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 신산업 촉진 위한 규제 개선 100건 제안

| 토큰포스트

한국경제인협회가 2026년 규제개선 과제 100건을 정부에 전달하면서, 신산업 확산을 가로막는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재계 요구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6일 회원사 의견을 모아 만든 ‘2026 규제개선 종합과제’를 국무조정실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과제는 모두 100건으로, 소관 부처별로 보면 국토교통부 관련이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통상부 13건, 기후에너지환경부 11건, 금융위원회 9건, 고용노동부 6건, 재정경제부 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규제 부담이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디지털 산업, 생활 인프라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 건의 가운데 하나는 전기차 배터리를 차량과 분리된 자산으로 인정하자는 내용이다. 지금은 자동차와 배터리를 사실상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배터리를 별도 자산으로 취급하면 소비자는 차량 본체 가격만 먼저 내고 배터리는 임대나 구독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초기 구매비용이 낮아져 전기차 진입장벽이 내려가고, 배터리 성능 저하에 대한 불안도 줄일 수 있다.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에서 방전된 배터리를 신속히 바꿔 끼우는 방식도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이미 독립 사업자가 배터리를 소유·운영하고 이용자가 사용료를 내는 모델이 자리 잡고 있는데, 한경협은 한국도 이런 사업 구조를 수용할 제도 기반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인공지능 산업과 관련해서는 학습데이터 이용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담겼다. 한경협은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공지능 학습 목적의 정보 분석에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면책 조항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은 책, 이미지, 영상처럼 방대한 자료를 반복적으로 학습해야 성능이 높아지는데, 모든 저작물에 대해 일일이 사전 허락을 받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는 판단이 배경에 있다. 일본처럼 저작물의 표현 자체를 감상하거나 소비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기술 개발과 분석을 위한 이용이라면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인공지능 경쟁력이 결국 데이터 접근성과 직결된다는 산업계의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생활 현장과 맞닿은 규제 개선 요구도 포함됐다. 한경협은 자율적으로 차량을 옮기고 주차하는 주차로봇을 일반 공동주택에도 설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주차로봇은 좁은 공간에서도 주차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장치로 평가받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기존 기계식 주차장치로 분류돼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는 설치가 막혀 있다. 이 밖에 보험업계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묶음 정보’ 제공 범위를 넓히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를 추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흩어진 금융·보험 정보를 한곳에 모아 활용하는 제도인데, 가족 단위 보험 분석이나 보장 점검을 보다 정교하게 할 수 있도록 서류 범위를 넓히자는 취지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규제개혁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로 격상된 점도 이번 건의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결국 이번 제안은 단순한 민원 성격을 넘어, 전기차·인공지능·스마트 주거 서비스 같은 신산업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법과 제도가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는 요구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편익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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