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토큰화 주식' 혁신 면제안 발표 막판 보류… 거래소 업계 반발이 변수

| 김서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르면 이번 주 발표를 예고했던 토큰화 주식(Tokenized Stocks)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프레임워크 공개를 막판에 연기했다. 전통 증권거래소와 시장 참여자들의 강한 우려를 반영해 검토 시간을 추가로 갖기로 한 것으로, 친(親)크립토 기조 아래 속도를 내던 폴 앳킨스(Paul Atkins) 위원장의 'Project Crypto' 추진력에도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SEC가 토큰화 주식 관련 혁신 면제안의 공개 시점을 늦췄다고 보도했다. SEC 실무진이 최근 며칠 사이 거래소 관계자 및 시장 참여자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의견을 수렴한 결과, 발표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 무엇이 담길 예정이었나… '24/7 디파이 주식 거래'의 길

이번 혁신 면제는 상장 기업 주식과 연동된 디지털 토큰이 탈중앙화 크립토 플랫폼에서 24시간 365일 거래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전통 증권거래소의 시간·구조적 제약을 우회하는 새로운 규제 경로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앳킨스 위원장이 추진해온 'Project Crypto' 이니셔티브의 핵심 축 중 하나로, 트럼프 행정부의 친크립토 정책 기조와 맞물려 기존 크립토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SEC가 '제3자 발행 토큰(third-party tokens)'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부분이다.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같은 상장사의 주가를 추적하는 블록체인 기반 래퍼(wrapper) 토큰을 해당 기업의 동의 없이 외부 주체가 발행해 디파이(DeFi) 플랫폼에 상장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이 경우 토큰 보유자는 의결권·배당 등 전통적 주주 권리를 갖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SEC는 플랫폼 측이 해당 권리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상장 폐지(delisting)를 강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거래소 진영의 반발… "투자자 보호 희석·경쟁 왜곡"

발표가 연기된 직접적 배경은 나스닥(Nasdaq),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CME그룹 등 글로벌 주요 거래소가 회원사로 참여하는 세계거래소연맹(WFE)의 강한 반발이다. WFE는 지난해 11월 SEC에 보낸 공식 서한을 통해 이러한 면제 조치가 기존 투자자 보호 장치를 '희석(dilute)'시키고, 크립토 거래소에만 전통 시장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규제 우회로(regulatory shortcut)를 부여해 경쟁을 '왜곡(distort)'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WFE는 완전한 컴플라이언스 체계가 갖춰지기 전에 토큰화 주식에 정당성을 부여할 경우 "미국 시장에 부정적이고 잠재적으로 심각한 결과(negative — potentially acute — consequences)"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우려를 표명했다.

■ 두 갈래로 갈라지는 미국 주식시장의 미래

이번 논쟁은 사실상 미국 주식시장의 미래 구조를 둘러싼 두 가지 경쟁 비전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쪽에는 거래소 내부에서 모든 거래를 처리하고 주주 권리를 그대로 보존하는 '거래소 중심 토큰화' 모델이 있다. 나스닥은 지난 3월 자체 토큰화 증권 제안에 대해 SEC 승인을 받았으며, DTCC(미국 예탁결제기관)의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모델을 추진 중이다.

반대편에 자리한 것이 이번 혁신 면제안이 사실상 공인하게 될 '크립토 네이티브 병행 시장'이다. 동일한 기초 주식에 대해 수십 개의 제3자 토큰 발행자가 각자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같은 종목을 두고 유동성이 다수의 토큰으로 파편화(fragment)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동일 자산에 대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과 시장 무결성을 둘러싼 새로운 규제 과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 향후 관전 포인트

SEC가 발표 시점을 재조정한 만큼, 시장의 관심은 ▲제3자 토큰 발행 허용 범위 ▲의결권·배당 등 주주 권리 보장을 위한 플랫폼 의무 ▲기존 거래소 모델과의 정합성을 어떻게 조율할지로 옮겨가고 있다. 앳킨스 위원장이 'Project Crypto'의 핵심 어젠다인 토큰화 면제안에서 거래소 진영과 어떤 절충점을 찾느냐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토큰증권(STO) 정책 방향성에도 적지 않은 시그널이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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