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CFTC, 암호화폐 증권성 기준 구체화…시장구조 법안 없인 ‘관할 공백’ 여전

| 서지우 기자

미국 규제당국이 ‘암호화폐가 언제 증권이고 언제 아닌지’에 대한 기준을 한층 구체화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해석 지침을 함께 내놓으면서 규제 경계가 일부 선명해졌지만, 관할 공백을 메울 ‘시장구조 법안’ 없이는 불확실성이 남는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SEC는 이번 주 CFTC와 함께 암호화폐 자산을 몇 개 범주로 나눠 어떤 경우에 ‘증권’으로 볼지 설명하는 해석 지침(interpretive guidance)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하위 테스트(Howey Test) 적용을 두고 논쟁이 이어져 왔는데, 이번 문서는 SEC가 디지털 자산을 어떤 틀로 분류하고 어떤 거래를 문제 삼을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SEC “토큰화돼도 본질이 증권이면 ‘디지털 증권’…관할은 SEC”

SEC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신들이 보는 주요 카테고리 중 하나로 ‘디지털 증권’을 제시했다. 다른 맥락에서라면 증권으로 분류될 성격의 자산이 ‘토큰화’ 형태로 발행·유통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투자계약 여부를 가르는 하위 테스트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암호화폐 자산은 증권으로 본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영역은 SEC가 감독하는 범주로 못 박았다.

반면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도구, 디지털 컬렉터블, 디지털 ‘커모디티(상품)’ 등은 원칙적으로 증권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발행사나 운영 주체가 특정 조치(예: 토큰을 쪼개 지분처럼 판매하는 ‘분할(fractionalization)’ 등)를 통해 증권 규제 요건에 해당하게 만들 경우에는 예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과 헤스터 피어스, 마크 우에다 위원은 코인데스크 기고문에서 “대부분의 암호화폐 자산은 증권이 아니라는 ‘분류 체계(taxonomy)’를 제시하고, 암호화폐 자산이 투자계약의 일부가 되는 경우 하위 테스트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CFTC도 이번 해석 지침에 동참하겠다고 밝혔고, 상품거래법(CEA) 체계 안에서 이를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CFTC는 “혁신가·발행사·개인 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들은 SEC와 CFTC 간 규제 관할을 이해하기 위해 이번 해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부분 비증권”이라도 ‘마케팅 방식’이 투자계약을 만들 수 있어

법조계에서는 이번 가이던스가 ‘자산 자체’에서 ‘거래와 설명 방식’으로 초점을 옮겼다는 점을 주목한다. 위더스(Withers) 로펌 파트너 크리스 라빈은 “예상대로 대부분의 암호화폐 자산과 많은 일반적 활동이 증권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지만, 당국이 집행 재량을 남겨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증권성 판단이 자산이나 활동 자체(대부분은 SEC 관할 밖의 디지털 상품으로 간주)에서 벗어나, 그 자산이 어떤 거래 구조·표현(representations) 속에서 제시되고 마케팅되는지로 다시 중심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즉 토큰 자체가 증권이 아니더라도, 발행사 핵심 노력에 따른 수익을 약속하는 식으로 판매되면 투자계약으로서 증권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빈은 또 “증권처럼 마케팅된 암호화폐도, 그 약속이 이행됐거나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면 다른 성격으로 재분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해석은 암호화폐뿐 아니라 ‘증권성’ 판단 전반에도 파급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할 공백 논란…“SEC가 아니라고 해서 CFTC라는 뜻은 아니다”

이번 지침에서 ‘커모디티(commodity)’의 기준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모리슨 코헨(Morrison Cohen) 파트너 제이슨 고틀리브는 상품거래법상 커모디티가 광범위한 목록과 개념으로 정의돼 있지만, 이번 가이던스에서 사용된 의미는 그 법적 정의와 결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EC가 ‘우리는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관할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곧바로 CFTC 관할이 성립한다는 건 별개”라며 “관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비증권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CFTC 권한을 명확히 하려면, 결국 의회가 시장구조 법안을 통해 이를 성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트로이 다우닝 하원의원(몬태나)은 이번 지침을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차기 행정부가 해석 지침을 뒤집을 수 있는 만큼 법률로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3년 후 다시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은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게 만든다”며 “다만 업계가 원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좋은 출발”이라고 말했다.

상·하원에서는 시장구조 법안 논의가 재가동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와이오밍)은 워싱턴 DC 블록체인 서밋에서 4월 말 ‘마크업(법안 심사·수정 절차)’ 가능성을 언급했고,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도 윤리 조항, 규제기관 의결정족수(quorum) 등 쟁점에서 합의가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 역시 조만간 마크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낙관론’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이자·수익(yield)’ 제공을 둘러싼 문구 정리도 핵심 변수로 본다. 정치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파트너사가 은행 상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용어 사용을 피하는 식으로 타협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구체 문안은 아직 공유되지 않았다.

예측시장 압박 격화…네바다 “일부 계약 중단”·애리조나 “형사 기소”

한편 규제 현장에서는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s)’을 둘러싼 반발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예측시장 업체 칼시(Kalshi)는 네바다주에서 최소 2주간 대부분의 예측시장 상품 제공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4월 3일 관련 심리가 예정돼 있다. 네바다의 한 판사는 스포츠·선거·엔터테인먼트 관련 이벤트 계약을 일단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담당 판사 제이슨 우드버리는 칼시가 주법상 규정된 상품을 제공해 네바다 게임 규제 당국의 관할에 들어갈 소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연방 규제가 주 규제를 선점(preemption)하는지 여부는 “미묘하고 빠르게 진화하는 쟁점”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선점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애리조나주는 더 강경하게 나왔다. 애리조나 법무장관 크리스 메이스는 칼시가 선거 관련 계약 등 일부 상품이 주법을 위반한다고 보고 형사 혐의를 적용했다. 법무장관실은 “애리조나 법은 무허가 베팅 사업 운영을 금지하고, 선거 베팅은 별도로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칼시 공동창업자 타렉 만수르(Tarek Mansour)는 이를 “과도한 월권”이라고 반박했다.

네바다를 지역구로 둔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 상원의원도 기고문에서 예측시장이 주·부족(tribal) 규정을 “노골적으로 위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카지노·스포츠북이 연령 제한, 무결성 모니터링, 도박중독 지원 등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갖추는 것과 달리, 예측시장은 느슨한 연방 규제를 틈타 ‘불법 스포츠북’처럼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 SEC·CFTC의 해석 지침은 암호화폐 증권성 판단에 하나의 기준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디지털 자산의 관할을 법률로 확정하는 시장구조 법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석’의 영역은 언제든 정치·행정 변화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규제 지형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SEC·CFTC가 공동 ‘해석 지침’을 내며, 암호화폐가 언제 ‘증권(SEC)’이고 언제 ‘비증권’인지 분류 체계를 제시

- 핵심은 ‘토큰 자체’보다도, 판매 구조·설명·마케팅 방식이 투자계약(Howey Test) 요건을 만들 수 있다는 점

- 다만 SEC 관할이 아니라고 해서 자동으로 CFTC 관할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시장구조 법안’ 부재 시 관할 공백·불확실성은 지속

- 별개 전선으로 예측시장(Kalshi 등)은 주(州) 규제와 충돌이 격화(네바다 제한, 애리조나 형사 적용)하며 리스크 확대

💡 전략 포인트

- 프로젝트/거래소는 ‘무엇을 발행했는가’만큼 ‘어떻게 팔았는가(수익 약속·운영주체의 핵심 노력 강조·가격상승 기대 조성)’를 점검해야 함

- 스테이블코인은 ‘이자·수익(yield)’ 같은 은행상품 연상 문구가 규제 트리거가 될 수 있어, 상품 설계/표현을 보수적으로 정비 필요

- “대부분 비증권”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집행 재량이 남아 있어, 컴플라이언스는 최악의 케이스(투자계약 해석)까지 대비하는 게 유리

- 미국 진출 기업은 연방(SEC·CFTC) + 주(도박/게임 규제)까지 동시 고려(특히 예측시장·이벤트 계약형 상품은 주법 리스크가 큼)

- 중장기 불확실성 해소의 관건은 의회의 시장구조 법안: 통과 전까지는 정책 변화(정권 교체)에 따른 해석 변경 가능성을 상수로 반영

📘 용어정리

- 하위(Howey) 테스트: 타인의(발행사·운영주체) 핵심 노력으로 이익을 기대하게 만드는 ‘투자계약’인지 판단하는 미국 증권법 기준

- 디지털 증권(Digital Security): 본질이 증권인 자산이 토큰화되어 유통되는 경우(투자계약 요건을 충족하면 SEC 관할)

- 커모디티(Commodity): 상품(원자재 등) 개념으로 CFTC 체계에서 다뤄질 수 있으나, ‘비증권=자동으로 CFTC’는 아니라는 관할 공백 논란 존재

- 분할(Fractionalization): 토큰을 지분처럼 쪼개 판매하는 방식 등으로 증권성 요건을 충족시키는 촉발 요인이 될 수 있음

- 선점(Preemption): 연방 규제가 주 규제를 ‘우선’하여 배제하는지 여부(예측시장 분쟁에서 핵심 쟁점)

💡 자주 묻는 질문 (FAQ)

Q.

SEC·CFTC 지침에서 ‘증권’ 판단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토큰 ‘자체’가 무엇이냐도 중요하지만, 더 핵심은 그 토큰이 어떤 거래 구조와 설명 방식으로 판매됐는지입니다. 발행사(또는 운영 주체)의 노력으로 수익을 기대하게 만들면 Howey 테스트상 ‘투자계약’이 되어 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고, 이 경우 SEC 관할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Q.

SEC가 “증권이 아니다”라고 하면 자동으로 CFTC가 맡게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지침에서도 지적되듯 “SEC 관할이 아니다”와 “곧바로 CFTC 관할이다”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비증권 디지털 자산 전반을 누가 어떤 범위로 감독할지(관할 공백)는 의회의 ‘시장구조 법안’이 뒷받침돼야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Q.

예측시장(Kalshi 등)은 왜 주 정부와 충돌하나요?

예측시장은 선거·스포츠 같은 이벤트 결과에 베팅처럼 보이는 계약을 제공할 수 있어, 일부 주에서는 이를 ‘무허가 도박/베팅’으로 보고 강하게 규제합니다. 네바다는 일부 계약 중단 결정을 내렸고, 애리조나는 형사 혐의까지 적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방 규제가 주 규제를 선점(preemption)하는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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