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블록체인과 ‘토큰화(tokenisation)’를 유럽 자본시장 혁신의 기회로 규정하며, 이를 확장하려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유로’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토큰화 시장의 핵심 결제수단으로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가 있어야 안전하고 유동성 높은 정산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다만 이런 접근은 정부 발행 화폐에 대한 회의와 ‘무허가(퍼미션리스)’ 금융을 지향해온 크립토 업계 정서와 충돌할 소지가 크다. 실제로 다수 크립토 기업들은 CBDC가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비판해왔고, 이번 ECB 메시지도 그 긴장을 다시 드러냈다.
피에로 치폴로네(Piero Cipollone) ECB 집행이사회 이사는 현지시간 24일(월요일) 브뤼셀의 ‘하우스 오브 더 유로’ 연설에서 “유럽에서 토큰화의 잠재력은 크다”며 “더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금융시장, 그리고 오랫동안 풀지 못한 국경 간 통합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큰화 시장이 ‘규모의 경제’로 커지지 못하는 이유로 두 가지 장애물을 꼽았다. 첫째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 블록체인이 너무 많아 유동성이 쪼개지고 통합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둘째는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정산 자산인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가 없어, 토큰화된 거래를 안정적으로 결제할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치폴로네 이사는 디지털 유로가 없으면 이용자가 가격 변동성이나 신용위험에 노출된 자산으로 임금을 받거나 결제해야 할 수 있고, 이런 불확실성이 시장 확장을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유로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연구 결과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정확히 1대1(패리티)’로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정부 발행 화폐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고 봤다.
그는 “토큰화 예금이나 스테이블코인 같은 민간 정산 자산도 역할을 하겠지만, 토큰화 금융시장 전반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앵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특정 스테이블코인이 네트워크 효과로 사실상 표준 디지털 화폐가 되는 시나리오를 ‘차선(sub-optimal)’으로 평가하며, 유럽의 통화주권에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 내부에서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이 유럽 금융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온 점도 CBDC 추진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CB가 제시한 해법은 세 갈래다. 첫째가 디지털 유로 도입, 둘째가 EU 역내 기업들과의 ‘생산적 파트너십’ 구축이다. 치폴로네 이사는 토큰화 시장을 가치 있게 만드는 서비스와 유동성,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에서 나와야 하며, 인프라도 시장 수요를 중심에 두고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27개 회원국의 기업법 조화다. 그는 분산원장기술(DLT)이 회원국 간 상이한 증권 규제나 도산 제도, 동일 자산이라도 보유 국가에 따라 달리 취급되는 법체계를 스스로 통합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EU는 ‘폰테스(Pontes)’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 DLT’와 기존 결제 인프라인 TARGET을 연결하는 유로시스템 블록체인을 개발 중이며, 올해 3분기 파일럿 버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ECB는 유럽 자본시장 혁신 수단으로 ‘자산 토큰화’를 키우려면, 최종 결제자산이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CBDC)여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현재 토큰화 생태계는 체인 파편화로 유동성이 분산되고, 안전한 결제수단 부재로 정산 안정성이 떨어져 ‘규모의 경제’로 확장되기 어렵다는 진단입니다.
💡 전략 포인트
토큰화 확장의 핵심은 ‘결제(현금 leg) 인프라’입니다: 디지털 유로가 도입되면 토큰화 증권·예금 등과 원자적(동시) 결제가 쉬워져 기관 참여와 시장 유동성 확대에 유리합니다.
ECB는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도 대안이 될 수 있으나 1:1 패리티 이탈·신용위험 가능성을 들어 ‘공공 앵커’(CBDC)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네트워크 효과가 유럽 내 표준 결제수단으로 굳어질 경우 통화주권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디지털 유로 추진의 정치·경제적 동력이 강화되는 흐름입니다.
관전 포인트는 ‘폰테스(Pontes)’처럼 기존 결제망(TARGET)과 DLT를 연결하는 브리지의 상용화 속도, 참여 기업 생태계, 회원국 간 법·제도 조화 여부입니다.
📘 용어정리
토큰화(Tokenisation): 주식·채권·예금·부동산 등 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 상 토큰 형태로 발행·이전·거래하는 방식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통화(유럽의 경우 ‘디지털 유로’)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 DLT/블록체인 상에서 결제에 쓰일 수 있도록 구현된 중앙은행 화폐(토큰화 거래의 최종 정산 자산)
퍼미션리스(무허가): 누구나 네트워크 참여·검증이 가능한 공개형 블록체인 구조(감시·통제 우려와 충돌 지점)
TARGET: 유로시스템의 대규모 결제 인프라(중앙은행 결제망)
폰테스(Pontes): ECB가 ‘시장 DLT’와 TARGET 등 기존 결제 인프라를 연결하기 위해 추진하는 유로시스템 DLT 프로젝트
Q.
ECB가 토큰화 시장 확대에 ‘디지털 유로(CBDC)’가 필요하다고 보는 핵심 이유는 무엇인가요?
토큰화 거래가 커지려면 거래 대상 자산(증권·예금 등)뿐 아니라 ‘결제에 쓰는 돈’도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아야 합니다. ECB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화 예금만으로는 1:1 가치 유지(패리티) 이탈, 발행사 신용위험 같은 불확실성이 남을 수 있다고 보고,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디지털 유로를 ‘공공 앵커(기준점)’로 깔아야 대규모 정산이 안정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Q.
기사에서 말한 토큰화 확장의 ‘두 가지 병목’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블록체인(체인)들이 서로 호환되지 않아 유동성이 여러 곳으로 쪼개지고 통합 비용이 커지는 ‘체인 파편화’입니다.
둘째는 토큰화 거래를 최종적으로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는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가 없어, 결제·정산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Q.
디지털 유로 외에 ECB가 제시한 해법(과제)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요?
ECB는 기업들과의 ‘생산적 파트너십’으로 시장 수요에 맞는 서비스·유동성·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인프라도 이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27개 회원국의 기업법(증권·도산 등)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DLT 기술만으로는 국가별로 다른 법·규제 차이를 자동으로 통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폰테스(Pontes)’ 프로젝트처럼 시장 DLT와 기존 결제 인프라(TARGET)를 연결해 실제 정산이 돌아가게 만드는 작업도 핵심 과제로 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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