체인 인프라가 맞물리는 방식도 경고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믹서로 직접 유입되는 불법 목적 거래는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지만, 범죄 행위자들이 다른 토큰을 먼저 믹서에 통과시킨 뒤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추적 연결고리를 끊고, 이후 법정화폐로 현금화하는 패턴이 잦다는 것이다.

규제 환경도 한층 빡빡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자금세탁방지(AML) 우려를 이유로 지캐시(ZEC), 모네로(XMR) 같은 프라이버시 토큰의 거래소 상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으며, 해당 조치는 2027년 발효될 예정이다.

개발자에 대한 사법 리스크도 계속 부각된다. 네덜란드에서는 토네이도캐시(Tornado Cash) 개발자 알렉세이 페르체프(Alexey Pertsev)가 2024년 자금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유사 사건이 이어졌다. 토네이도캐시 공동 창업자 로만 스톰(Roman Storm)은 무허가 자금이체업 운영 혐의로 유죄 판단을 받았고, 사무라이 월렛(Samourai Wallet) 개발자 키오네 로드리게스(Keonne Rodriguez)는 비슷한 혐의로 최대 5년형을 선고받았다.

프라이버시 크립토를 둘러싼 논쟁은 ‘합법적 프라이버시’와 ‘불법자금 은닉’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거시경제·정치 리스크가 커질수록 검열 저항성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지만, 동시에 규제·사법 리스크가 가격과 프로젝트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정치적 긴장이 커지면서 ‘검열 저항성’ 수요가 확대되고, 프라이버시 크립토가 투기성 니치를 넘어 ‘기관이 다룰 수 있는 테마’로 재부상

- 시장의 핵심 동력은 ①정치적 긴장 ②규제 강화 ③영지식증명(ZK) 기술 성숙의 3박자이며, 특히 ZK가 ‘공개 블록체인’ 위에서 프라이버시와 규제 준수의 접점을 넓히는 중

- 프라이버시 토큰은 급등락(예: ZEC, XMR)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프라이버시 코인 가격’에서 ‘규제 준수형 프라이버시 인프라/앱’으로 이동하는 흐름

💡 전략 포인트

- ‘익명성 강화’ 단일 내러티브보다, 결제·토큰화·무역금융·커스터디 등 실사용 영역에서의 ‘compliant privacy(규제 준수형 프라이버시)’ 채택 여부를 우선 점검

- 규제 리스크는 지역별로 분화: 미국은 합법적 사용 가능성을 문구로 명시하며 톤 변화 신호가 있으나, EU는 2027년부터 프라이버시 토큰 상장 금지로 압박 강화

- 가격 변동성뿐 아니라 ‘사법 리스크(개발자 기소/유죄 판결 사례)’가 프로젝트 지속 가능성과 밸류에이션에 직접적 변수로 작동

- 관전 포인트: (1) ZK 기반 프라이버시의 상용 배포 확대 (2) 믹서/브리지/스테이블코인 결합한 자금세탁 차단 규정 강화 (3) 기관이 요구하는 KYC·감사·리스크관리와의 접점 설계

📘 용어정리

- 영지식증명(ZK, Zero-Knowledge Proof): 거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도 ‘조건을 만족한다’는 사실만 증명하는 암호기술(프라이버시+검증의 양립)

- 토큰 믹서(Mixer): 거래 경로를 섞어 송금자·수신자 추적을 어렵게 하는 서비스(합법적 프라이버시 목적과 불법 세탁 악용 논쟁이 공존)

- 크로스체인 브리지(Bridge):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자산 이동 인프라(세탁 경로에 자주 활용돼 규제의 표적)

- AML(자금세탁방지): 불법자금 세탁을 탐지·차단하기 위한 규제/컴플라이언스 체계

- 커스터디(Custody, 수탁): 기관/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서비스(규제 준수형 프라이버시의 주요 적용 분야)

💡 자주 묻는 질문 (FAQ)

Q.

프라이버시 크립토가 다시 주목받는 핵심 배경은 무엇인가요?

정치적 긴장과 거시 불확실성으로 ‘검열 저항성’ 수요가 커진 데다,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서도 영지식증명(ZK) 기술이 성숙해 ‘프라이버시와 규제 준수’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재무부가 보고서에서 프라이버시 도구의 합법적 이용 가능성을 함께 언급한 것도 시장 분위기(정부 톤)에 영향을 줬습니다.

Q.

프라이버시 코인(ZEC·XMR)과 ‘규제 준수형 프라이버시’ 프로젝트는 무엇이 다른가요?

전통적인 프라이버시 코인은 송금자·수신자·금액 등 정보를 강하게 숨기는 데 초점이 있어 규제 충돌이 잦았습니다. 반면 규제 준수형 프라이버시는 결제·토큰화·무역금융·커스터디 같은 실사용 영역에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프라이버시를 제공하고(예: ZK로 유효성만 증명) 규제 요구(감사·리스크관리)와 공존하는 설계를 지향합니다.

Q.

초보 투자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1) 가격 급등락: 프라이버시 토큰은 테마성 자금 유입·이탈로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2) 규제/상장 리스크: EU처럼 상장 금지 방침이 나오면 유동성이 급감할 수 있습니다. (3) 사법 리스크: 믹서·프라이버시 도구가 자금세탁에 악용된 사례가 누적되면서 개발자·프로젝트가 수사/기소에 노출될 수 있어, 기술력뿐 아니라 컴플라이언스 전략과 운영 구조를 함께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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